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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머묾과 길들여짐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4-05-10 조회수898 추천수9 반대(1)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014년 가해 부활 제4주일


< 나는 양들의 문이다.
 >


  
복음: 요한 10,1-10






그리스도


엘 그레코 작, (1606), 톨레도 주교좌 성당


     < 머묾과 길들여짐 >


어떤 분의 추천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일본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보았습니다. 이 영화는 자녀란 핏줄인가, ‘키운 정인가에 관한 오랜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습니다.

대기업에서 아주 잘 나가는 젊은 아버지와 엄마, 그리고 여섯 살 난 아들이 단란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아버지는 남에게 지는 것을 싫어하고 이기기 위해 밤새 노력하는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입니다. 반면 아들은 그런 면에서는 좀 아버지와 닮지 않았습니다. 피아노를 아무리 쳐도 좀처럼 늘지 않고 남들이 더 잘 하는 것을 보고는 박수를 쳐 줍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그런 강인하지 못한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소식, 병원에서 아들이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친자확인을 마친 아버지의 말은 역시, 그랬군!”이었습니다. 아내는 그 말에 상처를 받습니다. 자신의 친 아들이었다면 더 완벽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본래의 부모에게 돌아가야 할 친자녀와 정을 들여야 할 몇 달의 시간. 그러나 이 아버지는 회사가 너무 바쁜 나머지 친아들과도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합니다. 6년 동안 키운 아들을 보내고는 자신의 친아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엄한 교육을 강요합니다. 그러나 그 아이는 6년 동안 너무나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그런 환경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합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핵심적인 대화는 이것일 것입니다. 자신의 친아들을 키워준 가난하지만 다정한 아버지는 자녀들을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에만 빠져있는 주인공 아버지를 약간은 나무랍니다. 그러나 핏줄을 앞세우는 그는 그 말에 수긍하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 함께 있기만 한다고 아버지가 아닙니다. 중요한 건 시간이 아닙니다.”

그러나 전파상을 운영하는 가난하지만 다정한 아버지는 이렇게 말합니다.

시간입니다. 시간.”

아버지가 되기 위해 과연 중요한 것은 함께 한 시간일까요, 핏줄일까요? 핏줄도 결코 무시할 수 없지만, 이 영화는 함께 한 시간에 더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는 우연하게 자신의 아들이 찍은 사진들이 있는 사진기를 한 장 한 장 넘겨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사진기에 찍혀있는 것은 온통 아버지의 모습뿐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들과 놀아줄 시간도 없이 집에서도 열심히 일하는 아버지의 뒷모습들, 그렇게 피곤해 소파에 쓰러져 자고 있는 아버지의 다리와 몸과 얼굴모습들, 아침에 일어나기 전의 그 꿀 같은 잠에 빠진 아빠, 엄마의 얼굴 등. 아버지가 함께 해 주지 못한 시간에 6살짜리 아들은 항상 아버지를 바라보며 아버지 곁에 있어주었던 것입니다.

아버지는 내치다시피 보내버린 6년 동안 키운 아이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미안하다고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청합니다. 함께 해 주지 못해서.

이 영화의 제목은 그렇게 아버지가 되어간다입니다. 아들을 낳았기 때문이 아니라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아버지가 되어간다는 메시자가 담겨있는 것입니다. 우리도 어쩌면 그리스도와 시간을 함께하여야만 그분의 참 자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 영화는 요한복음의 가장 핵심적인 단어, ‘머물다라는 말이 생각나게 하였습니다. 요한복음에서는 아버지께서 아드님 안에 머무시고, 아드님도 아버지 안에 머무신다고 합니다. 또한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네 안에 머무르겠다.”(요한 15,4)라고 하시며, 당신 사랑 안에 머물라고도 하십니다. 요한이 그렇게도 강조하는 머물다라는 말은 이 세상에서는 시간을 함께 보낸다라는 말과 바꾸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포도나무 가지가 포도나무에 머문다는 것은 그리스도와 붙어있는 시간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예수님은 당신은 착한 목자이신데 당신의 양들은 당신의 목소리를 알아듣는다고 하십니다. 개나 고양이는 주인이 오는 소리를 기가 막히게 알아듣습니다. 멀리서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그것이 주인의 소리인지 지나가는 사람의 소리인지 정확하게 구별합니다. 또 일정한 시간에 귀가하면 시골에 있는 개들은 동구 밖까지 나와서 꼬리를 흔들며 주인을 맞이합니다. 어떻게 그렇게 알아들을 수 있을까요?

