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예수님의 눈으로.. 36. 미카엘과 그의 아버지, 누이동생들과의 만남 (I,2,3)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4-05-18 조회수380 추천수2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미카엘과 그의 아버지, 누이동생들과의 만남-1]

(나 : 예수 그리스도)

식사 후에, 몸을 씻으러 가까운 곳에 있는 우물로 갔다. 근처 농장에서 온 여자 둘이

 

우물가에 있었다.
우리가 가까이 갔을 때, 두 여자 중에서 나이 어린 쪽이 먼저 말했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여기, 자, 물을 드릴께요."

 

그녀는 우리 물통을 받아 가지고, 물통마다 물을 채워주기 시작했다.


"친절하기도 하군요." 그녀의 손에서 물통을 받으며 내가 말했다.

 


"정말 고맙습니다." 제자들도 각자 자기 물통을 받아 챙기며 말했다.

 


"어디로 가시는 중입니까?" 다른 여자가 물었다.

 


"예루살렘으로 가고 있소." 베드로가 대답했다.

 


"아주 먼길을 가셔야 겠네요." 물을 길어 준 여자가 말했다.

 

"아주 오래 걸리겁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 지는 상관이 없소. 가는 길에 할 일이 많이 있기 때문이오."

내 말을 듣고, 나이가 더 많은 여자가 물었다.

 

 

"서둘러 가지 않으셔도 된다면 저희 농장에 가시지요. 일거리가 있습니다.

 

저희 아버지께서는 연세가 많으시고, 저희 오빠는 혼자서 농장을 운영하지 못합니다.
우리가 도와 주고 있지만 아직 씨뿌리는 일도 미처 끝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도와 주시면 저희가 식사를 드리고 임금을 지불하겠습니다."

"도와 주고 싶지만 우리는 지금 예루살렘으로 가야만 하오." 베드로가 나서서 말했다.

 


"이삼일밖에 안 걸릴 텐데요. 여러분이 모두 함께 하시면 더 짧은 시간에도 끝낼수 있을 겁니다." 물을 길어 준 여자가 애원하듯이 말했다.

"여기 잠깐 머물러도 될 것 같소. 그러나 할 일이 많기 때문에 이틀 이상은 안되오."

 

내가 나서서 결론을 내렸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두 여자는 합창을 하며 좋아 했다.

 


"짐을 들고 따라오십시오." 나이가 더 많은 여자가 말했다.

 


짐을 챙기러 가는 중에 베드로가 물었다. "주님, 이렇게 해도 괜찮겠습니까?"

 


"베드로야, 저 사람들은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다. 우리에게 도움을 청하는 사람에게

 

절대로 거절해서는 안된다."

 


"알겠습니다. 주님." 베드로는 순순히 나의 말을 따랐다.

짐을 챙겨서 돌아와 보니, 여자들은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이가 더 많은 여자가 우리에게 말했다.

 

 

"손님들이 오시니 참 좋네요. 우리 농장에서는 사람을 만날 기회가 별로 없어요.

 

항상 일하기에 바쁘거든요."

 


"그래요." 나이가 어린 여자가 맞장구를 쳤다. "일에 쫓기어 저희는 마을에도 자주

 

못나가요."

야고보가 자기 나이 또래의 나이 어린 여자에게 갔다.

 


"일을 너무 심하게 하는 것 같군요. 때로는 좀 쉬는 것도 좋아요. 일만 하다 보면 인생이 짐스러워지거든요."

 


인생이 무엇인지 이제 막 알기 시작한 야고보가 그런 말을 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 어린 여자가 야고보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말하기는 쉽겠지만, 병석에 누워 계신 아버지와, 일을 조금 밖에 할수 없는 장애인

 

오빠가 있다보면, 인생은 가끔 짐스럽지 않을수가 없지요."

 


야고보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서 얼굴이 붉어졌다.

 


"괜찬아요. 당황할 것 없어요. 인생이란 살기 힘든것 아니겠어요?"

 

나이가 더 많은 여자가 야고보를 달래 주고는, 우리를 농장으로 안내하기 위해

 

앞장섰다.

농장에 도착했을때, 미카엘이 여동생들을 맞으러 나왔다.

 

미카엘은 다리를 절뚝 거렸다. 태어났을때부터 양다리에 장애가 있었지만 걸음을 걸을 만큼의 힘은 다리에 남아 있었다.

