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음식과 음료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4-05-27 조회수996 추천수15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014년 가해 부활 제6주간 수요일


< 진리의 영께서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 >


복음: 요한 16,12-15






하느님의 아들이며 말씀이신 그리스도


(1540-1550), 모스크바 크레믈린 Cathedral of the Sleeper


     < 음식과 음료 >

                

결혼 20년 만에 30평짜리 아파트로 이사하게 된 부부가 있었습니다. 워낙 여러 번 이삿짐을 싸 본 경험이 있어서 그 부부는 이번에도 이삿짐센터를 부르지 않고 자신들이 손수 짐을 싸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노인이 갑자기 내가 도와줄게요. 걱정 말아요. 공짜에요, 공짜.”라고 하시며 대구할 기회도 주지 않고 능숙한 솜씨로 짐 나르는 것을 도와주었습니다. 부부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그 노인이 자신들을 도와주도록 하였습니다.

짐을 싸는 도중에 노인이 본색을 드러냈습니다.

어유, 짐이 많네. ... ... 버릴 건 없나요?”

리모컨도 없는 구형 텔레비전, 낡은 선풍기, 그런데도 부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글쎄요, 워낙 정이 든 물건들이라 버리기가 아까워서요.”

노인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지만, 노인은 끝까지 이삿짐 싸는 것을 도와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정말도 한 푼도 안 받지 않고 웃으며 인사한 뒤 돌아가셨습니다.

그로부터 보름 뒤 이 부부에게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복지시설에서 초대장이 날아왔습니다.

두 분의 도움으로 저희 복지시설이 온전하게 터를 옮겼습니다. 부디 오셔서...”

그런 곳을 후원한 곳은 없었지만, 또한 앞으로는 좋은 일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그 초대에 응하기로 하였습니다.

부부를 맞이해 준 사람은 보름 전 공짜로 이삿짐을 날라준 그 노인이었습니다. 노인은 부부를 맨 앞자리로 안내한 뒤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시켜 주었습니다.

여러분, 이분들이 우리 집을 유지하게 해준 진짜 후원자십니다. 그동안 저는 이삿짐을 무료로 운반해 주며 버리는 옷장, 선풍기, 전기밥솥 따위를 모아서 복지관 살림을 꾸려 왔습니다. 그런데 이 부부만이 아무것도 버리지 않고 이사를 했습니다.”

객석에서 한 여자가 질문했습니다.

아무것도 버리지 않았다면 아무 도움도 주지 않았다는 뜻 아닌가요?”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사실 그동안 이 복지시설을 운영하기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이참에 작은 집으로 옮기고 몇몇의 장애인 가족들을 다른 곳으로 보낼 생각이었습니다. 헌데 이 부부의 이삿짐을 옮길 때, 그리고 돌아오면서 저도 오랜 시간 정이 든 가족들을 버려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노인의 이 설명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고, 부부는 그날로 복지관의 진짜 후원자가 되었습니다.

[TV동화 행복한 세상 1, 진정한 후원자]

 

제가 성경을 공부할 때, 어떤 분이 이렇게 충고해 주었습니다.

성경 잘못 공부하면, 신앙을 잃는다.”

성경을 공부하면 신앙이 증가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러나 실제로 성경을 공부해가면서 신앙이 줄어들 수도 있겠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성경이 하느님의 말씀이 아닌 그저 공부를 위한 공부가 될 때 그렇게 말씀은 나에게 아무 영향도 주지 못하고 메말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마른 음식만 먹고 사람이 살 수 있을까요? 음식을 먹으면 당연히 음료도 마셔야합니다. 그래야 음료가 음식을 소화시키는데 도움을 줍니다. 그러나 가끔은 음료를 마실 시간은 안 주면서 음식만 먹고 좋은 결과가 나기를 기다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소공동체 때 하는 복음나누기 7단계가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복음말씀에서 자신에게 와 닿는 구절을 찾아내고 3분 정도 묵상한 다음 삶과 연결시켜 나누기를 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 나눔이 진정 가슴을 뜨겁게 하는 나눔이 되려면 적어도 성체 앞에서 1시간은 깊이 묵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말입니다. 그리고 성경에 대한 어느 정도 선지식도 필요합니다. 따라서 가능하면 일주일 전 것을 미리 읽고 일주일 동안 묵상하며 산 다음에 나누기를 하기를 권합니다. 어떻게 3분 안에 그 말씀이 내 안에 녹아들어 내 삶을 비추어줄 등불이 될 수 있겠습니까?

 

위의 이야기에서 노인의 말을 들었을 때 많은 이들은 아무것도 버리지 않았다면 아무 도움도 주지 않았다는 뜻 아닌가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러나 노인은 그들과는 달랐습니다. 부부가 물건을 버리지 않는 모습에서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담겨있는 뜻을 해석하고 자신의 것으로 삼을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말씀은 그 자체로 음식입니다. 그러나 그 음식이 소화되기 위해서는 물도 필요하고 시간도 필요합니다. 물은 성령님입니다. 성령의 빛이 없이는 어떤 말씀도 나의 것이 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성령의 빛으로 소화되고 나의 살과 피가 될 시간도 충분히 주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음식을 먹을 때도 물과 소화가 될 충분한 시간을 주어야 하는데, 어떻게 말씀을 소화시켜 나의 것으로 만드는 데는 3분밖에 시간을 주지 않는 것일까요? 그렇게 되면 깊은 나눔이 아닌 반복되는 일상의 이야기만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감동이 없고 변화와 기쁨이 없기 때문에 소공동체 모임에서 말씀나누기를 통한 그리스도를 만나는 체험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그런 나눔이 너무 부담스럽기 때문에 잘 안 나가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가르치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할 말이 아직도 많지만 너희가 지금은 그것을 감당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분 곧 진리의 영께서 오시면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 직접 말씀하신다고 다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 음식이 소화될 수 있도록 성령께서 함께 오셔야만 말씀이 참으로 소화되어 나의 것이 되는 것입니다. 매일 성경 말씀을 묵상하는 저도 3분 묵상해서는 잡념에서만 헤매다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고 말 것입니다. 우리도 다만 성경 한 구절이라도 나의 것으로 삼고 내 살과 피가 되기를 원한다면 성령께서 내 안에 임하실 수 있도록 먼저 내 자신을 정화하고, 또 그분이 내 안에서 활동하실 시간과 그 말씀이 나의 것으로 소화될 시간을 충분히 드려야 할 것입니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