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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의 천국
작성자김열우 쪽지 캡슐 작성일2014-05-10 조회수682 추천수2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깊은 잠, 긴 꿈에서 깨어났다.

달콤하고, 상큼한 꽃 향기가 온 사방 가득하였다.

내 몸에 그 맛있는 향이 배어들었다.

 

따듯하고, 시원하고, 신선한 공기에,

나마저 신선해진 것 같았다.

 

말로만 듣던, 그리고 성경에서 읽어 본 적이 있는,

마음으로 늘 동경해 왔던,

세상사 괴로울 때면,

악몽에서 깨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듯, 희구하던,

그 천국에 과연 내가 들어온 것이다.

 

근심, 두려움, 아픔, 눈물이 없고,

추위나 더위에 시달릴 필요도 없고,

사자나 독사조차도 순해져 해함이란 없고,

악이나 불의는 이미 차단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해 입을 걱정이 없는 그곳에,

내가 과연 들어온 것이다.

 

내가 감히 이 안전하고 멋진 곳에 들어오다니!!!

환타스틱!

뜨겁게 달구어져 익어버릴 것 같던 심장이 한 순간 서늘해지고,

세상의 시름이 순간 사라져 버렸다.

 

하느님과 어린 양의 보좌로부터 생명의 강이 길 가운데로 흐르고, 강 좌우에는 달마다 열 두가지 실과를 맺는 생명의 나무도 있었다.

해와 달, 별빛, 온 세상의 등불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밝고 환했다.

바로 하느님의 정의와 사랑의 빛으로 된 대낮보다 밝은 광명이었다.

 

어느 곳을 둘러보아도 부족함이란 없다.

먹기 위해서 땀 흘리거나 수고할 필요가 없다..

평안이 강처럼 흘러서 오히려 무료할 정도이다.

사랑이 넘쳐, 아예 귀찮을 정도이다.

아니, 나는 그 사랑의 강에 빠져,

살려 주세요! 소리지를 정도가 되었다.

 

너무 좋은 것들로만 가득 차 있는 그 천국이,

아직 육의 관념을 벗어나지 못한 내게는 과분한 탓일까?

조금 지나자, 무료해지기 시작했고, 세상을 향한 향수병에 걸리고 말았다.

수고와 땀 흘리며 일구어내는 보람 같은 것이 그리워졌다.

온갖 좋은 것들로 둘러싸여, 아무 할 일도 없이 놀고 먹고 잠만 자는 에덴의 무료함이랄까?

부족함이란 없이 배부른 솔로몬이 그 찬란한 영광속에서 겨우 결론지은 것은 허무와 허탈이었다.

편안한 곳의 허무의 절규랄까?

아니, 진정 좋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의 굴레를 벗지 못한 부적응증이랄까?

아무 장애도 없고, 제어도 받지 않고, 부담이 지워지는 일이 없이, 스스로 일구어 얻는 보람을 찾을 수 없는 곳의 무료함과 무미건조함이랄까?

그 부적응증에 사람들은 땅에 가시와 엉겅퀴를 돋아내었고, 기름진 소돔과 고모라 땅을 생물이 살 수 없는 소금바다를 만들었고, 솔로몬은 하느님의 축복을 저주로 만든 것이었다.

사람은 이처럼 복지를 불모지로 만들어 놓는 비상한 재주를 가진 것이다.

복을 간수하고 키울 줄 모르는 구제불능자들인 것이다.

아니, 도대체 복조차 잘 견디어내지를 못하는 존재들인 것이다.

 

나 또한 예외없이,

천상적인 것들보다는 땅의 것들에 더 친숙한 세상 사람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직 세상에 살고 있다.

 

누구 도움없이 잠자리에서 스스로 일어나도록 건강주신 하느님!

밝은 태양빛과 맑은 공기, 맑은 물로 나에게 복된 하루를 또다시 열어주신 하느님!

이슬과 단비로 기르신 곡식과 푸성귀를 식량으로 주신 하느님!

특별히 가리지 않고 잘 먹고, 잘 자고, 잘 웃고, 잘 울고, 잘 잊어 다시 기본값으로 회복, 소성되어 행복감속에서 잘 살수 있도록 하신 하느님!

무엇이 소중하고, 옳고, 지혜인지 가르치시는 하느님!

평화롭고 아름다운 환경을 주신 하느님!

어찌 감사드리지 않을 수 있으랴?

나는 지상의 이 지극히 제한적인 조건중에서도 천국을 찾을 수 있음과, 천국에는 없는 지상에 있는 것들의 소중함도 알게 된 것이다.

 

하느님!

천국도 좋지만,

하느님께서 지으시고 다스리시는 이 세상도 이토록 좋은 곳인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족, 이웃들이 저와 더불어 평안히 지내는 것은 더욱 감사하구요.

재난 당하는 이웃들과 나라들, 불쌍히 여겨 주시어, 함께 평안히 잘 지낼 수 있도록 도와 주소서!

생명과 복락의 하느님!

저와 가족, 온 세상 만민들 모두,

하느님의 사랑과 정의의 광명에서 살게 하소서!

천국의 평안과 행복을 이 땅 위에도 영원히 내려 주시옵소서!

그리고 장래 영생복락의 진짜 천국도 저희 모두에게 주시옵소서!

그리고 진정,

천국은 하느님의 사랑의 품인 것임을,

그 사랑의 품속에 머무는 자는 이미 천국의 삶을 사는 것임을,

알게 하소서!

- 아멘 -

 (천국이 무료하거나, 무미건조하거나, 허무한 곳은 절대 아닙니다. 사랑의 강에서 구조를 요청할 정도는 더더욱 아닙니다. 작자 본인의 희화적 상상에 의한 허구적 설정일 뿐임을 고지합니다.)

작성 : 2014년 5월 9일 오전 8시 57분

수정 : 2014년 5월 10일 오전 4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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