 


"너희들이, 손님을 모셔왔구나. 어서오십시오. 어서 오십시오."

 

미소를 짓기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미카엘이 연신 소리쳤다. 고통을 겪고 있었지만

 

얼마나 행복한 마음과, 밝은 영혼을 가진 그인가!

"저는 미카엘입니다. 짐을 이리 주십시오."

 

그는 짐을 받으려고 허리를 반쯤 구부려 손을 내밀었다.

 

 

"고맙소, 미카엘. 우리는 당신이 씨뿌리는 것을 도와 주려고 왔소."

 


"여러분은 하느님께서 보내 주신 축복입니다. 하느님은 좋으신 분입니다. 제가 하느님께 도와 달라고 기도드렸습니다. 보십시요, 여러분이 여기 오셨잖습니까.

 

이스라엘의 하느님, 찬미 받으소서."

 

 

미카엘은 거의 노래를 부르듯 흥얼거리며 즐거워 했다.

성미가 급한 베드로가 나섰다. "그럼, 어디서 부터 일을 시작할지 알려 주시오."

 


"자, 이리로 저를 따라 오십시오. 여러분은 참 열심하신 분들 같네요. 할 일이 많이

 

있습니다."
연신 고맙다는 말을 하며 미카엘은 우리를 들판으로 안내했다.

 


작은 여동생이 야고보를 보고 조용히 말했다. "정말 고마워요."

 


[미카엘과 그의 아버지, 누이동생들과의 만남-2]

(나: 예수 그리스도)

우리는 하루 종일 들판에서 일했다. 여자들은 물과 음식을 날라왔다.

 

미카엘은 열심히 애를 썼으나 불편한 다리 때문에 해 놓은 일은 조금밖에 되지 않았다. 하루 종일 미키엘은 즐거워 하며 미소를 짓고 있었고, 사랑이 넘쳐 흘렀다.

 

 

모든 사람들이 미카엘 같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하였다.
나는 미카엘에게서 사랑이 넘치는 순결한 영혼을 보았다.

 


사람들의 조롱과 학대, 정상인이 될수 없다는 절망감, 다리를 움직일때마다 겪는 고통과 내적 괴로움을, 미카엘은 사랑으로 덮고 있었다. 그런 온갖 시련을 통하여 그의 사랑은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약간의 불편한 점을 가지고 있거나, 조금도 불편함이 없이 살면서도 자기밖에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들을 생각했다.

 

 

그런 사람들이 마음의 눈을 뜨고 볼수만 있다면, 미카엘이 그들에게 얼마나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인가.

저녁이 되어 우리는 집으로 돌아갔다. 일하느라고 뒤집어 쓴 먼지를 씻어내며 모두들 피곤해 하였다. 들에서 묻혀 온 흙을 완전히 씻었는지 확인한 후에 우리는 집안으로 들어갔다. 큰 여동생이 나한테 와서 물었다.

 


"선생님, 저희 아버지와 오빠와 함께 먼저 기도를 하시겠습니까.?"

 


"물론이오. 그런데 그분들은 어디에 계시오?"

 


그녀는 우리를 큰 방으로 데리고 갔는데, 방 구석에는 침대가 놓여 있었다. 침대 위에는 그녀의 아버지가 베개를 여러개 포개어 등에 바친채 앉아 잇었고, 미카엘은 침대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우리가 방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미카엘이 말했다.

 

 

"아버지, 예수님이십니다. 오늘 제자들과 함게 저희 들일을 도와 주신 라삐이십니다."

노인은 나를 쳐다보며 힘없이 미소를 지었다. "선생님 그게 사실입니까?"

 


"네, 노인장 사실입니다." 내가 부드럽게 대답을 하자

 

노인의 얼굴 표정이 밝아지며, 똑바로 앉으려고 애썼다.

 


"함께 기도하면서, 성서를 읽을 수 있을까요? 이렇게 해본지가 하도 오래 되어서,

 

하느님께서 저를 잊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무도 잊지 않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노인장의 숨소리 하나 하나까지 지켜보시고, 말 한마디 한마디를 듣고 계시며, 머리속에 스쳐가는 생각까지도 다 알고 계십니다. 하느님께는 모든 사람들이 다 소중합니다."

나의 말을 듣고 노인이 울기 시작했다.

