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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내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4-06-01 조회수1,118 추천수12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014년 가해 주님 승천 대축일


< 내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

복음: 루카 28,16-20





 성령강림


Restout, Jean 작, (1732), 캔버스유화, 465 x 778 cm, 파리 루브르 미술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결혼 20년차인 어떤 자매님이 이사를 할 때마다 쓰지도 않지만 또 버리지도 않고 꼭 가지고 다니는 애물단지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혼수로 해 온 솜이불 한 채입니다. 조금 불에 탄 자국도 있는 이불입니다. 남편은 침대를 사용하면서 솜이불이 무슨 소용이냐고 하지만 그 자매는 그 솜이불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그 자매가 시집오기 전 친정어머니는 3년 동안이나 목화를 심어 맏물솜만 정성껏 골라 모아 이불 한 채를 만드셨습니다. 어머니는 솜을 트면서 딸에게 당부했습니다.

이담에 솜이 눌려서 솜틀집에 가거든 꼭 지켜봐야 한다. 다른 솜과 바뀌면 너무 아깝거든.”

딸은 어머니 말씀에 뜻없이 고개를 끄덕이곤 했습니다.

결혼식을 올리기 며칠 전 막내 동생이 모기장 안에 등잔불을 켜 놓고 공부를 하다가 화재를 낸 적이 있습니다. 다행히 바로 발견해서 불을 끄기는 했지만 그 와중에 불이 혼수이불에 옮아붙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친정어머니는 정신없이 덤벼들어 맨 손바닥으로 이불에 옮겨 붙는 불을 끄다가 불붙은 비닐 천에 손이 들러붙어 손바닥에 화상을 입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솜이불만은 건졌다며 좋아하셨습니다.

엄마가 돌아가신 지금도 엄마의 그 아픈 손바닥 자국이 남아있는 그 솜이불만 보면 눈물이 납니다. 어머니의 따듯함이 담긴 그 이불은 애물단지가 아닌 신주단지인 것입니다.

[TV동화 행복한 세상 1, 혼수이불]

 

딸은 왜 솜이불을 간직하는 것일까요? 어쩌면 어머니가 자신과 함께 있지 못하지만, 지금 그 솜이불을 통해 자신과 더 가까이 있음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류시화 시인의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란 시 제목이 생각납니다. 그대가 옆에 있는데도 그대가 그리울 수 있을까요?

사람은 근본적으로 외로운 것을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친구도 사귀고 결혼도 하고 가족도 잘 챙깁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친구와 함께 있어도 혼자인 것 같고, 가족과 함께 있어도 혼자인 것 같고,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있어도 외로워질 때가 있습니다.

저도 살면서 외로움을 느낀 때가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였습니다. 내 편이라 생각했던 친구들이 나만 잘못했다고 나무랄 때, 생일잔치인데 화장실 다녀와 보니 자신들끼리 웃고 떠들고 있을 때, 또 언제나 나를 사랑해줄 줄 알았던 사람이 진정으로 사랑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때 등입니다. 어쩌면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 기대하는 것이 채워지지 않아서 그런지 사람들과 있을 때 더 외로움을 느끼기기도 합니다.

남편이 있고 자녀들이 있어도 외롭기는 매한가지인 것 같습니다. 어떤 자매님은 밤에 혼자 앉아서 가슴이 텅 빈 것 같아 눈물만 흘린다고 합니다. 남편도 자녀들도 모든 것이 다 있는데도 왠지 외롭다는 것입니다.

결혼하면 외롭지 않을 것 같았는데, 결혼하니 더 외롭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육체적으로는 함께 있어도 상대가 내 마음까지 들어와 있지 않기 때문에 외로운 것 같습니다. 육체가 나의 전부가 아닙니다. 육체는 나의 문입니다. 그 육체 안에 참으로 내가 존재합니다. 육체적으로만 함께 있는 것으로 마음의 공간까지 채워질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비로소 누군가가 나와 진정으로 함께 있음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 사람이 내 안으로 들어올 때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 사람이 내가 되고 내가 그 사람이 될 때입니다.

궁상맞은 어머니가 싫어서 시집을 빨리 가버린 딸이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한 뼘 정도 되는 좌판에서 생선을 팔며 자녀들을 가르쳤습니다. 추운 겨울에는 변변한 외투 하나 없이 연탄의자에 앉아 겨울을 났습니다. 그래서 감기가 떨어질 날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자식들에게는 아픈 내색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이런 가난에 찌든 가족이 싫어서 일찍 결혼을 했고 오랫동안 집을 찾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사는 게 지쳐 엄마가 생각나 오랜만에 어머니를 찾아갔습니다. 여전히 그 자리에서 생선을 팔고 계셨습니다. 오랜만에 찾아온 딸인데도 괘씸타 하지 않으시고 기쁘게 맞아주셨습니다.

