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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밀당'이 주는 평화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4-05-28 조회수1,009 추천수8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014년 가해 부활 제6주간 목요일
 

<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


   복음: 요한 16,16-20






성모자


부티노네(Butinone) 작, (1490), 밀라노 브레라 미술관

 


     < '밀당'이 주는 평화 >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어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指針)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한용운 시인의 님의 침묵입니다. 어렸을 때 학교에서 배우고는 처음 다시 읽어보는 것 같습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빼앗긴 땅과 민족을 되찾으려는 끈질긴 의지와 희망을 담고 있는 시라고 평이 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해석하건 간에 불교의 중심사상인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 즉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게 되고, 또 헤어졌다면 반드시 다시 만나게 된다는 믿음 안에서 쓰인 시인 것은 확실합니다.

그것이 애인이 되었건, 나라가 되었건 반드시 헤어져야 한다는 것은 매우 슬픈 일입니다. 사실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게 마련이라는 말은 부처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당신의 죽음을 슬퍼하는 제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한 마지막 가르침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성인들은 떠나갈 때 오히려 자신의 죽음보다는 자신을 잃게 되는 이들에 대한 걱정을 먼저 하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도 이제 하늘로 가시기 전에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조금 있으면 너희는 나를 더 이상 보지 못할 것이다. 너희는 울며 애통해 하겠지만 세상은 기뻐할 것이다.”

그리고는 그들을 이런 말로 위로해 주십니다.

그러나 다시 조금 더 있으면 나를 보게 될 것이다.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그렇습니다. 모든 관계는 밀고 당기는 밀당’, 가까워짐과 멀어짐의 무한 반복입니다. 즉 회자정리, 거자필반의 무한 반복인 것입니다. 사실 헤어진다는 것이 큰 슬픔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관계의 원리라면, 그래서 어차피그렇게 되어야 한다면, 그 사실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이 세상의 애정에 그리 집착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헤어진 사람은 반드시 다시 돌아오게 되어 있음까지 알게 된다면 큰 희망과 위로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남편이 사랑하는 아내와 자녀들을 떠나야 할 때가 있습니다. 바로 아침에 출근할 때입니다. 정말 아이들은 아빠가 나가면 보내기 싫어서 울기도 합니다. 불안합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압니다. 조금만 있으면 자신의 남편이 다시 돌아올 것임을. 그것도 가정에 꼭 필요한 일을 하기 위해 나간다는 것을 알기에 그 헤어짐을 오히려 감사하게 받아들입니다.

 

처음 사랑에 빠진 연인들은 매우 불안해합니다. 헤어짐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그 두려움 때문에 서로를 구속하게 되어 진짜 헤어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첫사랑이 잘 될 확률이 적은 것입니다. 그러나 인연을 하느님의 뜻에 두는 이들은 그런 관계에 자유롭습니다. 모든 인연을 만남과 헤어짐을 주관하시는 하느님의 뜻에 두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런 관계만이 항상 희망과 평화를 간직한 편안한 관계가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조금만 있으면떠나가실 것이고, 조금만 있으면돌아오실 것이라고 하십니다. 모든 관계에 있어 조급해 하지 맙시다. 우리에겐 영원이란 시간이 있습니다. 영원 안에서 조금이란 시간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입니다. 지금 가진 것에도 집착하지 말고, 또 지금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서 희망하는 것도 포기하지 맙시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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