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2주일(2014년 4월 27일) 우리에게 베푸신 자비!
복음서들은 하나같이 예수님의 제자들은 예수님이 죽으신 후 두려움 속에 갇혀있었다고 알려줍니다.
예수님처럼 자신들의 목숨도 언제 비명 속에 스러질 지 모르기 때문이었지요.
그러나 그 두려움의 더 깊은 이유는 자신들의 탓과 허물 때문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스승이 잡혀서 고문당하고 사형선고를 받아 십자가에서 비참하게 죽기까지 눈과 귀를 닫고 의식적으로 모른 채하며 숨어 있었습니다. 인간이라면 이 죽음은 자신들의 탓이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무거운 죄의식이 제자들을 두려움 속에 갇혀있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숱한 잘못을 저지르며 죄의식을 느낍니다.
그러나 죄의식은 다 똑같지 않습니다. 밝은 죄의식이 있는 반면 어두운 죄의식이 있습니다.
밝은 죄의식은 참다운 참회를 불러일으키고 하느님의 자비하심을 목말라합니다.
그러나 어두운 죄의식은 자기 안에 갇혀 하느님의 자비하심에 절망합니다.
절망은 곧 파멸이며 죽음입니다.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발현하시면서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하고 기원하십니다.
평화는 하느님의 자비하심을 체험할 때 우리 내면에서 자연스럽게 솟아나는 기쁨입니다.
하느님의 자비하심은 우리를 풀어주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부어줍니다.
죄의식은 우리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하느님의 자비하심에 이끌어주는 양심의 호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부활 성야 빛의 예식 부활찬송에서 아담의 범죄를 “오, 복된 탓이여! 너로써 위대한 구세주를 얻게 되었도다”고 칭송했습니다.
자비는 죄를 용서하고 기쁨 속에서 감사드리게 이끕니다.
오늘 부활하신 예수님을 통하여 하느님 아버지께 노래합시다.
“오, 오묘하도다. 우리에게 베푸신 자비! 오 헤아릴 길 없는 주님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