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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수님의 눈으로.. 33. 로마 여인 유디트와의 만남(1,2,3)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4-05-15 조회수525 추천수3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로마 여인 유디트와의 만남-1]

 

(나: 예수 그리스도)

 

"쉴 곳을 찾아야 겠습니다, 선생님.

사람들의 요청이 그렇게 많았으니 얼마나 피곤하시겠습니까?"

베드로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에게 물었다. 대답을 막 하려는데, 멀찍이 떨어져서 한 동안 우리를 따라오던 여자가 다가왔다.

 

"주님, 주님과주님 제자들이 오늘밤 저희집에 가서 머무르시면 참으로 좋겠습니다."

우리를 초대한 여자는 기대에 찬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저의 집은 방이 여럿 있습니다."
" 저 여자 집에 머무르지 마십시오." 아직도 남아 있던 사람들중 몇 사람이 소리쳤다.
" 저 여자는 로마인에게 몸을 팔아서 돈을 버는 여자입니다. 우리는 저 여자와 상대하지 않습니다. 아주 더러운 여자입니다."

 

그들은 경멸에 찬 목소리로 떠들어 댔다. 나는 그 여자의 괴로움에 시달린 가슴 속에서

극심한 고통과 지극한 슬픔과 그리고 참으로 많은 사랑을 보았다. 그녀는 동네 사람들한테 받아 온 냉대를 또 받게 될까 봐 미리 겁을 먹고 돌아서서 가버리려고 했다.

 

"물론 당신 집에 머무르도록 하겠소."
그녀는 가던 걸음을 멈추고 획 돌아서서 내 말이 믿기지 않는 듯,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이십니까?"


"그렇소. 기쁘게 머무르겠소." 내가 기꺼이 승락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할말을 찾지 못하고 우두커니 서서 서로 쳐다보고만 있었다.


"따라 오십시오,. 여기서 그리 멀지 않습니다." 어쩔줄 몰라 하며 그녀가 말했다.

그녀의 집으로 가는 중에 마태오와 유다 타대오가 무엇인가 말할 요량으로 나에게 왔다.

마태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선생님, 이렇게 하는 것이 현명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분개할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유다 다태오가 말을 이었다.

"그렇습니다. 주님, 우리는 문제를 일으키거나, 평판이 나빠지는 것을 원치 않으니까요."

 

"지금까지 나를 따라다니면서 너희는 아직도 남이 어떻게 생각할까를 걱정하느냐?

그렇다면 너희는 내가 가르친 것을 아직도 다 배우지 못한 것이다.

사람에 대한 판단은 하느님 말고는 아무도 할 수 없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판단하려고 할 때는, 주로 악의와 증오로 판단을 내리게 된다. 절대로 남을 판단하지 말아라.

그러한 일은 하느님께 맡겨라. 다른 사람을 대할 때는 오직, 그들을 도와 줄 수 있는 기회만을 생각하고, 그들을 하느님께 가까이 데리고 올 수 있는 기회만을 찾도록 하여라.

너희가 그 이외의 다른 것을 한다는 것은, 하느님의 뜻을 이루려고 하는 게 아니라 사람의 뜻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하느님만이 심판관이시라는 것과, 다른 사람이 너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도록 하여라. 너희의 삶속에서 하느님의 일을 우선으로 삼아야지, 사람의 일을 우선으로 삼으면 안된다.  하느님의 일을 소홀히 하지 않고서는, 그 두가지 일을 한꺼번에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언제나 하느님을 첫째로 생각하여라. "

 

마태오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주님, 저희의 의지는 너무 약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압력을 가하기만 하면 너무도 쉽게 포기하고 맙니다. 가슴으로 생각하기 보다 머리로생각하기가 십상이고요,

주님, 저희를 용서하시고 더 잘 깨달아 알 수 있도록 도와 주십시요.
그래서 저희가 더욱더 주님을 닮을 수 있도록 해 주십시요."

 

"마태오야, 언젠가는 그러한 깨달음을 너희들 마음속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언젠가는 너희들을 사랑과 자비로 가득채워 주실 하느님의 성령으로 인해 너희 영혼들이 불붙을 것이다. 지금 너희가 추구하고는 있으나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그 모든 것을 어느 날인가는 다 알게 될 날이 올 것이다. 그 날은 온 세상이 기억하는 날이 될 것이다."