아이고, 이 추운 날 네가 어쩐 일이냐?”

엄마... 목에다 왜 비닐을?”

네가 몰라서 그러지 바람 막는 덴 비닐이 최고다.”

어머니는 생선을 담아 파는 비닐을 목에 감고 추위를 이기고 계셨던 것입니다.

생활이 힘들다는 이유로 목도리 하나 사드리지 못한 자신이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딸은 그 길로 가서 털목도리를 하나 사서 목에 둘러드렸습니다.

돈도 없는데 뭐 하러 이런 건....”

그 작은 털목도리 하나에 어머니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습니다.

그날 딸은 생선비린내가 밴 어머니의 비닐목도리를 손에 꼭 쥔 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TV동화 행복한 세상 1, 어머니의 비닐 목도리]

 

어머니가 되어보아야 비로소 어머니 마음을 알게 된다고 합니다. 비로소 그 마음을 알게 될 때 그 마음이 나의 마음으로 들어오고 그 마음이 나의 마음이 됩니다. 그렇게 하나가 된 마음은 세상 무엇도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누군가가 참으로 나와 친밀해질 때는 육체가 아니라 마음이 서로 통할 때인 것입니다.

 

심순덕 시인의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란 시가 있습니다.

엄마가 고생하며 밭에서 일하고 찬 밥 한 덩이로 부뚜막에 걸터앉아 끼니를 때워도 되는 줄 알았다고 합니다. 꽁꽁 언 냇물에 맨손으로 빨래를 해서 동상이 가실 날이 없어도 더운 밥 맛난 찬 자녀들 다 먹이고 당신은 숭늉으로 허기를 달래도 되는 줄 알았다고 합니다. 발뒤꿈치가 추위에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고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게 닳아 문드러져도 되는 줄 알았다고 합니다. 술 좋아하는 아버지가 주정하고 철부지 자식들이 속을 썩여도 되는 줄 알았다고 합니다. 외할머니 사진을 들고 보고 싶다 보고 싶다 하여도 그렇게 눈물을 떨구어도 철없는 딸은 그 의미를 알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비로소 알게 된 때가 있습니다.

내가 엄마가 되고 엄마가 낡은 액자 속 사진으로만 우리 곁에 남아 있을 때, 비로소...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내가 엄마가 되었을 때 그렇게도 가슴까지 스며들어오지 않던 엄마가 내 가슴 안에 박히게 된 것입니다.

 

오늘은 예수님께서 세상을 떠나서 아버지께로 가신 날입니다. 기뻐해야 하는 날일까요? 그분은 떠나셨습니다. 우리는 어째서 기뻐해야 하는 것일까요? 바로 이 약속 때문일 것입니다.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그러나 떠나면서 어떻게 우리와 함께 계신다고 하신 것일까요? 사실 그리스도께서 육체적으로 남아계시면 우리가 더 혼돈스럽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께서 승천할 당시까지도 그분을 보면서도 의심하는 이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육체적으로 함께 있는 것이 오히려 더 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와 함께 있겠다고 하시면서 복음 선포의 사명을 내리셨습니다. 복음 선포, 즉 구원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삶은 누가 먼저 사셨습니까? 바로 예수님 당신이십니다. 엄마가 되어 보아야 엄마를 이해하게 되고 그 때서야 엄마가 내 맘에 들어오시는 것처럼, 예수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께서 육체적으로 함께하시겠다고 하신 것이 아니라 진정 우리 마음 안에 들어와 사시겠다고 하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가 그분이 사신 삶을 살아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그분을 이해할 수 있고 그분을 마음 깊숙한 곳까지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어야만 그분은 참으로 나와 함께 사시게 되는 것입니다.

류시화 시인의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란 시를 마지막으로 읽어봅니다.

 

물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그대가 내 마음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사시기 전에는 우리는 항상 외로울 것입니다. 내가 엄마가 되고 엄마가 낡은 사진 속에 남으셨을 때, 마찬가지로 내가 그리스도가 되고 그리스도가 십자가상으로 남아계실 때, 그 때 비로소 그분은 나와 함께 계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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