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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람이 먼저다 - 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성 요셉 수도원)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4-05-01 조회수1,083 추천수14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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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1일 오전 6:42

2014.5.1. 목요일 노동자 성 요셉 기념일

창세1,26-2,3 마태13,5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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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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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으로 빛나는 성모성월 5월 첫날,

우리 요셉수도원은 수도원의 주보성인인 요셉을 기억하면서 노동자 성 요셉 기념 미사를 봉헌합니다.

성모성월 성모님의 달 첫날을 활짝 연 성 요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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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말씀을 묵상하면서 떠오른 주제는 '사람이 먼저다'입니다.

99마리 양을 놔두고 잃은 양 1마리를 찾아 나선 목자의 비유 역시 사람이 먼저 임을 상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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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노동이 먼저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입니다.

돈이 먼저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입니다.

오늘날 자본과 권력이 먼저인 세상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합니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새삼 깨닫는 진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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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생명은 아무리 돈을 들여도 살릴 수 없습니다.

일하지 않으면 먹지말라는 말이 금언처럼 여겨졌지만 반만의 진리입니다.

일하고 싶어도 일하지 못하는 부득이한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 사람은 누구가 먹고 살 권리가 있고 국가와 이웃들은

이들을 먹도록 해줘 인간존엄과 품위를 지켜줘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저는 사람이 먼저다 라는 관점에서 세 측면에 걸쳐 노동과 관련하여 묵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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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기도와 노동입니다.

노동과 기도가 아니라 기도와 노동입니다.

하느님이 먼저고 노동이 다음입니다.

이래야 일 중독이 되지 않고 균형잡힌 일과에 사람 중심의 노동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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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분도수도회의 모토도 기도하고 일하라입니다.

노동자 성요셉은 누구보다 기도의 사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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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은 목수의 아들이 아닌가?"라는 복음에서 보다시피 요셉의 직업은 노동자 목수임이 들어납니다.

기도와 일이 균형잡혀 있을 때 일도 기도가 되고 무수한 하느님 체험에 삶의 지혜입니다.

영육으로 건강한 전인적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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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이 어디서 저런 지혜와 기적의 힘을 얻었을까? 저 사람이 어디서 저 모든 것을 얻었지?"

질시 가득한 고향 사람들의 예수님에 대한 반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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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들이 간과한 것이 있습니다.

양부 요셉의 거룩한 삶입니다.

부모의 삶을 그대로 보고 배우는 자녀들입니다.

분명 예수님은 기도와 일이 조화된 삶을 사신 양부 요셉을 모시고 목수일을 배우면서

더불어 기도와 믿음, 지혜와 모든 무형의 자산을 얻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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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쉼과 노동입니다.

노동과 쉼이 아니라 쉼과 노동입니다.

휴(休)와 여(餘)를 잃어가는 현대인들이요 이에서 파생되는 무수한 심신의 질병입니다.

휴식, 휴가, 휴면, 여유, 여가, 여백, 여흥 등 휴(休)가 여(餘)가 있고 노동입니다.

사람이 먼저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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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하느님이심이 오늘 1독서 창세기에 환히 들어납니다.

예수님 역시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요한15,1ㄴ)고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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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은 엿새 동안 창조의 일을 하신 후에는 관상적 쉼의 시간을 가지셨습니다.

막연한 쉼이, 휴식이 아니라 관상적 쉼이자 휴식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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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께서는 하시던 일을 모두 마치시고 이렛날에 쉬셨다.

하느님께서 이렛날에 복을 내리시고 그날을 거룩하게 하셨다.'

거룩한 관상적 휴식의 시간임을 깨닫습니다.

이래야 심신의 회복이요 일중독에 빠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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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서 보시니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이 참 좋았다.'

하느님은 창조 과정의 노동 중에도 틈틈히 관상적 휴식을 취하시면서 감상 시간을 가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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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놀이와 노동입니다.

'일과 놀이' 출판사 이름을 보면서 참 기발하다는 생각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놀이는 공부입니다.

놀이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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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마찬가지입니다.

역시 노동이 먼저가 아니라 놀이가 먼저입니다.

잘 놀아야 잘 일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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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도 심심하면 하늘 화판에 온갖 색깔로 그림을 그리며 노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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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어린시절에는 참 놀이도 많았습니다.

돈 한푼 들이지 않고 놀 수 있는 자연 안에서의 놀이였습니다.

오늘날은 아이들은 놀 시간도 없고 놀 놀이도 부족합니다.

대부분의 학교가 방과후에도 텅 비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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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놀 시간도 놀 놀이도 놀 방법도 모릅니다.

불건전한 게임이나 도박이 아닌 심신의 긴장을 풀면서 피로를 회복할 수 있는 건전한 놀이 시간의 마련이 화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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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한 형제의 전화에 몹시 기뻤습니다.

기쁨에 찬 활기 넘치는 음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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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전번 주말에 결혼식이 있는 회관에서 토, 일, 양일간 주차 관리를 하면서 12만원 벌었습니다.

정장을 하고 부지런히 이리뛰고 저리뛰면서 열심히 일했습니다.

점심은 뷔페로 맛있게 먹었습니다.

5년 만에 이렇게 제 몸으로 일해 돈을 벌어 보기는 처음입니다.

앞으로도 닥치는 대로 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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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학을 나온 형제인데 이런저런 사유로 오랜 동안 방황했던 형제입니다.

몸 노동을 통해서 노동의 진실을 깊이 체험한 듯 했습니다.

얼마나 반갑고 기쁜지 한껏 격려하면서 기쁨을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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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수 있는 이들은 일해야 합니다.

그러나 분명히 마음 깊이 새겨야 할 '사람이 먼저다' 라는 말마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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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은 이 거룩한 관상적 휴식의 미사를 통해 우리의 심신을 새롭게 충전시키시어

오늘 하루에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해 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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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저희 손이 하는 일에 힘을 실어 주소서"(시편90,17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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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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