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부활,치유의사건/성베네딕도 왜관수도원 인영균끌레멘스신부님 부활 제3주일(2014년 5월 4일 - 석전 성당)
작성자이진영 쪽지 캡슐 작성일2014-05-04 조회수887 추천수14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죽음에 사로잡혀 계실 수가 없었습니다.>
▥ 사도행전의 말씀입니다. 2,14.22ㄴ-33

 

제2독서

 

<여러분은 티 없는 어린양 같으신 그리스도의 고귀한 피로 해방되었습니다.>
▥ 베드로 1서의 말씀입니다. 1,17-21

 

복음


<빵을 떼실 때에 예수님을 알아보았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4,13-35

 

 

 

부활 제3주일(2014년 5월 4일 - 석전 성당) 부활, 치유의 사건

이번 부활은 일 년 가운데 가장 큰 잔칫날이지만 우울하기만 합니다.
진도 앞 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 때문입니다.
수많은 사람들, 그 가운데서도 어린 영혼들이 우리 곁을 너무나도 황망히 떠났습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들의 시신조차 찾지 못해 애통해 하고 있습니다.
어제 어린이 미사 때 주일학교 선생님이 강론을 하면서, 5월 8일 어버이날에 엄마 아빠한테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라고 어린이들에게 가르쳐주었습니다. 이 말을 들으면서 저는, 이번 어버이날부터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줄 아이들을 잃은, 그 누구도 카네이션을 달아줄 수 없는 부모들이 생각이 났습니다.
가슴이 참 아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절망과 고통 속에서 힘들어 하
는 이들을 만납니다.
바로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들입니다.
이 사람들은 이스라엘을 구원할 메시아와 구세주로 알았던 예수님이 비참하게, 그것도 십자가에 달려 살해당하자 모든 꿈과 희망이 물거품으로 변해 실의에 차 어깨가 축 늘어진 채 고향으로 돌아가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돌아가신 줄만 알았던 예수님이 이 사람들과 동행하십니다.
이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직후 서로 말합니다.
“길에서 말씀하시고 성서를 풀이해 주실 때 우리 마음이 뜨거워지지 않던가?”

우리는 어떤 것에 깊은 감동을 받으면 마음이 뜨거워집니다.
오늘 제자들의 마음에도 불길이 활활 타올랐습니다. 그래서 뜨거웠던 것이었습니다.
인간적 머리로는 도무지 이해하지도 알아듣지도 못했던, 자신들한테는 상처밖에 안 되었던 예수님 죽음의 의미를 심장으로 깨달았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당신 말씀으로 그리고 빵을 떼어주시면서 바로 당신 사랑의 불을 상처입어 아파하는 제자들 마음에 붙이셨습니다.
이 사랑의 불을 체험하자 이 제자들은 차가운 머리의 사람에서 이제 뜨거운 심장의 사람으로 바뀌었습니다.
상처가 치유된 것입니다.

세월호의 상처는 너무나도 큽니다. 온 국민이 아파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서울 지하철 사고로 두려움이 더욱 커지고 있지요. 또 무슨 더 큰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하며 겁을 내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큰 상처입니다. 또한 우리는 살아가면서 상처를 입지 않는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삶의 여정은, 어떻게 보면, 상처를 주고 받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다들 아프다고 호소합니다.
또 상처입을까봐 무서워합니다. 피합니다. 상처를 보지않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보다 더 상처입은 분이 계십니다. 누구일까요?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우리보다 더 많이 더 깊이 상처를 입으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보다 더 깊이깊이 아프셨습니다.
이런 예수님은 3일만에 제자들의 상처입은 마음을 어루만져 주셨습니다.
피가 흐르는 그 심장을 뜨거운 당신 심장으로 안아주셨습니다. 당신의 말씀과 당신의 현존으로 안아주셨습니다. 우리보다 더 아프신 분이 상처입은 사람들의 마음을 안아주셨습니다.

그래서 부활 사건은 치유의 사건입니다. 더 상처입은 사람의 심장이 덜 상처입은 사람의 심장을 보듬어 안아주는 치유 사건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우리는 어디서 만날 수 있겠습니까?
바로 진도 앞바다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한 순간에 잃은 사람들 안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눈물을 삼키고 있는 이 사람들 안에서 주님은 함께 하십니다.
그분들의 아픔을 함께 느끼며 함께 걸어가십니다.

여기 있는 우리도 주님처럼 상처입은 우리 이웃의 동행자, 뜨거운 사랑의 심장을 지닌 사람이 됩시다.
분명 우리도 다 같이 상처입은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그분들보다는 덜 아픈 사람들입니다.
덜 아픈 사람이 더 아픈 사람의 상처를 안을 수 있는 것입니다.
우선 그분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그리고 이 사건을 잊지 맙시다. 벌써 사람들은 잊으려고 합니다.
방송에서도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뜨거운 심장으로 함께 하시는 것처럼,
우리도 그분들과 함께 걸어갑시다.
우리가 동행할 때 우리의 상처는 그분들의 상처 안에서 치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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