 

"하지만 저는 너무 오랜 세월동안 기도를 할 수 없었습니다. 성서도 읽을수 없었구요. 제 아들 미카엘이 읽어줄 때만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는데, 그나마 귀가 멀어서

 

하느님 말씀을 잘 들을 수 가 없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저한테 실망하신 것이 틀림없습니다. 불쌍한 제 아들을 보십시오.

 

마음이 넓고 착한 아이이지만, 농장을 혼자서 관리할 수가 없습니다.

 

제 딸들은 남자를 사귈 시간도 없어서 지금껏 남편도 없습니다. 제 가족과 저는 하느님 눈에 수치스러운 존재인 것이 틀림없습니다.

 

저는 머지 않아 죽을텐데, 야훼께서 제 가족과 제 땅에 내려 주신 은총을 잘 간수하지 못해 죄송할 따름입니다. 제 집사람도 일을 너무 심하게 하다가 죽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저를 용서해 주시기만 바랄뿐입니다."

"노인장, 하느님께서는 노인장을 사랑하시기 때문에, 살아 오면서 저지른 잘못을 용서해 주실 것입니다. 노인장이 평생 하느님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다 알고 계시고, 평생 바쳐온 기도를 모두 듣고 계셨습니다. 기도를 안한다고 생각하고 계실때도 말입니다.

 

노인장이 하느님을 생각하는 것이 바로 기도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노인장의 생애를 낱낱이 보아 오셨고, 아무리 힘든 때라도 노인장의 하느님에 대한 사랑이 멈추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아십니다. 미카엘이 장애아로 태어났을 때도 노인장과 부인은. 아름다운 선물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지 않았습니까?

하느님께서는 노인장이 부인을 얼마나 사랑하셨는지 알고 계십니다. 부인이 돌아 가셨을 때도 부인의 생명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렸고, 부인이 노인장에게 보여 준 그 사랑과, 노인장이 부인에게 줄 수 있었던 그 사랑에 대해 감사드린 것을 하느님께서는 알고 계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가족을 항상 보살펴 주고 계십니다.

 

 

또 아들 미카엘의 가슴속에 있는 순결한 사랑과 기쁨을 알고 계시고, 딸들의 너그러운 마음과 인정이 많은 성품을 알고 계십니다. 노인장은 참으로 아름다운 하느님의 아들이며, 이 가족은 참으로 아름다운 하느님의 가족이 아닙니까?"

노인은 마침내 가슴 깊은 곳에서 북받쳐 오르는 울음을 터뜨렸다.

 

"오 야훼님, 당신을 사랑합니다. 주님, 제가 떠난 후에도 이 가족이 안전하도록 저희

 

가족을 축복해 주십시오."

 

노인은 공중에 힘 없이 팔을 올리고 하느님께 기도를 드렸다.

 

 

노인의 목소리를 떨리고 있었다.

 

"선생님, 우리와 기도를 함께 해 주시고, 저희 가족을 축복해 주십시오."

 


"물론이지요. 축복해 드리겠습니다."

 


"선생님, 그런데 어떻게 해서 저의 생애를 그렇게 잘 아십니까?"

 


"하느님께서는 노인장의 평생을 모두 다 아십니다."
노인은 나의 대답이 의아하다는 듯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선생님은 그것을 어떻게 아십니까?"

 

"아버지가 아시는 것은 아들도 알지요."
노인은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다시 물었다.

 


"그러면 아들이 누굽니까?"

 


"접니다."하고 나즈막한 소리로 대답을 해 주고는 방을 나왔다.

큰 딸이 와서 물었다. "선생님, 저희 아버지께서는 곧 돌아가시겠지요?"

 

"그렇다. 그러나 그분은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실 것이고, 행복한 가족을 남겨 두고

 

가실 것이다."
두 딸은 소리를 죽여 가며 울기 시작했다. 나는 두 딸의 머리 위해 손을 얹고 말했다.

 

 

"내 아버지 야훼의 이름으로 너희를 축복하노라." 그 축복의 말이 그들의 마음을 가라 앉혀 주었기에, 그들은 식사를 준비하러 갈 수 있었다.

미카엘이 들어와서 큰 탁자에 마주 앉았다.
"라삐, 예수님. 저의 아버지와 기도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버지께서 참 즐거워 하신 것 같습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은 언제나 나의 기쁨이오."

[미카엘과 그의 아버지, 누이동생들과의 만남-3]

(나: 예수 그리스도)

우리는 아침 일찍 일어나 노인과 함께 기도를 바치며 시간을 보낸 다음 씨뿌리는 일을 끝내기 위해 들로 나갔다.

