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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감염병 시대의 전례 사목6: 신앙의 중심을 찾아서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04-01 조회수4,104 추천수0

[감염병 시대의 전례 사목] (6 · 끝) 신앙의 중심을 찾아서


신앙의 본 모습 되찾기 위해 노력하자

 

 

팬데믹 시대에도 신앙의 본 모습 중 하나인 친교를 이루기 위해선 온라인 프로그램 등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사진은 지난해 유튜브 방송을 통해 신자들과 소통하는 서울 압구정동본당 김광두 신부.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신앙의 중심을 찾아서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면서 많이 익숙해지기도 했지만, 한편 힘들고 어려운 경우들도 많이 있다. 새로운 환경이지만 우리 교회는 신앙의 본 모습을 되찾고 돌아가도록 힘써야 하겠다. 그렇다면 교회의 본 모습은 어떤 것일까? 바로 초대 교회의 모습에서 교회의 이상(Utopia)을 찾을 수 있다.

 

사도행전은 전한다. “그들은 사도들의 가르침을 듣고, 빵을 나누며, 형제애를 나누고, 기도하는 일에 전념하였다.”(사도 2,42) 단순하게 표현된 이 하나의 문장 안에 초대 교회의 공동체가 살아왔던 이상적인 교회의 모습이 네 가지로 잘 설명되고 있다.

 

첫째는 사도들의 가르침을 듣는 일이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지만, 교회를 통해 가르치는 하느님 말씀을 묵상하고 구원의 참된 진리를 깨닫고 굳건한 신앙을 다지며 깊게 만드는 일이다.

 

둘째는 빵을 나누는 일, 곧 성찬례(미사)를 거행하고 함께 하는 일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주님의 부르심에 따라 믿는 이들의 공동체가 모이면, 미사인 성찬례를 항상 거행하고 주님을 만난다. 그리스도와 함께 하는 자리가 곧 성찬례가 거행되는 자리다. 그리스도께서 하느님 말씀 안에, 성체 안에, 사제의 인격 안에, 공동체 안에 현존하시는 그 모습을 다 갖춘 자리가 바로 미사 전례가 거행되는 자리인 것이다.

 

셋째는 형제애, 곧 친교를 나누는 일이다. 성찬례로 충족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공동체가 함께 어울리고 나누는 친교의 자리가 필요하다. 특히 우리 교회는 이 점을 많이 실천하고 있으며, 익숙하며 또 생활화돼 있다.

 

네 번째로는 기도하는 일에 전념하는 것이다. 매일 기도와 지속 기도를 가리키지만, 그룹이든 개인이든 여러 형태로도 기도할 수 있다. 사제와 수도자는 성무일도가 있고, 신자들도 참여하기도 한다. 아울러 신자들은 일상의 기도, 성월 기도, 묵주기도와 십자가의 길 기도, 여러 환경에 따른 지속 기도 등 다양한 기도를 한다.

 

 

신앙의 본 모습을 찾는 노력들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교회 공동체가 유일하게 불가능한 것은 앞서 말한 것들 중 세 번째의 것, ‘형제애를 나누는 일’이다. 사목 프로그램의 어떤 행사나 잔치도 불가능한 것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점이 우리에게는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물리적으로 멀어지는 모습은 공동체의 친교마저 잊어버리게 만들고 있다. 그러기에 친교를 위한 다른 방법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대축일이나 본당 축일, 명절 등에는 다양한 형태의 간단한 선물로도 친교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선물에 의미와 정성을 담고, 간단한 문구를 적어 보태어 축일을 축하하고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아울러 교우들 간에 친교를 위한 온라인 프로그램을 운영해 서로 안부를 묻고, 필요에 따라 반장이 찾아보거나, 어려운 환경에 처한 교우들에게 관심과 정성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사목자가 보내주는 연락이나 말걸기 뿐 아니라, 교우들 간에도 말걸기를 통해 교류하고 소통하는 자리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부족한 것이 있다면, 네 번째 ‘기도하는 일에 전념하는 일’이다. 우리는 미사 중심의 기도 생활을 해 왔다. 늘 사제 중심의 기도를 했고, 축복을 받았다. 사제가 있으므로 언제나 미사를 중심으로 기도와 행사를 해 왔다. 성직자 중심의 기도 생활에 익숙하고 여기에만 치우치는데 머문다. 미사 만능주의의 경향이다.

 

그로 인해 사제가 없이 거행되는 ‘기도 모임’이 잘 실천되지 못했고, 함께 하거나 또는 개별로 기도하는 생활이 활성화되지 못했다. 그러기에 미사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개인 기도나 가정 기도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모습들을 보인다. 가정에서 기도할 수 있는 기도 자료를 만들어 보급해 가장을 중심으로 가족이 함께 기도할 수 있도록 안내할 필요가 있다. 이전에 언급했었지만 미사를 하지 않았을 때 행하는 ‘가족 공소예절’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겠다.

 

 

치유와 생명의 교회가 되어야

 

환경이 달라졌지만, 신앙이 흔들리거나 약해지는 일이 없도록 사목적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질병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사회 전체의 문제다. 이는 단순한 치유의 문제나 의학적 과제로 남겨놓기에는 부족하다. 복잡하게 꼬인 유전자 변이처럼 우리의 생활도 비정상으로 꼬여 있다. 복잡한 원인을 파악하고, 영혼의 병을 치유함으로써 정상적인 인간관계와 공동체를 복원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는 위기의 시대에 맞이한 인간실존과 공존의 문제이며, 또한 구원과 연결된다.

 

주님은 인간의 질병을 치유하시면서 이를 인간 해방의 과제로 보신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 인간관계의 단절, 상생과 협력의 부재, 자리 다툼, 시기와 질투, 중상과 비방 등 질병이 많다. 인간은 물질의 풍요 속에서도 영적으로는 최악의 빈곤 상태다.

 

우리는 참생명을 위해 모두 일어나야 한다. 깨어나야 한다. 예수님께서는 이 시대가 코로나와 싸우는 모습을 바라보신다. 치료해 주시는 ‘요술쟁이’ 예수님을 바랄 것이 아니라, 우리를 구원하러 오시는 예수님을 믿고 우리가 똑같이 살아내야 한다. 주님은 위기를 맞이한 우리 마음에서 복음의 싹이 트고 자라나 치유와 참사랑의 열매가 맺어지기를 바라고 계신다.

 

[가톨릭신문, 2021년 3월 28일, 나기정 신부(한국가톨릭전례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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