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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14-05-06 조회수1,043 추천수8 반대(2)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4년 5월 6일 부활 제3주간 화요일
 

 

"I am the bread of life;
whoever comes to me will never hunger,
and whoever believes in me
will never thirst."

(Jn.6,35)

 

 

 

제1독서 사도 7,51―8,1ㄱ
복음 요한 6,30-35


어렸을 때, 흙을 가지고 많이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모래가 쌓여있는 곳이면 동네의 모든 아이들이 모여서 모래를 가지고 여러 가지 놀이를 했습니다. 모래를 퍼 다가 옆으로 나르는 놀이, 모래에 나뭇가지를 하나 세워 놓고서 쓰러지지 않게 모래를 조금씩 더는 놀이, 조그만 성곽을 만드는 것 등등 부드러운 모래를 가지고서 할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했고, 아침부터 저녁때까지 그리고 뙤약볕에서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았습니다. 그런데 만약 누군가가 그냥 모래 있는 곳에서만 놀아야 한다고 명령하면 어떨까요? 과연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 수 있을까요? 명령에 의한 놀이는 진정한 놀이가 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자유가 전제될 때에만 마음껏 놀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예를 들어보지요. 어떤 회사의 사장님께서 오랜만에 등산을 갔습니다. 그런데 너무나 좋은 것입니다. 맑은 공기를 마시고, 또한 운동도 되면서 모든 스트레스를 내려놓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좋은 것을 자기 혼자만 누려서는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직원들에게 이야기해서 한 달에 한 번은 의무적으로 주말에 등산을 가는 규정을 만들었습니다.

과연 직원들이 기뻐했을까요? 등산이 좋다는 것은 알지만 자유가 있지 않은 등산은 그 어떤 기쁨을 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사장님은 그렇지 않지요. 사장님은 자신의 자유의지가 들어있기 때문에 기쁘게 이 규정을 이행할 것입니다.

자유의지란 이렇게 중요합니다. 자유의지가 억압된 곳에서는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할지라도 어떤 만족을 얻기가 힘들기 때문이지요. 오늘 복음에서 군중은 예수님께 따지듯 묻습니다.

“무슨 표징을 일으키시어 저희가 보고 선생님을 믿게 하시겠습니까?”

이 사람들은 마치 지금까지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은 것처럼 또 다른 기적을 요구하지요. 게다가 이들은 기적을 일으키는 선택권이 주님이 아니라 자신들에게 있는 것처럼, 자기네 조상들에게 내렸던 것과 같은 표징을 보여 달라고 요구합니다. 어쩌면 자신들에게 좋은 것만 알아서 달라는 요청이 아닐까요? 우리에게 주신 자유의지를 포기하고 대신 무조건 최고의 것을 알아서 달라는 욕심들, 그러나 과연 최고의 것을 받아도 이것이 최고의 것임을 깨달을 수 있을까요?

이렇게 스스로의 주어진 자유의지를 활용하지 못해서 하느님께서 주신 최고의 것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어떠한 표징도 필요가 없게 됩니다. 생명의 빵을 매 미사 때마다 받아 모셔도 그 빵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없겠지요.

우리에게 주어진 소중한 선물인 자유의지를 가지고 주님을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미 우리에게 주신 그 많은 것들이 얼마나 감사한 지를 깨닫게 될 것이며, 동시에 주님이야말로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는 최고의 분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내가 모르는 사정이 있겠지 생각하고, 나에게는 엄격하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요. 반대로 하죠. 다른 사람에겐 엄격하고 자신에겐 관대하잖아요. 관계를 맺을 땐, 상대에게 내가 모르는 수많은 사연이 있을 거라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합니다(신영복).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언젠가 어떤 할아버지의 하소연을 소개해 드린 적이 있었을 것입니다. 이 할아버지께서는 제게 자신의 아내가 빨리 하늘나라에 갈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고 부탁하시더군요. 사실 할머니께서 치매와 중풍을 앓고 계시기에, 간호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요. 그러나 매일 미사에 함께 손을 잡고 나오시는 등, 사랑을 많이 보여주신 할아버지이시기에 할머니가 빨리 죽을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는 부탁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얼마나 힘드시면 그럴까?’라는 생각도 들었지요.

그런데 할아버지께서 제게 그런 기도를 부탁하신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암으로 이 세상에서의 삶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것이었지요. 즉, 자신이 없으면 누가 자기 아내를 보살피겠냐면서 자신이 끝까지 돌볼 수 있도록 먼저 할머니가 돌아가셔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참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생각하게 되더군요. 과연 우리 사회는 이 할아버지가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도록 하는 사회일까요? 자신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회, 그래서 사랑이 넘쳐나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번 세월호 선박 침몰 참사는 많은 이들에게 커다란 슬픔을 안겼습니다. 선박에서 희생된 많은 영혼들과 그 유가족들, 또한 안타까운 사연에 전 국민이 슬피 울었습니다. “이 나라가 내 자식을 버렸기 때문에 나도 이 나라를 버리겠다.”는 어느 학부모의 절규에 많은 이들이 공감합니다. 왜냐하면 사고가 나면 바꾸는 시늉만 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또 다시 참사가 되풀이되는, 이 지독한 악순환의 고리를 더 이상 보기 싫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우리 모두의 힘으로 끊어야 합니다. 정치하는 사람만이, 돈 많고 능력 많은 사람에게만 맡기고 나와는 상관없다는 듯이 외면하는 무관심이 아니라,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마음을 모아서 악순환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인천교구는 내일(5월 7일 수요일) 오전 10시에 답동 주교좌 성당에서 세월호 침몰 희생자들을 위한 위령미사가 봉헌됩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 하셔서 희생자 영혼을 위로하고, 또 가족들에게는 힘을 북돋아주고, 그리고 우리 모두의 마음을 무관심이 아닌 진정한 사랑으로 하나 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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