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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적 체험 - 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성 요셉 수도원)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4-04-21 조회수1,182 추천수19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014.4.21. 부활 팔일 축제 내 월요일 사도2,14.22-23 마태28,8-15


내적 체험


내적 체험이, 깨달음이 내적 힘의 원천입니다.

정신이, 영혼이 무너지면 육신도 속절없이 무너집니다.

몸은 피곤하고 아파도 정신이 희망으로, 기쁨으로 살아있으면 결코 육신은 무너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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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잘 먹고 잘 몸을 관리해도

희망이, 기쁨이 없으면, 목표를 잃어버리면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자신입니다.

안으로부터 무너져 내리면 아무도 도와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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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형제의 피곤해 보이는 모습에 일견 걱정했지만

반짝이는 눈빛, 의욕 넘치는 모습에 안심했습니다.

몸은 피곤해 보여도 정신은 기쁨과 의욕으로 살아있음을 감지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구체적으로 언제 어디서든 중심과 질서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며

나름대로 일과표에 따라

기도시간, 밥시간을 잘 지키는 것이 중심과 질서를 유지하는 첩경임을 깨닫습니다.


이런 구체적인 수행을 통한 내적 체험이, 내적 확신이 중요합니다.

지난 성목요일의 체험이 새롭습니다.

예전 요셉수도원이 서울대교구에 속했던 시절,

사정이 여의치 않아 한 번도 성목요일 성유축성미사에 참석하지 못했는데

지난 이번 성목요일에는 참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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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전화에 전혀 뜻밖의 결정이었지만 은총이었습니다.

안식년에 성지순례의 일환으로

간편한 잠바차림으로 조용히 명동성당의 신자석에 앉아 참여할 생각이었습니다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잘 마련된 사제석을 보는 순간 비록 제의는 준비하지 않았지만

사제석에 앉아 '사제들의 서약갱신'을 통해 수도사제로서의 신원도 새로이 확인했습니다.


문제는 양형 영성체를 위해 제대에 나갈 때 였습니다.

제의를 다 갖춰입은 사제들 사이에서 검은 잠바를 입은 것도 신경이 쓰였는데

제대 앞에 잠바를 입고 나가는데는 정말 갈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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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내적으로 사제인 것이 본질적이지 않겠는가' 자위하면서, 내적확신을 새로이 하면서,

미안함을 무릅쓰고 용기를 내어 제대에 나가 양형영성체를 했습니다.

제의를 입어 사제가 아니라

내적으로 아니 존재 자체가 주님을 닮고 주님과 일치된 자가 진정 사제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1독서의 열한 사도와 함께 일어나 주님 부활을 선포하는 베드로의 설교가 감동입니다.

주님을 배반하여 도주했던 예전의 비겁한 베드로가 아닙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체험했기에 내적확신에 넘쳐 담대하고 용기있게 주님을 선포합니다.

이런 내적체험에서 터져 나오는 살아있는 선포가, 강론이 감동을 주고 변화를 일으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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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서는 그분을 죽음의 고통에서 풀어 다시 살리셨습니다.

그분께서는 죽음에 사로잡혀 계실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이 예수님을 하느님께서 살리셨고 우리는 모두 그 증인입니다.

하느님의 오른쪽으로 들어 올려지신 그분께서는 약속된 성령을 아버지에게서 받으신 다음,

여러분이 지금 보고 듣는 것처럼 그 성령을 부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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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하신 주님을 통해 하느님을 체험한, 성령충만한 베드로와 그 사도 일행입니다.

이렇게
활하신 주님을 체험해야 내적확신에 내적힘이요, 성령충만한 삶에 감동적인 강론입니다.

이래야 육신도 영혼도 무너지지 않습니다.


1독서의 베드로와 그 사도일행과 복음의 수석사제들과 원로들, 경비병들의 처신이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전자가 담대하고 용기에 넘쳐있다면 후자는 비겁하고 비열하기 짝이 없습니다.

바로 내적체험의 차이를 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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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제자들이 밤중에 와서 우리가 잠든 사이에 시체를 훔쳐갔다.'하여라.

이 소식이 총독의 귀에 들어가더라도,

우리가 설득하여 너희가 걱정할 필요가 없게 해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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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활한 음모요, 바로 유언비어의 진원지가 여기임을 깨닫습니다.

무지한 경비병들은 돈을 받고 시킨대로 하였고

이 말은 오늘날까지 유다인들 사이에 퍼졌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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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런 유언비어가 역설적으로 예수 부활을 입증합니다.

사도들처럼 우리도 부활하신 주님을 체험할 때

내적으로 강건해져 독야청청, 온갖 시련과 고난에도 무너지지 않습니다.

바로 순교성인들이 그 생생한 증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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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하신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의 중심과 질서를 새롭게 잡아 주시고 내적 힘을 북돋아 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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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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