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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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4-06-28 조회수729 추천수7 반대(0)

5살 때의 일입니다. 저는 길가로 나가서 버스를 탔고, 어딘가에 내렸습니다. 저의 집은 봉천동이었고, 지금 생각하니 노량진에 내린 것 같습니다. 당연히 어디로 가야갈지 몰랐습니다. 날은 추웠고, 어두워졌습니다. 저는 한강을 보면서 저것이 말로만 듣던 바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길을 잃어버리면 파출소로 가라는 말이 생각났고, 저는 파출소의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아주 어린나이에 파출소 출입을 했습니다. 경찰 아저씨들은 저에게 순두부찌개를 사주셨습니다. 그렇게 밤이 지날 무렵, 아버님께서 저를 찾으러 오셨습니다. 아버님께서는 전국에 실종신고를 내셨고, 저는 파출소에서 아버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식음을 전폐하시고, 걱정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아끼는 물건을 잃어버려도 마음이 아픈데, 사랑하는 아들을 잃어버린 어머니의 마음은 아마도 찢어지셨을 것입니다. 50여년이 지난 지금도 어머니께서는 그때의 일을 선명하게 기억하시고, 제게 이야기를 해 주십니다. 저는 벌써 다 잊어버린 일입니다.

 

작은 형도 어머님의 마음을 많이 아프게 하셨습니다. 저는 어린 나이에 길을 잃어 버렸지만 작은 형은 자발적인 가출을 많이 하였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언제나 따뜻한 밥을 한 공기 그릇에 담아서 장롱 이불 속에 넣어 두셨습니다. 작은 형이 돌아오면 먹게 하시려고 그러셨습니다. 이런 마음은 남자들에게서는 거의 볼 수 없습니다. 어머니의 마음에서만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성모님을 직접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성모님의 마음을 어머니의 마음을 통해서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함께 일하는 수녀님을 통해서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배려와 양보, 헌신과 봉사의 마음입니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는 것을 몸소 실천하는 삶입니다.

성모님께서 발현하신 곳을 찾아다니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성모님께서 우리에게 원하는 것은 당신이 발현한 곳을 찾아다니라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뜻이 그대로 이루어지기를 원하셨던 것처럼 우리들 또한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겸손하게 사는 것입니다. 기적은 신앙의 본질이 아닙니다. 기적은 신앙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보여주시는 표징입니다. 내가 신앙 안에서 기쁘게 산다면 굳이 다른 기적은 필요 없습니다. 우리가 신앙의 눈으로 보면 살아 있는 모든 것이 하느님께서 만들어 주신 표징이기 때문입니다.

 

매일 기도하고, 미사참례 열심히 하고, 이웃과 정을 나누면서 사시는 분들에게는 다른 기적이 필요한 것 같지 않습니다. 좋은 일이 생기면 감사를 드리고, 나쁜 일이 생기면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청하시기 때문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그리스인들은 지혜를 요구하고, 유대인들은 표징을 요구하지만 내가 보여 줄 수 있는 것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밖에 없습니다.” 주님께서 걸어가신 십자가의 길, 겸손의 길, 사랑의 길, 순명의 길이 우리를 영원한 생명에로 이끌어 주는 참된 진리입니다. 이 길이 성모님께서 걸어가신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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