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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회개의 시작은 동행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4-04-22 조회수1,042 추천수8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014년 가해 부활 팔일축제 내 수요일


< 그들과 함께 걸으셨다
 >


  
복음: 루카 23,13-35






그리스도


엘 그레코 작, (1606), 톨레도 주교좌 성당


     < 회개의 시작은 동행>

 


 

어느 해 가을, 지방의 한 교도소에서 재소자 체육대회가 열렸습니다. 다른 때와는 달리 20년 이상 복역한 수인들은 물론 모범수의 가족까지 초청된 특별한 행사였습니다. 운동회 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운동장 가득 울려 퍼졌습니다.

본인은 아무쪼록 오늘 이 행사가 탈 없이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오랫동안 가족과 격리됐던 재소자들에게도, 무덤보다 더 깊은 마음의 감옥에 갇혀 살아온 가족들에게도 그것은 가슴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미 지난 며칠간 예선을 치른 구기종목의 결승전을 시작으로 각 취업장별 각축전과 열띤 응원전이 벌어졌습니다. 달리기를 할 때도 줄다리기를 할 때도 어찌나 열심인지 마치 초등학교 운동회를 방불케 했습니다. 여기저기서 응원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잘한다. 내 아들... 이겨라! 이겨라!”

여보, 힘내요... 힘내!”

뭐니 뭐니 해도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부모님을 등에 업고 운동장을 한 바퀴 도는 효도관광 달리기 대회였습니다.

그런데 참가자들이 하나 둘 출발선상에 모이면서 한껏 고조됐던 분위기가 갑자기 숙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푸른 수의를 입은 선수들이 그 쓸쓸한 등을 부모님 앞에 내밀었고 마침내 출발신호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온 힘을 다해 달리는 주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들의 눈물을 훔쳐 주느라 당신 눈가의 눈물을 닦지 못하는 어머니... 아들의 축 처진 등이 안쓰러워 차마 업히지 못하는 아버지... 교도소 운동장은 이내 울음바다로 변해버렸습니다. 아니, 서로가 골인지점에 조금이라도 늦게 들어가려고 애를 쓰는 듯한 이상한 경주였습니다. 그것은 결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의 레이스였습니다.

그들이 원한 건 1등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해서 함께 있는 시간을 단 1초라도 연장해 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TV동화 행복한 세상1, 꼴찌 하려는 달리기]

 

어쩌면 이들이 감옥에 오기 전에 부모님을 업고 조금만이라도 걸을 수 있었더라면 그런 잘못들은 저지르지 않을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럴 여유가 없었던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 삶도 그런지 모릅니다. 살다보니까 나도 모르게 성당과 멀어져있고 일상적으로 잘못을 하고 있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그분과의 동행을 거부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실망하여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는 두 제자에게 나타나십니다. 물론 이들은 예수님을 알아보지는 못합니다. 그렇더라도 그동안에 있었던 일에 대해 토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메시아는 많은 고난을 받고 죽었다가 사흘만에 부활해야 함을 전체 성경을 오가며 설명해 주실 때 주위 깊게 잘 듣습니다. 그리고 그 가르침을 통해 가슴이 따듯해짐을 느낍니다. 그 이전엔 느끼지 못했던 무언가를 말씀을 통해 느끼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는 다시 방향을 바꾸어 베드로와 사도단이 있는 예루살렘으로 올라갑니다. 예루살렘은 위험해서 도망치듯 빠져나온 곳인데 그리스도와의 동행이 그들을 다시 그 곳으로 향하게 한 것입니다.

회개를 라틴어로 ‘convertio’라고 합니다. 이는 convertere, 방향을 바꾸다란 동사에서 나온 말입니다. 회개는 방향을 바꾸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방향은 저절로 바꾸어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의 동행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런 기회를 자주 주지 못한다면 우리는 계속 반대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에게서 보듯이 그리스도는 우리와 동행하시며 끊임없이 우리를 교회로 향하게 합니다. 교회와 조금씩 멀어지고 기도하는 시간이나 성경을 접하는 시간, 혹은 그런 가르침을 받는 시간이 줄어든다면 우리는 그분과의 동행을 조금씩 거부하고 있는 것입니다. 혹시 우리를 교회와 조금이라도 멀어지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들은 나를 잘못된 길로 이끄는 것입니다. 그렇게 교회로부터 멀어지지 않기 위해 우리는 그분이 우리 마음을 뜨겁게 해 줄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드려야하겠습니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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