 

그 순간 나는 어머니와 제자들이 함께 모여 있을, 사랑이 가득 넘치는 *그 방을 잠시 생각했다.마태오와 유다 타대오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 보았다. 장차 성령께서 그들을 축성할실 일에 대해 말하고 있는 줄을 그들은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 방: 오순절 다락방]

 

[로마 여인 유디트와의 만남-2]

 

(나: 예수 그리스도)

 

우리는 그 여자의 집에 도착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자기 이름이 유디트라고 말한 후에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집은 높은 벽으로 둘러 쌓인 큰 집이었다.

그녀를 맞이하기 위해 대문으로 나온 두 하녀가 우리를 안내했다.

 

"마음을 편하게 가지십시오. 이 집은 바로 여러분의 집입니다."

 

유디트의 안내를 받으며 우리는 큰 방으로 들어갔다. 제자들은 짐 꾸러미를 하인들에게 주었는데, 유다만은 자기 가방을 절대로 건네 주지 않으려고 했다. 그 가방속에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준 기부금이 들어 있기 때문이었다. 부엌으로 간 유디크가 하인들에게 하는 말이 들려 왔다.

 

"제일 좋은 음식을 장만하고 가장 좋은 포도주를 꺼내라. 특별한 손님이 오셨으니 최선을 다해 대접해 드려야 한다. 저손님들을 기쁘게 해 드리고 싶구나"


하녀들 가운데 하나가 말했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는 음식이 조금 밖에 안남았다는 것을 아시잖아요. 머잖아 마님은 뭔가를 또 팔아야 청구서를 지불할 수 잇을 텐데요. 무엇으로 저분들을 대접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빵도 조금밖에 없고, 우유도 조금 밖에 없는 걸요. 포도주는 아예 없구요."

 

상냥하면서도 약간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유디트가 말했다.

"얘야, 여기 이 반지를 팔아서, 제일 값진 포도주와 가장 맛있는 음식을 사 오너라."


"마님, 그것은 결혼 반지 아닙니까?  절대로 그건 파실수 없습니다."

다른 하녀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이게 내가 가진 유일한 반지구나." 하는 유디트의 목소리에 슬픔이 섞여 있었다.

"남편에 대한 나의 사랑과, 나에 대한 그의 사랑은 변함없이 남아 있을 거야. 어서 가서 반지를 팔아 음식을 사오너라. 손님들이 시장하실 테니.."

 

"유디트." 큰 방에서  부르는 내 소리를 듣고 , 유디트는 두 하녀를 앞세우고 허겁지겁 

방으로 들어왔다.

 

"네, 주님." 유디트는 상기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유디트." 나는 다시 부르며 그녀의 사랑스럽고 온순한 얼굴을 쳐다보았다.

"내 제자들과 나는 오늘 아침에 아주 좋은 식사를 했기 때문에 오늘 밤에는 빵하고 우유만 조금 먹으면 될 것 같소. 만약 우유와 빵이 있다면 말이오."

 

"하지만, 주님."

유다가 막 입을 열려는데, 곁에 있던 베드로가 옆구리를 찌르자 입을 다물었다.

"정말 그러셔도 되겠습니까. 예수님.?" 하며 유디트는 약간 의아해 했다.

"오늘 그렇게 많은 사람들한테 시달리셨으니 무척 시장하실 것 같은데요."

 

"빵하고 우유면 충분하오. 너무 많이 가지고 올 필요도 없소.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음식보다도 휴식이오. 그리고 들어오면서 본 아름다운 정원을 당신과 함께 산책이나 했으면

좋겠소."


유디트는 하녀들을 돌아보고 말했다.

"얘들아, 주님께서 말씀하신대로 빵과 우유를 가져 오너라. 우선 먼저 데우기부터 해야겠구나." 두 하녀는 돌아서서 다시 부엌으로 갔다.

 

"정원으로 갑시다."하며 나는 대문 쪽으로 천천히 걸어 갔다. 향기로운 꽃 냄새가 공기중에 가득했다. 그것은 내 아버지의 창조물이 지닌 향기였다.


"유디트, 당신에게 고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소. 내가 뭘 도와 주면 되겠소." 하고 물었다.
"아닙니다. 주님. 저는 괜찮습니다. 제 걱정은 마십시오. 저보다도 주님의 도움을 더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부끄러워하며 유디트가 대답했다.

