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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인(聖人)의 길 - 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성 요셉 수도원)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4-04-13 조회수1,335 추천수10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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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4.13.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이사50,4-7 필리2,6-11 마태26,14-2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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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聖人)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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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있어 성인이 아니라 성인 있어 성지입니다.

수도원 있어 수도자가 아니라 수도자 있어 수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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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깨달음이 우리를 마냥 겸손하게 합니다.

눈만 열리면 세상 어디나 성인이 있는 성지요, 수도자 있는 수도원임을 깨닫습니다.

하느님은 어디에나 계시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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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우연히(?) 절두산 성지에서 만난,

혼자 고요히 '십자가의 길'을 하고 있던 지인도 성인이었고,

두 시간에 걸쳐 정성을 다해 제 발을 지압해 주며 깨끗이 씻어 주셨던 분도 성인이었고,

제 시간을 온전히 봉헌하여 성지순례 안내를 맡아주셨던 분도 세상 속의 성인임을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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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44위 성인이 탄생한 서소문 순교 성지에서 만난,

성지를 관리하며 안내일을 보는 형제도 성인이었습니다.

"옆 모습과 뒷 모습이 신부님과 같아

또 로만칼라를 한 모습에 신부님이심을 확신하고 인사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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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5년 전 수도원 인근의 군부대에 재직했던 분으로 군에 재직시 부하들을 데리고 와서

요셉수도원의 명소가 된 '십자가의 길'을 닦았던 형제님이었습니다.

즉시 형제님의 이름이 생각나

형제님의 이름을 대며 이야기를 나누면서 인스턴트 커피도 한 잔 대접 받았습니다.

온 몸에 신앙이 밴 참으로 하느님 앞에 충실히 살아 온 성인 같은 분임을 깨달았습니다.

놀라운 것은 1987년에 썼던 제 자작시를 읊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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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깊어지면/병이 된다 하지만

당신 향한

내 그리움은 기도가 되고/별이 됩니다.

당신 영혼의 하늘에

빛나는 별이 되어/수호천사 별이 되어/언제나 당신을 비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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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의 '수호천사 별'은 제가 애송하는 시로 성지를 안내하며 소개할 때 인용하는 시입니다.

“ 하느님을 참으로 그리워했던,

하여 하느님의 하늘에 영원한 수호천사 별들이 되어

우리를 비추며 전구하고 계신 순교성인들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주님 수난 성지 주일, 독서와 말씀을 중심으로 성인의 길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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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침묵과 믿음의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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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독서 이사야에서 떠오른 생각입니다.

믿음은 침묵 중 들음에서 나옵니다.

"주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제자의 혀를 주시어 지친 이를 말로 격려할 줄 알게 하신다.

그분께서는 아침마다 일깨워 주신다.

내 귀를 일깨워 주시어, 내가 제자들처럼 듣게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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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제자들처럼 침묵 중에 주님의 말씀을 듣는 이가 성인이요,

이런 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위로와 격려의 말들 입니다.

'인간은 입에 도끼를 가지고 태어난다.'는 법정 스님의 말씀도 생각납니다.

참으로 길들이기 어려운 게,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게 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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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마음에 없는 말보다는 오히려 침묵이 낫습니다.

"그러나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주시니, 나는 수치를 당하지 않는다."

바로 오늘 수난 복음 중의 예수님의 고백 같습니다.

깊은 침묵의 믿음 중에 묵묵히 세상 죄를 지고 십자가의 길을 가시는 주님이십니다.

믿음은 액세서리 장식품이 아니라,

온전히 하느님께 맡김이요 여기서 선물로 주어지는 내적 평화에 확신임을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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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순종과 비움의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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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오늘의 2독서에서 떠오른 생각입니다.

진정 성인은 주님을 따르는 사람입니다.

순종과 비움, 겸손의 사람이 바로 성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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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초대교회 신자들이 불렀던 필리피서의 비움의 찬가가 참 깊고 아름답습니다.

그대로 예수님의 삶을 요약합니다.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셨습니다.

하여 우리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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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여느 사람처럼 나타나,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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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의 길은

바로 예수님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는 겸손의 길, 순종의 길, 비움의 길임을 깨닫습니다.

믿는 이들의 삶의 여정 역시 겸손의 여정, 순종의 여정, 비움의 여정이요

이 이 여정에 충실한 이들이 성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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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하느님께서는 그분을 높이 올리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예수님의 이름 앞에, 하늘과 땅 위와 땅 아래에 있는 자들이 다 무릎을 꿇고,

예수 그리스도는 주님이시라고 모두 고백하며, 하느님 아버지께 영광을 드리게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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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진리는 언제나 역설적입니다.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위로 올라가는 길입니다.

하느님이 하시는 일입니다.

이렇게 이미 지금 여기서부터

십자가의 죽음을 넘어 부활의 승리와 기쁨을 노래하는 이들이 성인들입니다.

순교성인들이 그 모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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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기도와 연민의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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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할 때 깊은 침묵의 능력도 모두를 품을 수 있는 연민의 마음도 생깁니다.

오늘 수난 복음에 나오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입니다.

십자가 멀리에서 예수님의 죽음을 지켜보던 여인들도 있었고,

비밀리에 예수님의 시신을 안장한 의인 요셉도 있었지만 대부분 연약한 사람들입니다.

호산나 부르며 주님을 환영했던 이들이 십자가에 매 달으라 미쳐 소리칩니다.

맹목적 무지의 양면적 인간상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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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을 팔아 넘긴 후 양심의 가책으로 목숨을 끊는 유다를 통해,

또 예수님을 세 번 째 배신하고 슬피우는 베드로를 통해 약하고 불쌍한 인간들임을 통감합니다.

하여 박해 중 배교하여 목숨을 부지한 이들도 있었고

배교했다 다시 신앙을 고백하고 순교한 이들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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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나와 함께 한 시간도 깨어 있을 수 없더란 말이냐?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깨어 기도하여라.

마음을 간절하나 몸이 따르지 않는다.“

"아버지, 이 잔이 비켜갈 수 없는 것이라서 제가 마셔야 한다면,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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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깨어 기도해야 유혹에 빠지지 않습니다.

영적전쟁에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늘 깨어 기도하는 일뿐입니다.

예수님의 간절한 기도에 이어 마지막 임종기도가 가슴을 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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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 엘리 레마 사막타니?(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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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교성인들의 기도를 대변하는 예수님의 기도입니다.

이런 깊고도 간절한 기도가

모두를 불쌍히, 측은히, 가엾이 여기는 연민의 마음을 지니게 합니다.

사랑(love)보다 한없이 깊고 넖은 게 하느님의 마음, 연민(compassio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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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은 당신 수난 성지 주일에 우리 모두에게 성인의 길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1.침묵과 믿음의 길입니다.

2.순종과 비움의 길입니다.

3.기도와 연민의 길입니다.

예수님을 닮아 하느님께 이르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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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이런 성인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도와 주십니다.

"주님, 저희도 주님의 인내를 본받아 부활의 영광을 누리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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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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