(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영광의 신비 4단[3/4] : 예수님께서 마리아를 하늘에 불러올리심을 묵상합시다.

성모님의 이 끝없는 고난의 내조가 없었다면 그분의 빛도, 고통도 영광도 없었을 것이다.

숱한 고난의 여정을 끝내고 아드님의 곁으로 가시는 그 기쁨을 우리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린다.

‘어머니 참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이제 아버지께서 마련하시고 기다리시는 아버지의 집으로 제가 모시러 왔습니다.’라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을 것이다.

성모님께서 하늘에 올림을 받으셨다는 교리는

마리아에 관한 주요 교리 가운데서 가장 늦게 믿을 교리로 선포되었다.

1950년 11월 1일 교황 비오 12세의 교황령

‘지극히 관대하신 하느님(Munificentissimus Deus)’을 통해서였다.

‘원죄 없으신 하느님의 어머니이시며 평생 동정이신 마리아께서는

지상 생애의 여정이 끝난 다음 그 영혼과 육신이 천상의 영광 안에 받아들여지셨다.’

이 문장을 살펴보면 흥미롭다. 여기에 성모 마리아에 관한 믿어야 할 주요 교리가 다 들어 있다.

성모님 승천 교리는 다른 세 가지 믿을 교리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다시 말해 성모님의 승천은 마리아 생애 전체의 종합된 귀결이라고 할 게다.

성모님의 승천과 관련한 ‘지극히 관대하신 하느님’의 교황령에는

성모님에 대한 다른 세 가지가 다 포함되어 있다.

원죄 없으시고, 하느님의 어머니이시며 평생 동정이다.

그렇다면 성모님의 승천에 관한 세부 내용에 관해 살펴보자.

성모님의 승천은 지상 생애의 여정이 끝난 다음

영혼과 육신이 함께 천상의 영광 안에 받아들여지셨다는 것이다.

지상 생애의 순례 여정이 끝난 다음

성모님은 예수님처럼 죽으신 후 부활하시어 승천하신 게 아니다.

그렇다고 구약의 예언자 엘리야처럼

제자와 함께 길을 가다가 회오리바람에 실려 하늘에 올라간 것(2열왕 2,11)도 아니다.

성모님은 이승에서 순례의 삶을 다하신 후 죽음을 겪지 않으시고 승천하셨다.

더더구나 성모님은 영혼만의 또는 육신만의 승천이 아닌

영혼과 육신이 완전히 결합한 온전한 인간으로서의 승천임을 나타낸다.

그리고 ‘천상의 영광 안에 받아들여지셨다.’라는 뜻은 하늘에 올림을 받으셨다는 것인데,

성모님의 승천은 하늘에 ‘올림을 받으셨다.’

또는 영광 안에 ‘받아들여지셨다.’라고 수동태로 표현한다.

이는 이 승천이 성모님 자신의 능력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님을 뜻한다.

곧 예수님께서 성모님을 하늘에 불러 올리셨다는 것이다.

즉, 성모님의 승천은 예수님처럼 자신의 능력으로 승천한 게 아닌

하느님의 은총을 입고 그 부르심을 받았기에 비로소 승천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성모님의 승천을 ‘부르심을 받은 승천’이란 의미를 지닌

‘몽소승천(蒙召昇天)’이라 부름으로써 아들 예수님의 승천과는 구별한다.

그렇다면 성모 마리아의 승천 교리가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것은 무엇보다도 성모님께서 온전한 구원에 이르셨다는 것이다.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으로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는

하느님 말씀에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라고 순명하심으로써

구세주이신 예수님의 어머니가 되시고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셨다.

그리고 일생을 온전히 하느님 뜻에 의탁하심으로써 구원사업의 탁월한 협력자이셨다.

그리하여 마침내 지상 생애를 마치신 후에는 하늘에 올림을 받아 하느님 영광 안에 드신 것이다.

이 성모님의 승천은 마리아께서 완전한 구원에 이르셨다는 것,

그리고 인간으로서 받아야 할 최상의 영예와 영광을 받으신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성모님의 승천은 승천 그 자체의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우리에게 무한한 희망의 표징이 된다는 거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