 

"나는 모든 사람들을 도와 주려고 온 것이오. 나에게 귀중하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고,

그 어떤 문제도 내가 도와 주기에 너무 크거나, 너무 작다고 할 수 없는 것이오.

당신이 내 도움을 받아야 할지 아닌지는 내가 결정하겠소."

나는 그녀에게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녀를 바라보며, 자기 스스로를 심하게 혹평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했고, 가장 가치 있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을 가장 가치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생각했다.

 

" 아, 주님." 그녀는 한숨을 내쉬면서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제 남편은 로마인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내주고 싶지 않은 것을 거두어야 했던 세리였지요. 주님, 그렇지만 그 사람은 착한 사람이었습니다. 불쌍한 사람을 보면 자기 돈을 꺼내 주곤 했어요. 불쌍한 사람을 결코 빈손으로 돌려 보내지 않았습니다.


로마 정부가 규정한 대로만 세금을 거두었고, 다른 세리들처럼 그 돈을 자기 주머니에 챙겨 넣는 일이 없이, 모두 다 갖다 바쳤습니다. 세금을 내지 못하는 사람이 있으면 자기가 대신 내 주기도 했습니다. 그 사람은 정말 친절하고, 상냥한 사람이었습니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어떻게 도와 줄 것인지, 무엇읋 해 줄 것인지를 항상 잘 알고 있는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작년에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에 산적을 만나 그만 죽음을 당했습니다.

그 일 때문에 로마 군인들이 마을에 와서 그의 죽음에 대한 보복을 했구요. 그러자 그때까지 제 남편 안토니오의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이 제게 등을 돌리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은 저를 외면하고, 저를 학대하고, 때로는 제게 돌을 던지기도 합니다. 심지어 어린아이들까지도 저를 조롱하고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제가 부자인줄 압니다만, 이 집 이외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어요. 제 남편이 살아 있는 동안에 우리가 가진 것을 없는 사람들에게 모두 나누어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젠 제 아들조차도 여동생 집으로 보내야 했습니다. 주위 아이들에게 매를 맞기 일수라서 말입니다." 남편과 아들 생각에 가슴이 미어진 유디트는 흐느끼기 시작했다..

 

"제게 남은 유일한 친구는 두 하녀들인데, 그들조차도 사람들에게 학대를 받고 있어요. 그러니 그들이 얼마나 더 오래 제 곁에 남아 있어 줄지 모르겠습니다."

설움이 복받치는지 그녀는 몸을 심하게 떨면서 흐느꼈다.

 

"유디트!" 나는 그녀를 팔로 감싸주면서 말했다.

"당신은 착하게만 살려고 하는데 왜 이렇게 나쁜 일이 자꾸 일어나는지 의문이 들대가 있을 것이오. 그것은 당신이 착하고 아름답기 때문에 악마가 당신을 파멸시키려고 하는 것이오. 악마는 당신의 가정과 친구들을 공격할 뿐만 아니라 바로 당신 자신도 공격하는 것이오. 악마는 온갖 수단을 다하여 착하고 아름다운 것을 파괴시키려 하고 있소. 때로는 악마가 다른 사람들을 충동하여 그들이 질투하고 분노하고 원한을 품게 만들기도 하는 것이오.

 

당신이 베풀어 준 그 모든 고마움을 사람들이 잊어 버린 것은 악마가 그들을 소경으로 만들

어 버렸기 때문이오. 나는 당신 남편이 착한 사람이었다것을 잘 알고 있소. 그리고 당신의 영혼이 친절하고, 온화하고, 사랑스럽다는 것도 알고 있소. 모든 사람들이 당신과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야 할 텐데 말이오. 남편 안토니오를 잃고 아들까지 떠나 보내면서, 동네 사람들로부터 천대를 받고 있는 당신의 고통을 내가 함께 나누고 싶소. 그러니 그 고통을 당하더라도 당신의 본래 모습을 잃지 않도록 하시오. 당신의 아름다운 내면을 지금 그대로 간직하란 말이오. 그 아름다움을 지키고만 있으면 장차 천국에서 영원한 평화를 누릴 것이오."

 

" 제 남편은 어떻게 됩니까? 유다인이 아닌데요. 천국에 못 들어갈까요?"

그녀는 울먹이면서 물었다.