 


"오늘 밤까지는 완전히 끝날 것 같습니다." 미카엘이 즐거운 듯이 내게 말했다.

 


"선생님과 제자분들 모두가 너무나 열심히 일해 주셨기 때문에 제가 몇 주일이나

 

해야 할 일을 이틀만에 다 끝냈습니다."

"그렇소. 오늘 밤이 여기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 될것 같소. 그리고 오늘 밤은 우리 모두에게 아주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오."

 

이날 저녁까지 우리는 씨 뿌리는 일을 완전히 다 마무리지었다.

 

그렇게 도울 수 있었다는 사실이 우리의 마음을 뿌듯하게 했다.

 

 

우리가 몸을 씻고 있는 동안, 다른 제자들은 일을 끝낸 기쁨으로 소란스러웠는데, 유다만은 조용했다. 유다는 더 이상 다른 약속을 하지 않으려고 조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토마스가 유다에게 말을 걸었다.

 

"유다, 자네 너무 조용한데, 잘못된 일이라도 있나?"

 


"아니."하고 대답한 유다는 연신 몸을 씻고만 있었다.

 

 

집안으로 들어가는데, 두 딸이 나에게 말했다.

 

"저희 아버지와 다시 기도를 해주시겠습니까? 어젯밤부터 아버지께서 얼마나 기분이 좋으신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기도를 하겠소. 그러나 오늘 밤에는 당신들 두자매도 우리와 함께 기도했으면

 

좋겠소."
"그건 안됩니다" 엘리사벳이 말했다.

 

"남자들끼리만 기도하셔야 합니다. 저희는 나중에 들어가겠습니다."

 


"괜찮소. 오늘 밤은 특별한 날이기 때문에 당신들도 우리와 함게 있었으면 좋겠소."
"정말이십니까. 선생님.?" 하고 큰 딸이 말했다.
"그렇소. 정말이오."

우리는 모두 노인이 있는 큰 방으로 들어갔다. 노인은 여전히 베개에 등을 기댄채 앉아 있었다. 내가 가까이 가자, 노인이 물었다.

 

"어젯밤에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을 생각하였습니다. 그것이 모두 사실입니까?"

 


"그렇습니다."

 


나의 대답을 듣고, 노인은 미소를 짓더니 흥분하여 말했다.

 

"아, 정말 사실이었구나. 이제 나는 행복하게 죽을 수 있게됐다. 그분을 만나 거야!"

 

노인은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않고 두 손을 높이 올렸다.

미카엘은 어리 둥절한 표정이었다.

 

"선생님, 아버지가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미카엘, 아버지의 손을 잡고 아버지와 마지막 시간을 보내도록 하시오.

 

그리고 당신들도.!"
나는 딸들을 보면서 말했다.

 

 

그들이 노인 곁에 와서 앉자, 노인은 자식들의 얼굴을 차례로 만지며 말했다.

 

"우리는 축복을 받았다. 그분이 여기 계시다니 말이다."

 

숨소리가 점점 희미해지면서. 그는 죽음의 품으로 빠져 들었다.

미카엘과 두 딸은 울기 시작했다. 나는 숨을 거둔 노인한테로 가서 그의 시신을 축성하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제자들도 따라서 기도했다. 기도를 마친 후 나는 세남매에게 손을 얹고 말했다.

 

 

"기름을 조금 가지고 오시오. 당신들 아버지의 시신을 축성해 주겠소. 그런 다음에

 

장례 준비를 하도록 하시오."

세 남매는 울음을 그쳤고, 평화가 그들의 가슴을 채웠다.
그들이 장례 준비를 마쳤을 때 내가 그들을 위로하였다.

 

"다른 방으로 가서 이 기쁨 순간을 축하합시다. 당신들 아버지의 영혼이 하느님께 가는 첫걸음을 내디딘 순간이 바로 지금이오."

다른 방에서 저녁 식사를 위해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저는 먹고 싶지 않습니다."미카엘이 말했다.
"저희도 생각이 없어요." 두 여동생들도 오빠를 따랐다.

 


"당신들 아버지가 돌아가시며 얼마나 행복해 하셨는지 생각나지 않소? 당신들은 지금 슬퍼하고 있는데, 아버지께서 원하실 것 같소?" 그들을 부드럽게 타일렀다.

"아닙니다. 선생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아버지는 진실로 기뻐하셨습니다."

