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탐구 생활 (36) 예물을 바치며 드리는 기도 성찬 전례를 시작할 때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될 예물을 제대에 가져가는데, 그전에 먼저 성찬 전례 전체의 중심이며 주님의 식탁인 제대를 준비합니다. 원칙적으로 제대는 그 위에 제대초와, 필요한 경우 복음집 말고는 아무것도 놓아두지 않은 채로 비워두었다가 바로 이때 성체포, 성작 수건, 미사 경본과 성작을 제대에 펼쳐 놓습니다. 그 다음에 신자들이 가져온 빵과 포도주를 제대에 나릅니다. 사제는 먼저 빵이 든 성반을 들고 이렇게 찬미를 드립니다. 온 누리의 주 하느님, 찬미받으소서. 주님의 너그러우신 은혜로 저희가 땅을 일구어 얻은 이 빵을 주님께 바치오니 생명의 양식이 되게 하소서. 또 포도주와 물이 든 성작을 들고 이렇게 찬미를 드립니다. 온 누리의 주 하느님, 찬미받으소서. 주님의 너그러우신 은혜로 저희가 포도를 가꾸어 얻은 이 술을 주님께 바치오니 구원의 음료가 되게 하소서. 성경에서 빵은 사람이 사는 데 곡 필요한 요소로 나옵니다(집회 20,21; 39,26). 빵은 “(생명의) 양식”으로, 인간의 생명 유지를 위한 필수품이었습니다(레위 26,26; 시편 105,16; 에제 4,16; 5,16). 실상 “빵을 먹는다”는 표현은 그냥 일반적으로 음식을 먹는다는 말이기도 했습니다(창세 31,54; 37,25/ 1열왕 13,8-9. 16-19). 이스라엘 백성은 정기적으로 제물을 바치고 희생 제사를 드릴 때(탈출 29,2; 레위 2,4-7; 7,13). 또 연중 축제의 시기에 거행하는 예식 때(레위 23,15-20) 빵을 만들어 예물로 바쳤습니다. 자신의 빵을 나눈다는 것은 자신을 하느님께 내어드림을 표현하는 개인적인 희생 제사였던 것입니다. 포도주도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의 일상에 자주 등장하는 필수품이었습니다. 종종 빵과 함께 포도주를 마셨고(판관 19,19; 10,5; 1사무 16,20; 시편 104,15), 축제날(1사무 25,36; 욥 1,13)과 손님을 위해서(창세 14,18) 포도주를 내놓았습니다. 빵과 마찬가지로 포도주도 이스라엘 희생 제사 때 바쳐 올렸습니다. 포도주는 성전에 십일조로 내야 하는 첫 소출 가운데 하나였습니다(느헤 10,36-39). 이스라엘의 감사 제사와 속죄 제사 때(탈출 29,38-41), 민수 15,2-15) 포도주를 제주 삼아 부었습니다. 희생 제자 예물과 그 예물을 바치는 사람 사이에는 밀접한 연관이 있기에, 빵과 포도주를 마시는 것은 자기 자신의 삶을 봉헌하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오늘날 미사에서도 우리는 빵과 포도주를 통해서 창조의 선물과 우리 노동의 결실, 미사 기도문의 표현대로 하자면 “인간의 손으로 땅을 일구어 얻은 소출”을 하느님께 돌려드립니다. 이 예식은 빵과 포도주를 바침으로써 우리의 모든 삶을 하느님께 내어드림을 뜻합니다. 사실 한 조각의 빵에도 씨 뿌리고 밭을 가는 힘든 노동, 수확하는 이의 이마에 맺힌 땀, 낟알을 탈곡한 팔에 묻어나는 피로, 뜨거운 화로 앞에서 반죽을 주무르는 이의 신음소리가 묻어납니다. 포도주 또한 일 년 내내 세심하게 관리되는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 열매로 만들기 때문에 일상의 노동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2021년 2월 7일 연중 제5주일 가톨릭제주 3면, 김경민 판크라시오 신부(서귀복자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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