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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덕(聖德)의 잣대 -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4-06-30 조회수1,172 추천수11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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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6.30. 연중 제13주간 월요일 아모2,6-10.13-16 마태8,18-22


 

성덕(聖德)의 잣대


남산을 오르다보면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을 그리는 높이 솟은 추모비가 있고

선생의 '임'이란 시 한편이 담벽에 조각되어 있습니다.


"임이여 어디 갔노, 어디메로 갔단 말고

풀나무 봄이 되면, 해마다 푸르건만

어찌하다 우리의 임은 돌아올 줄 모르나

임이여, 못 살겠소. 임 그리워 못 살겠소.

임 떠난 그날부터 겪는 이 설음이라.

임이여, 어서 오소서, 기다리다 애타오.

봄맞이 반긴 뜻은 임 올가 함이러니

오지 않고 봄이 그만 저물어서

꽃지고 나비 날아가니, 더욱 설어 하노라.

강물이 아름아름, 끝간 데를 모르겠고,

버들가지 출렁출렁, 물속까지 드리웠다.

이내 한 길고 또 길어 그칠 줄이 없어라.

-1945년 함흥 옥중에서 조국 광복을 기다리며 외솔 읊음-“


구구절절 나라 사랑이, 조국 광복을 그리는 사랑이 배어있는 시입니다.

하여 변절하지 않고 끝까지 지조를 지켰던 애국지사 최현배 선생이었습니다.

 

순국(殉國), 순교(殉敎), 순직(殉職) 등 대상은 다르지만 극진한 사랑과 충실성의 표현입니다.

이보다 더 위대한 사랑은 없습니다.

 

외솔 최현배 선생에게 '임'은 한용운 시인의 '임'과 똑같이 잃어버린 '나라'였음이 분명합니다.

선생에게 임이신 나라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은

그대로 우리의 임이신 하느님 사랑은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게 합니다.

 

과연 임이신 하느님께 대한 우리의 사랑은 얼마나 간절하고 절실한지요.

모든 성소와 성덕의 잣대는, 수행과 순교의 원동력은 하느님께 대한 열렬한 사랑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당신을 따르겠다는 율법학자와 제자에 대한 주님의 시험이 참 엄중합니다.

그대로 주님 사랑에 대한 시험 같습니다.


"스승님, 어디로 가시든지 저는 스승님을 따르겠습니다.“

"여우들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

 

과연 이런 주님 한 분 만 보고 따를 의사가 있는지 묻습니다.

율법학자뿐 아니라 우리에게 화두처럼 던져지는 말씀입니다.

주님께 대한 일편단심, 열렬한 사랑이 없으면 엄두도 못낼 주님 추종의 삶입니다.


"주님, 먼저 집에 가서 아버지의 장사를 지내게 허락해 주십시오.“

"너는 나를 따라라. 죽은 이들의 장사는 죽은 이들이 지내도록 내버려 두어라.“

 

주님의 말씀이 참으로 단호합니다.

충격요법의 표현입니다.

 

주님을 따르는 일이 우선적임을 강조하는 말씀입니다.

이러저런 부수적인 것은 다 내버려 두고 주님을 따르라는 것입니다.

 

'버리고 떠남'이 아니라 '버리고 따름'이 우리의 성소입니다.

주님께 대한 열렬한 사랑이 버리고 따름의 원동력입니다.


 

성무일도서 토요일 끝기도 독서와 주일의 끝기도 독서가 잘 연결됩니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너희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신명6,4: 토요일).

 

"하느님의 종들은 그분 얼굴을 뵈올 것이고 그들 이마에 그분 이름이 적혀 있을 것입니다.

밤이 없고 등불이나 햇빛이 필요 없을 것이니, 주님 하느님이 그들 위에 빛을 비추시겠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영원히 다스릴 것입니다."(묵시22,4-5).

 

하느님만을

일편단심(一片丹心), 오매불망(寤寐不忘), 시종일관(始終一貫), 그리워하며 사랑한 이들에게 주어지는

하느님과의 만남이란 축복입니다.


이런 하느님 사랑은 추상적이거나 애매모호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약하고 가난한 이웃들에 대한 사랑 실천과 맞물려 있는 하느님 사랑입니다.

아모스 예언자의 말씀을 봐도 분명합니다.

 

"날랜 자도 달아날 길 없고, 강한 자도 힘을 쓰지 못하며, 용사도 제 목숨을 구하지 못하리라.“

(아모2,14).

 

무죄한 이들, 빈곤한 이들, 힘 없는 이들, 가난한 이들을 억압 착취하고

부도덕한 행위를 일삼음으로 주님의 이름을 더럽히고 주님의 집을 어지럽혔던 이들에 대해

가차없는 심판을 선언하시는 주님이십니다.

 

한 마디로 정의의 실천이 없고 약하고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랑어린 배려가 없는 곳에는,

진정한 종교도, 하느님 사랑도 있을 수 없음을 밝히는 아모스 예언자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당신 사랑에 다시 불을 붙여주시고 항구히 당신만을 따를 수 있는 힘을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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