 

작은 딸 엘리사벳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손등으로 뺨에 흐르는 눈물을 씻어냈다.

 

 

잠시 후 우리는 저녁 식사가 차려진 방에 모여 앉아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모두들 천천히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유다만이 혼자서 게걸스럽게 음식을 넣고 있었다.

"미카엘" 내가 다시 위로를 했다.

 

 

"당신과 당신 두 여동생들은, 죽음이 바로 기쁨인 것을 알아야 하오. 만약 당신들이

 

아버지처럼 하느님을 위하여 착하게 산다면, 죽음이란 특별한 축복이 되는 것이오.

 

그 죽음은 하느님 아버지와 천국의 영원한 행복으로 당신들을 데리고 가는 것이오..."

 

 

"네, 선생님, 알겠습니다. 그렇지만 슬프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미카엘이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슬픔은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오. 그러나 돌아가실 때 누리시던

 

아버지의 그 기쁨을 받아들이는 것으로써 당신들의 사랑을 표현할 수도 있는 것이오."라고 말하면서 나 역시 그들이 느끼는 슬픔을 함께 하고 있었다.

 

 

"오늘 밤에 주신 죽음의 은총과 더불어 하느님께서는 이 가족에게 또 다른 은총도 주실 것이오. 미카엘, 잠시만 아버지를 뵙고 오시오."

 

미카엘이 일어나서 절뚝거리며 노인의 시신이 있는 방으로 갔다가 금방 돌아왔다.

"선생님, 아버지한테는 별 변화가 없습니다."

 


그때 "미카엘 오빠!" 여동생들이 일제히 소리 질렀다.

 

"오빠가 걸어요. 오빠가 걸어!"

 


미카엘은 그제서야 자기 다리가 똑바로 서진 것을 보았다. 그는 온 방안을 빙글 빙글 돌아다니며 소리 질렀다.

 

 

"내가 똑바로 걷는구나! 내가 똑바로 걸을 수가 있어!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긴거지!"

 


그러다가 남매들은 갑자기 열광적인 환호를 멈췄다. 미카엘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우리가 이렇게 기뻐해서야 되겠습니까?"

"당신들 아버지가 지금의 당신들을 보면 기뻐하지 않겠소?"

"네, 아버지께서는 기뻐하실 것입니다."

 

그들은 서로 끌어안고 기쁨과 슬픔에 얽혀서 울었다.

 


제자들이 시편을 노래하면서 하느님의 자비하심에 감사를 드렸다.

 

미카엘이 여동생들을 얼싸안다 말고 갑자기 눈이 둥그래져서 무릎을 꿇었다.

 


"아버지가 하신 말씀을 이제야 알겠습니다. 저는 압니다. 선생님이 바로 그분이시라는 것을. 선생님이 바로 그분이십니다. 그렇지요?"

 


나는 미카엘의 어깨 위에 손을 얹고 짧게 대답했다 "그렇소!"

 


미카엘은 내 발에 입맞춤하기 시작했는데, 여동생들도 뒤늦게 알아차리고 미카엘을

 

따랐다.

" 이럴 필요가 없소. 앞으로 무슨 일을 하든지 내 아버지께 감사할 줄 알고, 다른 사람들도 하느님의 사랑을 알 수 있도록, 당신들 가슴 속에 있는 사랑을 나누어 주도록

 

하시오,"

 


"주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들은 한목소리로 외쳤다.

 


다음날 우리는 노인의 시신을 땅에 묻도록 도와 주었다.

그들의 마음은 이제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송별인사를 하면서 나는 그들을 축복해 주었다.

 

 

"하느님께 항상 의탁하시오. 그러면 당신들의 삶은 부족함이 없을 것이오."

 


"주님, 다시 돌아와 주십시오. 네?" 하고 엘리사벳이 애원했다.

 

"나는 항상 당신들과 함께 있을 것이오."

 


"그렇지만 부디 저희들을 보러 다시 와 주십시오." 하고 미카엘도 부탁했다.

 


"다시 오겠소. 약속하오."

 

 

그들이 나를 다시 만나게 될 때는 내가 부활한 후라는 것과, 부활 후에 돌아와서 그들에게 죽음의 진리, 곧 영생의 진리를 보여 줄 것임을 나는 알고 있었다.

(예루살렘아, 슬픔과 재난의 옷을 벗어버리고, 하느님께로 오는 영광의 아름다운 옷을 영원히 입어라." 바룩5:1)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