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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성령의 열매를 갈망합니다 / 반영억라파엘 감곡매괴성모성당 신부님
작성자김세영 쪽지 캡슐 작성일2014-06-25 조회수1,413 추천수10 반대(0) 신고



연중 제12주간 수요일




<너희는 그들이 맺은 열매를 보고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
+ 마태오  7,15-20




 


 

성령의 열매를 갈망합니다


 

사제관 텃밭에 토마토, 오이, 고추, 상치, 가지, 파가 자라고 있습니다. 좁은 공간이지만 아주 알뜰하게 가꾸어져 제법 식단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작은 정성이 있으면 신선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제때에 거름을 주고 가꾸어야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봄에 씨를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거둘 것이 없다.”

 

미국에 있을 때 사제관 뜰에는 무화과나무가 있었습니다. 많이 열렸고 그래서 늘 기대가 되었습니다. 새들과 너구리, 스컹크들이 몰려왔기 때문입니다. 좋은 열매는 그들에게 맛있는 음식입니다. 그들은 단맛을 용하게 알고 무화과를 찾아왔습니다. 매서운 눈을 가지고 다가오던 그들이 구경거리였습니다. 잘 익은 좋은 열매는 사람의 손이 닿기도 전에 그들의 몫이었습니다.

 

사람이나 과일, 채소에 이르기까지 잘 익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또한 햇빛과 비, 그리고 밑거름이 있어야 합니다. 좋은 열매를 보면 필요한 것들을 제대로 취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사람의 행동거지를 보면서 그 사람을 알게 됩니다. 그 사람이 큰 사람이었는지는 입술로 하는 말에서가 아니라 그의 삶의 여정을 통해서 드러나게 됩니다. 지금 당장은 어리석어 보이는 사람도 그 끝을 보면 놀라워할 사람도 있습니다. 또 그 반대의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때를 기다리며 햇빛과 비, 거름을 주는 일에 게을러서는 안 되겠습니다.

 

보면 볼수록 정감이 가고 괜찮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처음에는 멋있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매력이 없어지면 힘이 듭니다. 따라서 처음이나 끝이나 변함이 없어야겠지만 기왕이면 갈수록 깊어지는 멋을 담아야겠습니다. 겉은 화려하고 속빈 강정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시간이 갈수록 경륜이 넘쳐났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은 저를 무서워합니다. 눈이 무섭다고 합니다. 제가 속을 꿰뚫어 보는 것 같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남의 속을 볼 줄 모릅니다. 다만 알고 보면 부드러운 사람입니다. 저를 무섭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뭔가 켕기는 것이 있지 않은지...... 따뜻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거짓 예언자들을 조심하여라. 그들은 양의 옷차림을 하고 너희에게 오지만 속은 게걸 든 이리들이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외견상으로는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여도 속으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겉만 보아서는 그 사람이 사심이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위선적으로 사는 사람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속이 훤히 드러나게 됩니다. 더군다나“사람은 속여도 하늘은 못 속입니다.” 그러므로 눈속임으로 하지 않고 생각과 말과 행동의 일치를 통해서 좋은 열매를 맺기를 희망합니다. 우리는 육의 열매를 지향하지 않고 성령의 열매를 갈망합니다.


 

성 그레고리오 주교는“우리의 전체 생활은 그리스도를 드러내야 합니다…... 자신의 생각과 말과 행동을 주의 깊게 살펴보아 이 세 가지 각각이 그리스도를 향하고 있는지 또는 그분에게서 떨어져 나가 있는지 판단해 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하고 말했습니다. 그리스도를 향할 때 좋은 열매는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나 ‘좋은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는 모두 잘려 불에 던져집니다.’결국 신앙과 사랑으로 무르익은 삶만이 심판의 불을 면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잘 익은 좋은 열매가 되십시오! 혹 시들한 열매가 보이거든 햇빛을 보게 하고 비를 맞을 수 있게 하며 그리고 거름을 주십시오. “열매를 보면 나무도 알게 됩니다.”마찬가지로 그 자녀를 보면 부모를 짐작하여 알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의 아버지는 하느님이십니다. 아버지 하느님을 부끄럽게 하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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