오랜 시간 함께하며 익숙해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위의 영화에서도 6년 동안 함께 서로에게 익숙해진 그 시간이 냉혈한이라고 할 만한 아버지의 마음까지도 녹일 수 있는 힘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 세상은 진리의 부르심과, ‘유혹의 목소리가 뒤섞여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셨을 때에도 부활했다고 말하는 이들과 제자들이 예수님의 시신을 훔쳐갔다는 소문을 믿는 두 부류가 있었습니다. 교회의 목소리를 들었다면 구원을 받았겠지만, 세상에 떠도는 그런 소문을 믿었다면 구원을 장담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또 어떤 때에는 교회조차도 참 진리를 받아들이지 않은 적도 있었습니다. 이태리 로마의 캄포 데 피오리라는 광장에는 브루노라는 분이 화형을 당한 자리에 세워진 그분의 동상이 있습니다. 바로 교회가 브루노를 화형에 처한 것인데, 브루노는 갈릴레이보다 먼저 지동설을 주장한 수사님이었습니다. 우주는 끝이 없는 무한한 공간이고, 지구는 그런 무한한 공간에서 먼지와 같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천동설을 믿어오던 교회는 그를 파문하고 재판을 하여 화형에 처한 것입니다.

이 세상에도 수많은 종교들이 있고 또 수많은 이론들을 내세우며 사람들을 매혹시킵니다. 같은 성경을 해설하면서도 서로 다른 수많은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 안에서 우리는 과연 어떻게 참 목자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그분만을 따라갈 수 있을까요?

   

저에게 사제성소의 길을 제시해 주었던 책이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1-10입니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조금씩 5년이라는 시간을 읽었고 사실 지금까지 매일 읽고 있습니다. 그 전엔 예쁜 여자와 결혼하고, 좋은 직장 갖고, 돈도 많이 버는 것 등이 저의 행복의 조건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책을 읽으면서 예수님의 삶이, 비록 가난하고 고통 받는 삶이었지만, 너무 자유롭고 행복해 보였습니다. 행복의 기준이 변화된 것입니다. 갖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 사람을 위해 내 자신을 소진할 수 있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성소를 결정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예수님으로부터 계시를 받아 기록되었다는 다른 많은 책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왠지 위의 책을 읽을 때의 그런 감동은 느낄 수 없었고, 그 말씀하시는 내용이나 어투, 모든 면에서 어색한 책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책들은 몇 장 이상 넘기지 못했습니다. 제가 위의 책에서 읽은 예수님의 말씀하시는 목소리에 너무 익숙해졌고 길들여진 것이었습니다. 물론 어떤 책들은 그와 같은 감동을 받는 책들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비록 성경의 권위에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그 책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어떤 분의 목소리와 오랜 시간 함께 한다면, 정말 그만한 시간을 꾸준히 할애할 수 있다면, 그 목소리에 익숙해져서 그와 다른 목소리와 절대 헛갈리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어린 왕자에서 여우는 왕자에게 친구가 되는 방법을 일러줍니다.

난 너의 친구가 될 수 없어. 아직 길들여지지 않았거든. 친구를 갖고 싶다면 나를 길들이렴.”

길들인다는 건 어떤 거지?”

먼저 내게서 좀 떨어져서 앉아. 하루하루 시간이 지남에 따라 너는 조금씩 나와 가까운 곳에 다가앉을 수 있게 될 거야. 언제나 같은 시간에 오는 게 좋아. 만약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난 세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그렇습니다. 물방울이 바위를 뚫습니다. 시간을 정해놓고 말씀을 접하는 시간을 꾸준히 갖는다면, 마지막 순간에 그분의 목소리를 구불해내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길들여지기 위해 머물 줄 알아야겠습니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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