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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네가 나를 정말 사랑하느냐?" - 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성 요셉 수도원)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4-06-06 조회수1,382 추천수8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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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6.6. 부활 제7주간 금요일 사도25,13ㄴ-21 요한21,15-19


"네가 나를 정말 사랑하느냐?"


순국열사들의 나라사랑을 기리는 현충일에 사랑에 대한 강론을 하게 된 점 역시 의미심장합니다.

 

사랑은 봉헌입니다.

사랑은 순교입니다.

사랑은 관상입니다.

사랑은 아픔입니다.

 

아픔의 희생 없는 사랑은 없습니다.

참 사랑에는 언제나 아픔이 따릅니다.

 

랑은 아름다움입니다.

아픔이 있어 아름다운 사랑입니다.

 

사랑의 봉헌자, 사랑의 순교자, 사랑의 관상가, 사랑에 아픈 자, 사랑은 우리의 모두입니다.

특히 우리 수도자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입니다.

사랑을 빼놓으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우리 수도자들입니다.

 

하느님께 대한 열렬한 사랑은 성덕의 잣대입니다.

사랑의 성인들입니다.

성인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가까이 있습니다.

 

여기 수녀원의 초석을 놓은,

오랫동안 원장직을 역임하셨던, 지금은 고인이 되신 노 명숙 살레시아 수녀님 역시 사랑의 성인입니다.

 

어제 안내실 진열대에 있던

'노명숙 수녀의 아름다운 세상, 노명숙 살레시아 수녀 개인전'이란 제하의

화첩을 보면서 받은 신선한 충격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11점의 '사계절'이란 제목이 붙은 풍경화는 수녀님의 자연을 통한 '관조의 사랑'의 표현이었고,

7점의 '사랑'이란 제목이 붙은 빨간 장미꽃 그림들은

수녀님의 주님 향한 '열렬한 사랑'의 표현이었습니다.

 

주님 향한 일편단심의 사랑이 아름다운 그림으로 표현된 것입니다.

그리고 수녀님은 전시회(2012,7.4-7.10)가 끝난 후 2012.8월 말쯤 귀천하셨습니다.

 

그러니 수녀님의 그림 전시회는 마지막 수녀님이 주님께 드린 사랑의 봉헌이었던 것입니다.

 

오늘 강론 제목은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물었던 '네가 나를 정말 사랑하느냐?'입니다.

 

새 번역에는 '정말'이란 말이 없지만

공동번역 두 번째 물음에는 '정말'이란 말이 들어 있어 반갑고 고마워 즉시 공동번역 말씀을 택했습니다.

 

예수님의 이 물음은 아마 베드로에겐 평생 화두요 좌우명이 됐을 것입니다.

 

아니 무디어져가는 우리의 주님 사랑을 일깨우는데도 이 보다 좋은 말은 없습니다.

하여 주님은 우리 모두를 향해 물으십니다.

 

"네가 정말 나를 사랑하느냐?“

 

우리의 모두가 달린 주님의 물음입니다.

주님의 외로움이 물씬 풍겨나는 물음입니다.

우리의 사랑을 갈망하는 예수성심의 사랑임을 깨닫습니다.

 

사실 이 물음보다 더 중요한 물음은 없습니다.

이 물음의 주님을 잊어버려 방황이요 혼란이요, 무의미하고 무기력한 삶입니다.

 

베드로가 얼마나 주님을 사랑하는지 다음 답변에서 분명히 들어납니다.

 

베드로는 '예, 제가 정말 주님을 사랑합니다.'라 대답하지 않습니다.

어찌 아프도록 깊디 깊은 사랑을 이 한 마디 고백에 담을 수 있겠습니까.

 

답답한 심정에

'예, 주님!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십니다.'에둘러 진정한 사랑을 고백합니다.

 

우리도 아무도 알아주거나 이해해 주지 못할 때 답답한 심정에 '하느님은 아신다.'라고 말하지 않습니까.

베드로의 심정 역시 이와 같았을 것입니다.

 

세 번 째 물음에 슬퍼하며 사랑을 고백하는 베드로에게 사랑의 진정성이 확연히 느껴집니다.

사실 베드로는 평생 드라마틱한 삶을 살며 주님을 참으로 사랑했고

마침내 장렬한 순교로 그 진정한 사랑을 입증했습니다.

 

베드로의 사랑을 확인한 예수님의 간곡한 당부입니다.

"내 양들을 돌 보아라.“

"나를 따라라.“

 

진정 나를 사랑한다면 나의 소원을 들어달라는 말씀입니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주님의 양들인 형제들을 사랑으로 잘 돌보고,

당신을 따라 사랑의 순교적 삶에 항구하라는 말씀입니다.

 

사랑은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요, 명사가 아니라 동사입니다.

주님의 양들인 형제들을 돌보는, 또 매일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구체적 동사의 현실입니다.

 

사실 이 말씀 그대로 죽음에 이르기까지 주님 사랑을 실천하는 우리 수도자들입니다.

 

마치 오늘 말씀의 배열이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의 대축일 같은 느낌이 들게 합니다.

복음의 주인공이 베드로라면 1독서 사도행전의 주인공은 바오로입니다.

 

바오로 역시 그리스도께 대한 열렬한 사랑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오늘 사도행전의 상황에서처럼 바오로가 온갖 악조건 중에도 항구할 수 있었음이

바로 주님 사랑의 진정성을 입증합니다.

 

모두가 다 허무하게 사라져갈 때 남는 것은 사랑뿐입니다.

바오로의 평생 주님 사랑의 자극제가 된 화두와 같은 말씀은 무엇일까요?

 

저는 주저함 없이

다마스커스 도상에서 주님을 만났을 때 그를 회심에로 이끈 다음 주님 말씀이라 봅니다.

 

"사울아, 사울아, 왜 나를 박해하느냐?“

 

주님의 호소하는듯한 이 슬픈 말씀이 바오로의 무딘 마음을 적셨을 것이며,

평생 순교에 이르기까지 열렬하고도 항구한 주님 사랑에 투신케 했고,

마침내 '그리스도는 내 생의 전부입니다.'라는 고백에 이르게 했을 것입니다.

 

바꿔 말해 '그리스도는 내 사랑 모두입니다.'라는 고백과 같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당신 생명과 사랑의 성령으로 우리를 충만케 하시며 우리 각자의 이름을 부르며 물으십니다.

 

"네가 정말 나를 사랑하느냐?"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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