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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치기신부님의 말씀산책] 우리 안에 부활시켜야할 아이들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4-04-28 조회수833 추천수14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우리 안에 부활시켜야할 아이들

 

우리 인간이 이 한세상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가장 큰 상실, 가장 깊은 슬픔, 가장 큰 고통은 아마도 자식을 앞세우는 사별(死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새싹 같던 아이들, 꽃잎 같던 아이들을 잃고 울부짖고 계시는 부모님들 앞에 그 어떤 위로의 말도 소용이 없습니다.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유족들 지금 제일 힘든 일은 밥숟가락 드는 일이겠지요. 아직도 아이의 생사를 모르는데, 아이는 아직도 저리 시퍼런 바닷물 속에 갇혀있는데, 아이가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는데, 해는 어제처럼 또 다시 떠오르고, 아직도 나는 살아서 이 참혹한 하루를 보낸다는 것이 정말이지 괴로운 일이겠지요.

 

그러나 아무리 괴로워도 견뎌내셔야 합니다. 힘내셔야 합니다. 조금씩이라도 드셔야 합니다. 그래야 이 기막힌 현실에 맞설 수 있습니다. 그래야 무고한 우리 아이들 영혼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습니다.

 

희생자, 실종자 가족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단장(斷腸)’의 슬픔에 잠겨있습니다. 이 땅 위의 한 존재로, 교육계 종사자로서 살아있다는 것이 정말이지 부끄럽고 죄스럽습니다.

 

때로 하루를 살아낸다는 것, 별 것 아닌 것으로 여겼는데, 요즘 우리에게 그 하루를 견뎌낸다는 것이 참으로 끔찍하고 혹독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하루를 버텨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굴욕과 좌절, 눈물과 죄책감이 요구되는지 모릅니다.

 

정말 큰 위기 앞에 서있는 우리나라입니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입니다. 희생자, 유가족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온 몸에 받은 큰 상처, 이 큰 분노, 이 큰 서글픔을 어떻게 감당해나갈 것인지 걱정이 큽니다.

 

우리 신앙인들의 역할이 크게 요구되고 있습니다. 위로자이자 치유자이신 예수님의 역할이 지금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요구되고 있습니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큰 슬픔 속에 잠겨있는 이웃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노력, 그분들의 슬픔을 내 슬픔으로 여기고 그분들과 함께 눈물 흘리는 모습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우리의 하느님은 철저하게도 연민’(compassion)의 하느님이십니다.

 

연민을 뜻하는 영어 단어(compassion)는 라틴어 파티’(pati)’(cum)에서 파생된 말입니다. 두 단어를 합치면 함께 괴로워하다’ ‘함께 고통 받다라는 의미가 됩니다.

 

진정한 연민의 마음은 우리를 상처 입은 영혼에게로 파견합니다. 고통 받고 있는 사람의 내면으로 들어가라고 강조합니다. 아픔과 두려움, 혼돈과 고뇌를 함께 나누라고 촉구합니다. 함께 울부짖고, 함께 슬퍼하며, 함께 눈물 흘리라고 요구합니다.

 

우리는 어떤 순간에 진정한 마음의 위로를 얻습니까? 인간의 언어는 늘 한계가 있습니다. 아무리 달콤한 위로의 말로도 내 깊은 슬픔은 가시지 않습니다. 그 어떤 가치 있는 보상으로도 내 이 큰 고통은 가시지 않습니다.

 

오직 단 한 가지 해결책이 있을 따름입니다. 한 존재를 통한 위로입니다. 누군가가 지속적으로 내 곁에 현존함을 통한 위로입니다. 같이 아파하고 같이 눈물흘림을 통한 위로입니다.

 

부활시기에 늘 떠오르는 묵상꺼리가 있습니다. 제게 너무나 소중한 가르침과 깨달음을 선물로 남겨주신 스승님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그분께서 세상을 떠나신지 벌써 10년 세월이 훌쩍 지났습니다. 그러나 묘한 일이 한 가지 생겼습니다. 이제 훌훌 육신의 옷을 벗어버린 그분이기에 더 이상 그분의 인자한 모습을 이 세상에서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더 이상 그분의 따뜻한 음성을 들을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를수록 제 마음 안에 그분의 이미지는 점점 더 크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분께서 살아생전 지니고 계셨던 따뜻한 품성과 온화한 마음, 설득력 있는 가르침은 점점 더 저를 사로잡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스승님은 비록 이 세상을 떠나셨지만 사실은 제 안에 아직도 살아 숨 쉬고 계십니다. 물리적인 의미에서 그분은 죽으셨지만 영적인 의미에서는 아직도 제 안에 살아있습니다. 어쩌면 그분은 제 안에서 부활하셨습니다.

 

무고한 아이들의 희생으로 가슴 미어지는 날들입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꽃잎 같은 우리 아이들이 깔깔 웃으면서 거짓말처럼 우리 앞에 나타나주면 정말 좋겠습니다. 정말이지 다들 그렇게 돌아와 주면 좋겠습니다.

 

이승에서의 인연을 끝낸 유가족들, 정말 힘겹겠지만 어떻게 해서든 어서 빨리 마음을 추스르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부디 먼저 떠난 아이들이 남아있는 유가족들에게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꼭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두고두고 원통해하면서 건강 상하는 것 절대 원치 않을 것입니다. 식음 전폐하다가 큰 병 얻는 것 절대 원치 않을 것입니다. 빨리 일어서실 것을 간절히 원할 것입니다. 너무나 짧아서 아쉽고 슬픈 삶이었기에 자신들이 못 다한 삶을 유가족들이 대신해서 더 열심히 살아줄 것을 진심으로 원할 것입니다.

 

정말 이해 못할 세월, 정말이지 해도 해도 너무한 세월이지만 이 시대가 우리 신앙인들에게 부여하는 사명이 한 가지 있습니다. 우리 안에 그 사랑스런 아이들을 부활시키는 일입니다. 그들의 희생을 결코 잊지 않는 일입니다. 그들의 못 다한 꿈을 우리가 대신 실현시키는 일입니다. 채 피워내지 못한 그들의 꽃 봉우리는 우리가 대신해서 가꿔가는 일입니다. 그것이야말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바일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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