 

 "유다인이든 이방인이든 간에 상관 없이 착한 사람이면 모두 천국에서 환영을 받소.
당신 남편은 사랑이 충만한 사람이었고, 그 사랑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소. 유다인들도 가지지 못한 그런 사랑을 말이오. 그의 아름다운 마음은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이었고. 그는 그 선물을 다른 사람들처럼 낭비하지 않았소. 비록 로마인이었고 야훼를 알지 못했지만,

하느님께서 모든 사람들에게 바라시는 그런 방식으로 살았소. 그는 사랑을 실천하며 살았고 이웃에게 사랑을 베풀고 살았으며, 만물을 사랑하며 살았소.

 

그가 가꾼 이 정원을 보시오. 얼마나 아름답소! 그가 당신에게 이렇게 말하지 않았소?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꽃들이 있는 것을 보면, 우리를 사랑하시는 창조주 하느님이 계신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이런 기쁨을 우리에게 주시겠소?' 그가 한 말을 보더라도 그는 하느님을 알았던 것이오."

 

유디트는 놀라서 자세를 똑바로 세우며 물었다.

" 제 남편이 그렇게 말한 것을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 말을 들은 사람은 저 혼자였는데요."

"나는 알고 있소. 이제 당신의 삶이 점점 나아질것이라는 것을 아는 것 처럼 말이오."

유디트는 나를 쳐다보며 그 말이 무슨 뜻일까 하고 생각했다.

 

[로마 여인 유디트와의 만남-3]

 

(나: 예수 그리스도)

 

우리는 집안으로 들어 갔다. 빵과 우유가 놓여 있는 탁자에 둘러 앉아서 기도를 하고 식사를 하였다. 식사가 끝났을때 유다가 말했다.

"주님, 너무 피곤해서 지금 잤으면 싶은데요." 
내가 대답하기 전에 유디트가 먼저 말했다.

 

"침대가 준비되었으니 주무시고 싶으면 잠자리에 드셔도 됩니다."

방에 있는 다른 제자들을 보니, 밤새도록 걸었고 또 군중들을 통제하느라고모두들 지쳐 있었다. 나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편안한 잠자리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했다.

 

정원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와, 집안 가득 풍기는 달콤한 꽃향기에 잠을 깼다. 안토니오는 정원을 잘 가꾸었고, 좋은 위치에 정원을 잡아서 아침 미풍에 실린 꽃 향기가 집안으로 들어오게 해 놓았다. 나는 밖으로 나가 정원을 거닐면서 눈을 감은 채 아버지께 기도했다.

얼마 후에 제자들의 속삭이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묵상 하시는데 방해 해도 될까?"


"아니야. 그냥 묵상하시도록 놔 두는게 나아."

 

나는 아침 내내 정원에 있었고, 오후가 되어서도 계속 머물러 있었다. 혼자 되어, 아버지와 함께 있는 것이 평화스럽고 행복했다. 집안으로 들어 갔을때,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만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님!" 야고보가 먼저 말했다. "주님께서는 오랫동안 정원에 계셨습니다."


"그렇다, 야고보. 아버지와 함께 쉬고 있었다."

" 아, 네?" 여고보의 어리둥절한 대답이었다.
"주님, 이제 회당에 가시겠습니까?" 베드로가 무료한 표정을 하고 물었다.
"지금 가려고 한다. 그러나 먼저 주인 여자에게 할 말이 있다."

그러자 요한이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주인은 하녀들과 함께 자기 소지품을 팔러 시장으로 갔습니다."


"어서 시장으로 가야겠다." 하면서 서둘러 문을 나서자, 제자들도 황급히 뒤를 따랐다.

시장으로 가는 길에 사람들이 우리를 따라왔다. 어떤 사람은 조용히 따라오고, 어떤 사람들은 소리를 쳤다.

"예수님, 제게 손을 대 주십시오"

 

우리가 시장에 도착하자 많은 군중이 우리를 둘러 쌋다.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은 내가 지나갈 길을 만드느라고 사람들을 밀어내고 있었다. 우리는 유디트와 하녀들이 물건을 팔고 있는 곳으로 갔다.

 

유디트는 나를 보자 당황하여, "주님!" 하고 외마디 소리를 내고는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래, 많이 팔았소.?"
"음식을 살 만큼요." 하녀가 대답했다.


