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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거짓의 어둠을 직시하자./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인영균끌레멘스신부님 부활 제2주간 수요일(2014년 4월 30일)
작성자이진영 쪽지 캡슐 작성일2014-04-30 조회수1,061 추천수16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제1독서

<여러분께서 감옥에 가두신 그 사람들이 지금 성전에서 백성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 사도행전의 말씀입니다. 5,17-26

복음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3,16-21

 

 

 

 

부활 제2주간 수요일(2014년 4월 30일) 거짓의 어둠을 직시하자

이곳 왜관에는 이틀 동안 내내 비가 내렸습니다. 비가 이리 아픈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아픈 비이기에 수도원 정원의 예쁜 철쭉 꽃들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형형색색 떨어진 꽃들이 눈에 밟힙니다. 비에 젖은 땅을 수놓고 있는 떨어진 꽃들은 눈이 시리도록 슬펐습니다.
세월호에서 죽어간 이들도 떨어진 꽃들처럼 눈에 서벅서벅 밟힙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세월호 사고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고의적인 ‘살인’이라는 생각까지 듭니다. 세상이 점점 무서워집니다. 사람들을 살려낼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들을 정말 아무 것도 안한 채 방치하고 있다가 결국 차디찬 어두운 물속에 수장시켰습니다.
단원고 한 아이가 죽기 직전 스마트픈으로 찍은 ‘아이들이 보내온 두 번째 편지’라는 동영상을 보았습니다. 죽음 직전까지 내몰려 있는 지도 모른 채 아이들은 선실에 갇혀 “엄마 보고 싶다”며 울먹이기도 하고 “살아서 만나자”며 서로 위로도 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정말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또 미안합니다.
고개를 들 수가 없습니다.

하느님은 이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예수님을 이 세상에 빛으로 보내셨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빛보다 어둠을 더 사랑하였습니다. 어둠 속에 있으면 자신이 어둠인 줄도 모릅니다.
어둠의 속성은 거짓이기 때문입니다. 거짓은 더 많은 거짓을 잉태합니다. 심지어 어둠은 자신을 빛으로 압니다. 그러나 참 빛이신 예수님은 거짓의 어둠을 직시하셨습니다.
빛 앞에 어둠은 그 정체가 탄로납니다. 빛은 진리입니다. 진리의 빛은 거짓의 어둠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세월호 사건을 잊으려고 합니다. 카톡으로도 ‘그만 잊으라’는 문자를 받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러나 망각은 거짓의 어둠에 굴복하는 것입니다. 아니, 망각은 어둠의 동조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침묵도 마찬가지입니다.
거짓과 불의의 어둠에 귀를 막고 입을 다문다면 우린 어둠의 동조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분노의 노예는 되지 맙시다. 분노도 또한 어둠이기 때문입니다. 분노에 갇힌다면 어느새 우리 자신도 어둠의 동조자가 됩니다.

무엇보다도 마음을 모아 주님께 기도합시다. 기도하는 사람에게만 주님은 진리의 빛으로 오십니다. 진리의 빛이신 주님이 함께 계셔야지만 우리는 우리 내면과 우리 외부의 어둠을 직시할 수 있고, 우리의 인간적인 분노도 맑은 분노, 빛의 분노, 진리의 분노로 정화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진리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도 기억합시다.

“악을 저지르는 자는 누구나 빛을 미워하고 빛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그러나 진리를 실천하는 이는 빛으로 나아간다”(요한 3,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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