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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려갈 때 보았네 -성지순례의 꽃- 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성 요셉 수도원)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4-04-12 조회수943 추천수6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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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4.12. 사순 제2주간 토요일 에제37,21ㄴ-28 요한11,45-56


내려갈 때 보았네

-성지순례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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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의 '그꽃'이라는 시가 은혜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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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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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것을 함축한 짧고 깊은 시입니다.

주님은 저에게 원장직에서 내려갈 때 '성지순례의 꽃'을 보여주셨습니다.

모두가 은총이요 감사일뿐입니다.

어렴풋이 예감은 했고 내심 준비는 했습니다만 이 은총의 사순시기,

하느님 주신 기상천외한 선물이 참으로 놀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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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야 말씀을 절감합니다.

"내 생각은 너희 생각과 같지 않고, 너희 길은 내 길과 같지 않다.

주님의 말씀이다.

하늘이 땅위에 드높이 있듯이,

내 길은 너희 길 위에, 내 생각은 너희 생각 위에 드높이 있다."

(이사5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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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대구가대 연구과 1년차 부활성야 미사 때 떨림을 무릎쓰고 읽었던

'말씀의 전례' 중 제5독서의 일부 말씀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하느님의 생각은 우리의 생각과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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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산이 떠나면 떠났지, 난 안 떠난다.“

다짐하며 26년 동안 살아 온 저를 주님은 잠시 수도원 배경의 불암산을 떠나

주님 안에서 안식의 시간을 선물하셨습니다.

이 안식의 황홀한 선물을 어떻게 활용할까 생각하던 중 한 밤 중 떠오른 생각이

'국내 순교 성지 순례'였습니다.

'한국 천주교 성지순례'라는 책자에 따라 짬짬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내심 만족했습니다.

주님은

특별히 저에게 기도와 순례, 속죄와 보속, 정화와 성화, 쇄신과 충전의 기회를 선물하셨습니다.

하여 며칠 전에는 요셉수도원 부임 후 26년 동안의 삶에 대해 총 고해성사를 본 후

국내성지순례여정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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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오전 갑작스럽게 방문한 수녀님에게 고해성사를 주며 환대한 후

절두산 순교성지를 순례했습니다.

참 부끄러운 것이 이제껏 순교성지를 순례한 적이 거의 없어 대부분 첫 방문지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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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성지마다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성전이요 십자가의 길입니다.

십자가의 길은 우리 삶을 압축, 요약합니다.

절두산 순교성지의 십자가의 길은 15처까지 였습니다.

제15처 '예수 부활하심을 묵상합시다' 해피엔드로 끝나는 십자가의 길이 이채롭고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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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십자가의 길에서

오래 전 수도원을 방문했던 사랑하는 도반의 매형을 만났음도 각별한 체험이었습니다.

"가끔 여기 성지를 방문하며 기도를 바치니 참 좋습니다.“

혼자 조용히 묵상하며 기도를 바치는 형제의 모습이 참 평화롭고 거룩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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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 길 기도 후 고요하고 깊고 거룩한 성전에서의 묵상도 마음에 깊은 평화를 주었습니다.

하늘문 향해 활짝 열린 공간이 순교성지입니다.

하늘 향한 부단한 자기초월의 회개로 주님을 닮아 둥근 마음, 둥근 삶을 만들어 주는

성지순례의 은총입니다.

일치의 중심이신 주님을 만남으로 이뤄지는 내외적 일치의 둥근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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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제 그들을 그 땅에서,

이스라엘 산악 지방에서 한 민족으로 만들고, 한 임금이 그들 모두의 임금이 되게 하겠다.

그리하여 다시는 두 민족이 되지 않고, 다시는 결코 두 왕국으로 갈라지지 않을 것이다.“

(에제37,22).

일치의 중심은 하느님이심을 일깨우는 에제키엘 예언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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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적 분열을 일치로 이끄실 수 있는 분은 하느님뿐입니다.

분열을 극복하고 주님 안에서 하나로 익어갈 때

점점 커가는 살아있는, 하나의 둥근 원 같은 원숙(圓熟)한 삶이요 공동체입니다.

바로 제가 소망하는 바 이런 순교성지순례의 은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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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나의 거처가 그들 사이에 있으면서,

나는 그들의 하느님이 되고 그들은 나의 백성이 될 것이다.“

(에제3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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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성지는 바로 우리 사이에 있는 하느님의 거처요

이런 순교성지순례를 통해

주님은 우리의 하느님이 되고 우리는 그분의 백성이 됨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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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의 대사제 카야파의 예언에 대한 해석 역시 의미심장합니다.

'이 말은 카야파가 자기 생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그해의 대사제로서 예언한 셈이다.

곧 예수님께서 민족을 위하여 돌아가시리라는 것과,

이 민족만이 아니라 흩어져 있는 하느님의 자녀들을 하나로 모으시려고 돌아가시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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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흩어져 있는 하느님의 자녀들을 하느님 중심으로 한,

하나의 둥근 공동체인 교회로 만드는 것,

이게 예수님 복된 죽음의 심오한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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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 당신과의 일치로 둥근 삶, 둥근 공동체로 만들어 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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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자가 양 떼를 돌보듯 주님은 우리를 지켜 주시리라."

(예레31,10ㄹ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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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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