"유디트, 얼마 되지도 않는 소지품을 더 이상 팔지 말고 그냥 가지고 있으시오!"
"그렇지만 저 여자는 큰 집을 가지고 있습니다!" 누군가 소리쳤다.
"그렇습니다. 저 여자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로마인에게 시집갔거든요"

이번에는 다른 사람이 소리쳤다.

 

나는 군중을 향해 돌아서서 말했다.

"좋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중에 몇 명이나 저 여인의 남편한테 도움을 받았습니까?

거기 있는 당신, 당신이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을때 그가 먹을 것을 주었지요?

그리고 당신, 당신의 아이들을 위하여 그가 당신 부인에게 옷을 갖다 주었지요?

그리고 당신, 당신이 세금을 낼 돈이 없었을때에 그가 대신 세금을 내어 주지 않았습니까?

 

그는 여러분 모두에게 정말 많은 일을 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과부가 된 그의 아내를 지금 어떻게 대하고 있습니까? 생전에 그는 불쌍한 유다인들을 수없이 도와 주었습니다. 그가 로마인이었는데 말입니다. 어제 나는 이곳에서 불쌍한 거지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리고 유다인인 여러분이 같은 민족인 그 불쌍한 거지들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보았습니다."  군중들은 조용해졌다.

어떤 사람은 고개를 들지 못하고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있었다.

 

"하느님의 선택된 백성이라고 자부하는 여러분은 돌덩이 같이 굳어 버린 가슴만 남아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랑하라고 가슴을 주셨지만, 나는 이곳에서 사랑을 실천하는 가슴을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그 가슴은 바로 죽은 로마인만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로마인은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대로 사랑하며 살았습니다."

 

군중들의 불평소리가 조금씩 들리는 가운데 한 사람이 큰 소리로 말했다.

"그렇습니다.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저를 도와 주었습니다."


"저에게도 잘해 주었습니다. 제 집사람이 병들었을때 약을 가져다 주었거든요."

다른 사람이 말했다


"그 사람은 제 아이를 도와 주었습니다." 또 다른 사람이 소리쳤다. 많은 사람들이 안토니오가 베풀어 준 고마운 일들을 말했다. 한 남자는 유디트 앞에 와서 무릎을 꿇고 말했다.

"당신 남편이 나를 감옥에서 풀어주고 채찍질에서 구해 주었어요. 당신을 돕고 싶습니다. 어떻게 도와 드리면 될까요.?"

 

내가 군중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손을 들어 올렸을때 유디트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제 여러분은  그 사람이 얼마나 좋은 사람이었는지 모두 기억합니다. 그의 부인을 사랑과 존경심으로 대하십시오. 그녀는 그런 대우를 충분히 받을 만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유디트에게 다가와서 그녀를 감싸 주며 용서를 청하고 있었다. 유디트는

"그럼요, 그럼요, 물론이지요."하면서 웃고 우느라 바빴다.

 

나는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에게 돌아서서 말했다.

"자, 제자들을 모두 불러서 짐을 챙기자. 떠날 때가 되었다. 이곳에서 베풀어야 할 치유는 끝났다."


우리는 군중 가운데서 한 사람씩 살짝 빠져나와 유디트 집에서 만났다. 베드로가 집에 있던 다른 제자들에게 시장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고는 떠날 준비를 하라고 말했다.

 

그 마을을 떠난 길을 가면서, 바르톨로메오가 말했다.

"떠나기 아쉽군. 참 편안한 침대였는데."

바르톨로메오가 얼마나 잠자기를 좋아하는지 생각하며 나는 미소 지었다.


"선생님" 시몬이 말했다. "유디트는 이제 괜찮을까요?"


"그럼, 괜찮을 것이다. 이웃 사람들의 가슴을 덮고 있던 어두움이 걷어졌으니 말이다. 그녀는 사랑 받을 자격이 있으니 흠뻑 사랑을 받을 것이다."


시몬은 계속해서 말했다.

"그 남편이 베풀어준 은혜를 사람들이 어쩌면 그렇게 잊어 버릴 수가 있었는지 이상합니다." 

 

"내적으로 약한 사람들이 마귀로 하여금 그들을 눈멀게 만들도록 허락했기 때문입니다.

좋은 것을 보지 못하는 눈멀음이었고, 증오와 분노로 행동하는 눈멀음이었다. 악마가 만든 눈멀음이었지만, 사랑으로 치유될 수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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