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믿음의 길손들 - 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성 요셉 수도원)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4-07-03 조회수1,057 추천수13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

.

 

 

 

2014.7.3. 목요일 성 토마스 사도 축일 에페2,19-22 요한20,24-29


 

믿음의 길손들


믿는 이들은 누구나 잠시 세상에 머물고 있는 길손(나그네)들입니다.

때로 수도공동체의 형제들이 다 길손들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냥 막연한 길손들이 아니라, 하느님 향한 여정 중에 있는 '믿음의 길손들'입니다.

 

요즘 들어 믿음에 대해 많은 것을 보고, 깨닫고, 배웁니다.

믿음은 길입니다.

믿음은 문입니다.

믿음은 봄(見)입니다.

믿음은 빛입니다.

믿음은 기쁨입니다.

믿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믿음은 우리의 모두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수도권 어디가나 가득한 사람들이 흡사 '출구 없는 감옥'에 갇힌 사람들 같습니다.

가시적 좁은 울안의 감옥만 아니라

이제 사람 가득한 나라 전체가 감옥처럼 답답하게 생각될 때도 있습니다.

 

길을 찾는 사람들입니다.

문을 찾는 사람들입니다.

 

길이 없어, 문이 없어 답답하고 우울하고 어둡고 무겁습니다.

이리저리 뭔가 찾아 다니는 사람들은 그대로 문을, 길을 찾는 모습들입니다.

 

하여 이런저런 순례길에 오르는 사람들입니다.

순교성지를 찾는 이들 역시 길을 찾아, 문을 찾아 가는 것입니다.

 

믿음의 눈이 열릴 때 보이는 길이요 문입니다.

믿음의 눈이 열려야 비로소 방황은 멈추고 하느님 향한 여정의 시작입니다.

 

믿음은 봄(見)입니다.

믿음의 눈이 열렸을 때 예수 아기를 팔에 안고 기쁨에 넘쳐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보았습니다.'(루카2,30) 고백한 시메온입니다.

 

얼마 전 겸손되이 고백성사를 청하는 전임 아빠스님의 모습에서

저는 믿음을 봤고 신선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어제 저에게 밥과 옷을 사주신 분으로부터도 믿음을 봤습니다.

"자매님은 저를 통해 예수님께 밥을 사주신 것이고, 저를 통해 예수님의 옷을 사주신 것입니다.“

 

예수님께 하듯 이런 순수한 믿음을 보면 저절로 기쁨이 샘솟니다.

믿음의 눈만 열리면 곳곳에서 이런 순수한 믿음을 봅니다.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내가 예수님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이웃을 통해 예수님을 환대하는 믿음의 사람들입니다.

 

"제 아들이 세례도 받지 않고 죽었는데 구원을 받을 수 있을까요?“

"그럼요. 그렇게 착하게 살다가 불쌍하게 죽었는데 하느님은 분명 구원해 주십니다.

하느님은 한없이 자비로우신 분이니까요.“

 

젊은 나이에 불행하게 죽은 자식을 슬퍼하는 자매님께 지체없이 드린 믿음의 답변에

저 또한 만족했습니다.

사실 피에타의 성모님 같은 슬픔의 어머니들이 차고 넘치는 이 땅입니다.

 

이런 믿음에 대한 깨달음이 우리를 자유롭게 또 기쁨으로 빛나게 합니다.

무엇보다 이런 믿음을 통해 활짝 열리는 하늘 길, 하늘 문입니다.

이래서 믿음의 사람들은 주님의 빛과 위로를 찾아 끊임없이 성지를, 성전을 방문합니다.

 

순교성지를 방문할 때 마다

'세상의 중심에 천주교가 있고, 천주교의 중심에 성지가 있고, 성지의 중심에 성전이 있고,

성전의 중심에 미사가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성지의 아늑한 성전에서의 미사는 고향에 온 듯 편안하여 꼭 영혼의 쉼터처럼 생각됩니다.

하늘 향해 막힌 길, 닫힌 문이 활짝 열리는 성전 미사시간입니다.

 

깊고 그윽한 순교성지들은 그대로 순교 성인들 내면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영혼을 상징합니다.

성지와 미사의 아름다움을 통해

하느님을 깊이 맛본 사람들은 주님을 위해 순교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깨달음이 옵니다.

 

참 고맙고 신비로운 것이

전혀 모르던 사람들도 미사를 드리고 나면 금방 한 식구들처럼 친해진다는 것입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한 자녀들이요 하느님 안에 한 형제들임을 깨닫습니다.

 

그대로 오늘 바오로의 에페소서 말씀의 진리를 실감합니다.

"형제 여러분, 여러분은 이제 더 이상 외국인도 아니고 이방인도 아닙니다.

성도들과 함께 한 시민이며 하느님의 한 가족입니다. “

 

'하느님의 한 가족'임을 깨닫게 하는 미사의 은총이 우리에게 평화를 주고 믿음을 북돋아 줍니다.

믿음의 눈을 열어 믿음을 보게하고, 활짝 열린 하늘 문을, 하늘 길을 보게 합니다.

 

여기서 기쁨으로 빛나는 자유로운 삶이 펼쳐집니다.

보지 않고도 주님을 믿는 믿음도 선사받습니다.

 

토마스는 부활하신 주님을 보고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하고 고백했지만

우리는 보지 않고도 이렇게 고백할 수 있습니다.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토마스와 달리, 보지 않고도 주님을 믿어 행복했던, 또 순교에 이르렀던 무수한 믿음의 사람들입니다.

끊임없는 교회의 성사(聖事) 은총이, 말씀과 기도의 은총이

주님을 보지 않고도 믿는 믿음을 우리에게 선사하십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믿음의 길손들인 우리 믿음의 눈을 열어 주시어 당신을 뵙게 해주시고,

하느님의 한 가족임을 깊이 깨닫게 해 주십니다.

 

"우리 위한 주님 사랑 굳건하여라. 주님의 진실하심 영원하여라."(시편117,2ㄱㄴ).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