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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과 함께 하는 삶 - 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성 요셉 수도원)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4-05-03 조회수950 추천수8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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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5.3. 토요일 성 필립보와 성야고보 사도 축일

1코린15,1-8 요한14,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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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과 함께 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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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농촌은 거의 독거 노인들입니다.

노인 부부가 있는 경우는 드물고 거의가 할머니들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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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얼마나 부지런한지 모릅니다.

매일 고구마 심기 품을 팔러 더니거나 고사리를 뜯곤 합니다.

품을 팔아야 손에 돈을 쥐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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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쉴 때는 두 세분들이 앉아서 정담을 나누는 풍경도 참 넉넉해 보입니다.

어느 분은 사람이 그리워

대문을 활짝 열어 놓고 마루에 앉아 문 앞 길을 다니는 사람들을 보곤 합니다.

이 할머니들이 함께 이야기 나누는 모습들을 보면

'못난이들은 얼굴만 봐도 즐겁다'라는 어느 시인의 싯귀도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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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읽은 재미있는 글 일부를 인용합니다.

-엊저녁 자기는 뽀비네(강아지 이름) 아짐 집에서 드물댁과 놀았단다.

“뭐하고 놀았노?” 물었더니

“나는 지 보고 지는 나 보고 그랬지 뭐.”

못 생겼어도 잘났어도 한 동네에서 30여년 살다보면 언제 봐도 낯설지 않아 편하단다.

또 그 나이되면 “잘난 년이나 못난 년이나” 매한가지여서

상대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자기 얼굴을 들여다보는 거란다.

삶의 지혜를 담은 얘기다.-(휴천재 일지에 나오는 전순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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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이들이라면 상대방의 얼굴을 통해 나도 보고 주님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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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에서 아버지를 보여달라는 필립보에게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필립보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나를 본 사람은 아버지를 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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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사 우리를 향한 말씀 같습니다.

수십년을 주님의 집인 수도원에 살면서

예수님도 아버지도 모르느냐고 질책하시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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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수 있습니다.

생각 없이 살면, 끊임없는 기도로 깨어살지 않으면

예수님도 예수님을 통해 아버지도 만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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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체험도 새롭습니다.

단식피정 일과 중 오후에는 1시간 반 정도 산에 가서 고사리를 뜯습니다.

이렇게 고사리를 뜯어 보기는 생전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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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제일 많이 뜯었는데 그 비결은 이러합니다.

땅을 보며 고사리를 뜯다가 잘 안 보이면,

허리를 펴고 가슴 활짝 열어 하늘을 보며 마음을 비운 후, 땅을 보면

안 보이던 고사리들이 보여 한 자리에서 많이 뜯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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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보고, 땅보고'의 이치는 그대로 '기도하고 일하고'와 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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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필립보에게 부족했던 점은 분명 이것이었을 것입니다.

끊임없는 기도로 깨어 눈이 열렸었다면

예수님도, 예수님을 통해 아버지도 알아봤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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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만 열리면 길도 진리도 생명도 하늘문도 바로 지금 여기 있음을 깨닫습니다.

늘 함께 계신 주님이기 때문입니다.

눈이 닫혀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요 하늘문이신 주님을 여기 놔두고 엉뚱한 곳에서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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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친히 말씀하십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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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눈만 열리면 이런 예수님과 늘 함께 하는 우리의 삶임을 깨닫습니다.

방황하지도, 거짓의 유혹에 빠지지도, 죽음의 세상 우상에 현혹되지도 않을 것입니다.

깨어있을 때 부활하신 주님의 발현을 체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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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독서의 사도들은 분명 부활하신 주님을 그리며 깨어있었을 것입니다.

'그다음에는 야고보에게, 또 이어서 다른 모든 사도에게 나타나셨습니다.

맨 마지막으로는 칠삭둥이 같은 나에게도 나타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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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부활하신 주님의 발현체험도

깨어있는 이들에게 주신 주님의 은총의 선물임을 깨닫습니다.

아무리 깨어있어도 주님께서 나타나시지 않으면 체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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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시간,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주님과 깊은 일치를 이루는 복된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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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2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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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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