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1주간 목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4-06-19 조회수611 추천수8 반대(0)

지난 월요일의 일입니다. 저녁 9시가 되었는데 동창신부의 사목위원이 전화를 하셨습니다. 약주를 드셨지만 한번 보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동창신부도 함께 있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저녁을 먹었지만 모처럼 동창 신부의 얼굴도 보고, 사목위원도 만나기 위해서 동창 신부가 있는 성당엘 갔습니다. 그런데 사목위원은 피곤하다고 집에 갔고, 동창신부는 이왕 왔으니 맥주나 한잔 하자고 하였습니다. 이왕 왔으니 동창신부와 이야기를 하고 와도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의 마음이 그렇지 못했습니다. 저를 무시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기껏 불러놓고서 가버린 것이 자존심을 상하게 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나 간다!’라는 말을 남기고 와 버렸습니다. 자존심을 지킨 것 같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한 주일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많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악을 악으로 되갚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잘못하는 사람도 용서하라고 하셨습니다.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셨습니다. 상대방의 잘못과 허물을 탓하기 전에 먼저 이해하고 자비를 베풀라고 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여러분들도 완전한 사람이 되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이 말씀들을 묵상하고 매일 아침 묵상 글을 썼습니다. 하지만 정말 예수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세상 일이 마음먹기에 달린 것인데, 그 마음먹는 것이 어찌 이렇게 어려운지요!

 

지난 월요입니다. 다른 신부님의 묵상 글을 읽으면서 새삼 마음먹기의 힘을 알 수 있었습니다. ‘비행기가 운항 중에 기체의 결함이 발생했습니다. 사람들은 산소마스크를 착용했고, 불안에 떨었습니다. 우는 사람도 있었고, 원망하는 사람도 있었고, 좌불안석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어르신은 편안한 마음으로 자리에 앉아 계셨습니다. 비행기는 다행히 무사히 착륙했습니다. 사람들은 할머니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침착하실 수 있었습니까? 그러자 할머니께서는 이렇게 대답을 하셨습니다. 나에게는 딸이 둘 있습니다. 큰 딸은 작년에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둘째 딸은 미국에 살고 있습니다. 만일 사고가 커져서 죽게 되면 하늘나라에 가서 큰 딸을 만나면 되고, 다행히 무사히 공항에 도착하면 미국에 있는 둘째 딸을 만나면 된다고 생각하니 아무 걱정이 없었습니다.’

 

명동 성당 앞마당에 조경공사가 한창입니다. 많은 나무들을 옮겨 심었습니다. ‘소나무, 향나무, 큰 나무, 작은 나무들을 어딘가에서 옮겨와 심었습니다. 물론 나무들에게 묻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옮기는 중에 나무의 뿌리들이 상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새로운 땅에 적응하기 위해서 더러는 몸살을 앓을 것입니다. 어떤 나무들은 죽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나무들은 새로운 땅 속에서 물과 양분을 찾을 것입니다. 고맙게도 우리에게 산소를 나누어 줄 것입니다. 명동 성당은 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줄 것입니다. 나무는, 자연은 어쩌면 이렇게 자신의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모든 것을 기꺼이 내어 주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마음의 눈을 열면, 세상은 정말 배울 것이 많고,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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