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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의 눈길 - 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성 요셉 수도원)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4-06-05 조회수1,044 추천수8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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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6.목요일 성 보니파시오 주교 순교자(675-754) 기념일

사도22,30;23,6-11 요한17,20-26


주님의 눈길


엊그제부터 시작하여 오늘로서 대사제의 기도라고 불리는 요한복음 17장이 끝납니다.

엊그제 복음은 예수님 자신을 위한 기도,

어제는 제자들을 위한 기도,

그리고 오늘은 믿는 이들을 위한 기도입니다.

 

어제 저녁성무일도 후 오늘 복음을 듣던 중 '아버지'란 말이 유난히 귀에 반복적으로 들어와

도대체 몇 번이나 나왔는가 방에 와 헤아려보니 무려 14회나 나왔습니다.

 

새로운 발견이었습니다.

예수님의 하늘 아버지와의 관계가 얼마나 친밀한지 새롭게 깨달았습니다.

 

3일 동안 복음의 서두도 대동소이합니다.

화요일 첫 날은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하늘을 향하여 눈을 들어 말씀하셨다' 이고

수요일과 오늘 목요일은 똑같이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하늘을 향하여 눈을 들어 기도하셨다.'입니다.

 

새삼 얼마나 하늘을 많이 바라보며 기도하셨는지 예수님의 기도 습관을 깨닫게 됩니다.

아마 예수님보다 하늘을 많이 보신 분도 없을 것입니다.

 

아마 예수님께는

하늘이 '아버지의 얼굴'로, '아버지의 눈'으로, '아버지의 마음'으로 보였을 것입니다.

하여 예수님의 눈길은, 눈빛은 하늘 아버지를 닮아 한없이 그윽하고 깊었을 것입니다.

 

저 역시 26년 동안

불암산을 배경한 요셉수도원에 살면서 가장 많이 본 것이 불암산 배경의 하늘일 것입니다.

 

예전에 써놓고 애송한 '하늘과 산'이란 시도 생각이 납니다.

아버지가 하늘이라면 예수님은 그대로 산으로 생각해도 되겠습니다.


-하늘 있어/산이 좋고, 산 있어/하늘이 좋다.

하늘은 산에/신비를 더하고, 산은 하늘에/깊이를 더한다.

이런 사이가/되고 싶다. 이런 사랑을/하고 싶다.-


특히 어제 비온 후 활짝 갠 날, 여기 피정집에서 하늘과 산을 보는 순간 떠오른 예전 시입니다.

 

어제 면담성사를 드리기 전의 순간적 깨달음의 체험도 잊지 못합니다.

창문을 여는 순간, 푸른 하늘, 밝은 햇살, 시원한 바람이 창 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흡사 하느님이 들어오는 듯, 그대로 아름다운 하느님을 뵙는 듯 했습니다.

 

면담성사를 드리는 중에도 흡사 하느님이 창밖에서 들여다 보시는 듯 생각이 들었고,

몇 수녀님들과도 이런 느낌을 나누었습니다.

 

'하늘과 산'같은 관계의 원형은 아버지와 예수님과의 관계이지만,

아버지와 믿는 우리들과의 관계도 됩니다.

 

예수님은 하늘과 산의 관계처럼, 늘 하늘 아버지를 배경하여 아버지와 하나가 되어 사셨습니다.

하늘과 산은 둘이자 하나요, 하나이자 둘입니다.

 

이런 신비는 예수님뿐 아니라 그대로 아버지와 우리의 관계에도 통합니다.

그대로 아버지의 하늘 얼굴, 아버지의 하늘 눈빛, 아버지의 하늘 마음을 지니셨던 예수님이셨습니다.

 

하나의 하늘에서 하나의 아버지를,

하나의 하늘 아버지 아래 모두가 한 형제들임을 깨달으셨던 예수님이심이 분명합니다.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하늘에 계신 아버지'로 시작되는 주님의 기도 역시

그대로 하늘 아버지의 자녀들인 온 인류가 한 마음으로 바쳐야 할 기도임을 깨닫습니다.


어제 복음 묵상 중 마음에 벼락처럼 와 닿은 17장 24절 전반부입니다.

'아버지,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이들도 제가 있는 곳에 저와 함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말 번역과는 달리 영어 복음은 다음 두 문장으로 나뉘어져 있었습니다.

"아버지, 그들은 저에게(주신) 아버지의 선물입니다(Father, they are your gift to me).

저는 그들과 함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믿는 이들 모두가 예수님께는 아버지의 선물이라니 얼마나 놀라운 고백인지요.

바로 이게 예수님의 마음, 하느님의 마음입니다.

예수성심의 사랑의 비밀이 환히 들어납니다.

 

우리 모두 이런 예수님의 마음을 지닐 때

저절로 하나가 되게 해 달라는 예수님의 기도도 이루어질 것입니다.

 

비단 믿는 이들 뿐 아니라

우리와 만나는 모든 이들이, 온 인류가 우리에게 주신 하늘 아버지의 선물입니다.

 

어찌 사람뿐이겠습니까.

우리에게 주어진 자연만물 모두가 아버지의 선물들이요 아버지의 선물들로 가득한 세상입니다.

 

이래서 모두가 은총이라 고백하는 것입니다.

눈 만 열리면 온통 하느님 은총의 선물로 가득한 세상을 볼 것입니다.


이런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의 선물들로 가득한 세상임을 깨달을 때 저절로 하나의 일치요,

끊임없이 샘솟는 하느님 찬미와 감사의 노래입니다.

 

하여 우리 수도자들은 성무일도와 미사의 공동전례기도를 통해

늘 하느님 사랑의 선물에 찬미와 감사로 응답합니다.

 

아버지와 예수님의 관계처럼,

예수님과 바오로의 관계도 늘 하나이자 둘이요 둘이자 하나인 일치에 관계에 있음을 깨닫습니다.

 

늘 주님의 마음과 하나되어 사셨기에

주님의 뜻에 따라 온 인류를 향한 복음 선포에 전념했던 바오로였음은

다음 오늘 1독서 사도행전 마지막 구절에서 분명히 들어납니다.

 

'그날 밤에 주님께서 바오로 앞에 서시어 그에게 이르셨다.

"용기를 내어라. 너는 예루살렘에서 나를 위하여 증언한 것처럼 로마에서도 증언해야 한다.“

 

주님이 하늘이라면 바오로는 주님 하늘을 배경한 산 같은 존재였습니다.

하늘과 산, 주님과 우리의 관계임을 잊지 맙시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의 하늘 배경이 되고자 오시어 우리 모두에게 온갖 축복을 내려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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