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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표징은 믿음을 요구한다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4-05-07 조회수912 추천수6 반대(0) 신고



2014년 가해 부활 제3주간 목요일


<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


복음: 요한 6,44-51





이 사람을 보라(Ecce Homo)


카라바죠(Caravaggio) 작, (1606), 제노바 롯소궁전


     < 표징은 믿음을 요구한다 >

            

    시장 통 작은 분식점에서 찐빵과 만두를 만들어 파는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어느 일요일 오후, 아침부터 꾸물꾸물하던 하늘에서 후두둑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소나기였습니다. 그런데 한 시간이 지나도 두 시간이 지나도 그치기는커녕 빗발이 점점 더 굵어지자 어머니는 서둘러 가게를 정리한 뒤 큰길로 나와 우산 두 개를 샀습니다.

그 길로 딸이 다니는 미술학원 앞으로 달려간 어머니는 학원 문을 열려다 말고 깜짝 놀라며 자신의 옷차림을 살폈습니다. 작업복에 낡은 슬리퍼, 앞치마엔 밀가루 반죽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습니다.

안 그래도 감수성 예민한 여고생 딸이 상처를 입을까 걱정된 어머니는 건물 아래층에서 학원이 파하기를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한참을 서성대던 어머니가 문득 3층 학원 창가를 올려다봤을 때, 마침 아래쪽의 어머니를 내려다보고 있던 딸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어머니는 반갑게 손짓을 했지만 딸은 못본 척 얼른 몸을 숨겼다가 다시 삐죽 고개를 내밀고, 숨겼다가 얼굴을 내밀곤 할 뿐 초라한 엄마가 기다리는 걸 원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슬픔에 잠긴 어머니는 고개를 숙인 채 그냥 돌아섰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어머니는 딸의 미술학원에서 학생들의 작품을 전시한다는 초대장을 받았습니다. 딸이 부끄러워할 것만 같아 한나절을 망설이던 어머니는 저녁때가 되어서야 이웃집에 잠시 가게를 맡긴 뒤 부랴부랴 딸의 미술학원으로 갔습니다.

끝나 버렸으면 어쩌지....”

다행히 전시장 문은 열려있었습니다. 벽에 가득 걸린 그림들을 하나하나 훑어보던 어머니는 한 그림 앞에서 그만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란 제목의 그림 속에는, , 우산, 밀가루 반죽이 허옇게 묻은 앞치마, 그리고 낡은 신발이 고스란히 담겨있었습니다. 그날 딸은 창문 뒤에 숨어서 우산을 들고 서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화폭에 담고 가슴에 담았던 것입니다.

어느새 어머니 곁으로 다가온 딸이 곁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모녀는 그 그림을 오래오래 바라보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모습으로...

[TV동화 행복한 세상,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

   

어머니는 어렸을 때 저에게 나는 너를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느 때 지독하게 야단을 맞거나 크레파스 살 돈도 주지 않으실 때는 정말 내가 주워온 자식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태어나서 해 본 생각 중에 가장 무섭고 섬뜩한 것이었습니다. 내가 고아일 수도 있다는 것. 그러나 나이가 들어서야 그 다리가 어머니의 그 다리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사실 친자소송을 하는 가운데 30% 정도가 아버지가 다르게 나온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부모님이 나의 참 부모님임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그런 확신을 가질 수 있었을까요?

우리는 지금까지 표징에 대해 이야기해 왔습니다. 표징은 사랑이 보이지 않기에 누군가의 그 사랑을 보여주는 증표임을 알았습니다. 가장 완전한 하느님 사랑의 표징이 그리스도이시고, 또 그리스도의 가장 완전한 사랑의 표징이 성체-성혈입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모두 그리스도를 나의 구원자시요, 하느님을 나의 아버지라 여기지는 않습니다. 그 차이는 바로 믿음에서 오는 것입니다. 표징은 그 보이지 않는 사랑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형태로 표현된 것이기에, 표징은 반드시 그것을 보는 이들의 믿음을 요구하는 속성이 있는 것입니다.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이미 말한 대로, 너희는 나를 보고도 나를 믿지 않는다.”

따라서 생명의 빵은 그것을 믿는 이들에게만생명을 줍니다. 우리도 부모님을 아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믿는 것입니다. 부모님이 우리에게 보여주신 수많은 표징을 통하여 결국엔 부모님이 참 부모님임을 믿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불안을 떨치기 위해 부모님의 사랑을 시험합니다. 그때마다 부모님은 부모님이 아니시면 보여줄 수 없는 엄청난 사랑으로 우리에게 당신이 참 부모님이심을 입증하십니다. 우리는 그런 표징들을 우리 가슴에 새기며 누구에게 버려진 사람이 아닌 귀한 자녀임을 알고 마음 편안해집니다.

이처럼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표징, 십자가의 사랑, 성체와 성혈, 그리고 그 가르침들을 묵상하며 그분이 나의 참 하느님이심을 믿는 것을 넘어서서 확신을 가져야합니다. 그런 확신을 갖는다면 이 세상에서 두려워하며 살 이유가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나의 부모님이시기 때문입니다. 믿음은 표징을 통해서만 생길 수 있지만, 그 표징을 통해 그 사랑을 확신하는 노력은 우리의 몫입니다. 그리고 그분께서 어떠한 표징들로 당신의 사랑을 증명하고 싶으셨는지는 말씀과 교회의 가르침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그들은 모두 하느님께 가르침을 받을 것이다.’라고 예언서들에 기록되어 있다.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배운 사람은 누구나 나에게 온다.”

우리의 매일의 삶의 궁극적 목적이 영원한 사랑의 표징을 선사하시는 예수님을 조금 더 믿고 조금 더 사랑해서 조금 더 생명이 충만한 사람이 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

입니다.








  

 


    요셉 신부님 홈페이지: http://www.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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