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 - 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성 요셉 수도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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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명준 | 작성일2014-05-05 | 조회수698 | 추천수9 | 반대(0) 신고 |
(십자성호를 그으며) . . .
2014.5.5. 부활 제3주간 월요일 사도6,8-15 요한6,22-29 . .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 . . 어제는 익산에서 제일 크다는 5일장 시골장을 구경하였습니다. 교편생활 시절 마음이 착잡할 때 마다 시장을 찾아 활력을 회복하던 기억이 새롭게 떠올랐습니다. 퇴근할 때 마다 시장을 통과해 집에 오던 때도 많았습니다. 사치스런 생각은 말끔히 걷히고 삶은 추상이 아니라 구체적 실재임을 온 몸으로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 어제도 시장에서 참으로 살아있는 사람들을 많이도 만났습니다. 자연 그대로의 꾸밈없는 모습들이었습니다. 온통 시장은 먹을 것 천지였습니다. 먹을 것을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듯 했습니다. 새삼 사는 일은 먹는 일임을 깨닫습니다.
. 단식피정을 하면서도 먹는 일이 없으면 무슨 재미로 살겠는지, 참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을 것이란 생각도 했습니다. 사는 것은 결국 일하는 것과 먹는 것으로 요약되는 것 같았습니다.
. 단식피정 중 깨달은 사실은 식이 약이요 기도라는 사실입니다. 또 대체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잘' 먹는다는 것입니다. '적게' '못' 먹어서 병이 나는 게 아니라 '많이' '잘 '먹어서 병이 난다는 것입니다.
. 여기서 너무 많은 음식이 낭비됨을 깨닫습니다. 배는 '가볍게' 때로 '쉬게' 해 줌이 필요함을 깨닫습니다.
. 이런 현실을 바탕으로 하여 오늘 말씀을 묵상합니다. 주님은 오늘 복음에서 말씀하십니다.
. "너희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 그 양식을 사람의 아들이 너희에게 줄 것이다.“
. 썩어 없어질 양식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썩어 없어질 양식 또한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선물이니 오히려 이를 통해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려야 할 것입니다.
.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으로 산다'라는 대목에서 이미 빵이 전제되듯 썩어없어질 양식도 이미 전제되고 있습니다. 다만 썩어 없어질 양식에 절대를 두지 말라는 것이요 우선적으로 추구해야할 바 하느님이요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이라는 것입니다.
. 이래야 사람은 하느님 모상대로 창조된 존엄한 품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에 초점을 둘 때 저절로 식욕의 절제요 썩어 없어질 양식에 마음을 빼기거나 휘둘리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 하느님 주신 자연에서 하느님 주시는 곡식과 채소와 과일의 선물들인데 이를 주신 하느님을 잊는다는 것은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어리석은 일인지요!
. 여기 농촌에서 일하는 분들의 모습이 죄하나 없는 수도승이 모습이지만 결정적으로 하나 빠진 것이 있다면 '하느님'과 '기도'입니다. 하느님과 기도만 있으면 그대로 '기도하고 일하라'모토에 맞는 익명의 수도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 사는 것이 '하느님'이, '기도하는 것'이 빠진, '일하는 것', '먹는 것' 뿐이라면 인생은 얼마나 허망하겠는지요. 사실 하느님과 기도가 빠지면 진정한 자유도 안식도 잃습니다.
. 일하는 것, 먹는 것, 기도하는 것이 삼위일체 하나가 될 때 비로소 존엄한 품위의 온전한 인간입니다.
. 아드님이 우리에게 주시겠다는 영원한 양식은 바로 성체성사의 기도를 통해 모시는 말씀과 성체를, 또 기도와 믿음에서 오는 내적 확신과 깨달음을 의미합니다.
. 말씀과 기도를 통해 아드님께서 주시는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을 때 비로소 세상 썩어 없어질 양식에 마음 뺏기지 않고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 "하느님의 일은 그분께서 보내신 이를 너희가 믿는 것이다.“
. 그 무슨 세상의 일보다 하느님의 일에, 그분께서 보내신 이를 믿는 일에, 우선을 둘 때 썩어 없어질 양식에 마음 뺏기는 일도 없을 것이며 비로소 참 자유와 안식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 바로 사도행전의 스테파노가 이의 모법입니다. '그 무렵 은총과 성령이 충만한 스테파노는 백성 가운데에서 큰 이적과 표징들을 일으켰다. 그 누구도 그의 말에서 드러나는 지혜와 성령에 대항 할 수가 없었다.‘
. 우선적으로 하느님의 일에,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는 일에 힘쓴 스테파노 였기에 주님께 이런 은사를 받았음이 분명합니다. 천사의 얼굴처럼 빛나는 스테파노의 모습은 그대로 영원한 생명의 빛을 반사하는 모습입니다.
. 부활하신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영원한 생명을 선사하시어 우리 모두 썩어 없어질 양식에 마음 뺏기지 않고 참 자유와 안식을 누리며 살게 하십니다.
. "행복하여라, 주님의 가르침을 따라 사는 이들!"(시편119,1).
.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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