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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치기신부님의 말씀산책] 초보 농사꾼의 추억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4-07-13 조회수693 추천수12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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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초보 농사꾼의 추억



애기 수사님들과 같이 지인들의 땅을 빌려 한 5년 농사를 지어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 돌아보니 얼마나 웃기는지 모릅니다. 밭이랑을 수십 개 만들고 나서 밭이랑 한가운데다가 호박 모종을 심었다가 지나가는 할머니한테 엄청 혼난 적이 있습니다. 고추모종이 자라기 시작하면서 지지대를 세우고 끈으로 묶어줘야 하는데, 그 지지대 값을 아낀다고 부러진 야구방망이, 우산대 같은 걸 쭉 세워놓으니 참으로 가관이었습니다. 고구마 줄기를 두 박스나 사서 심었는데, 나중에 수확을 해보니 총 수확량이 두 박스였습니다.


농사 이거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나서는 하나하나 겸손하게 이웃 농부 할아버지께 자문을 구했습니다. 제가 깨우친 바로는 농사에서 가장 기본이자 키포인트는 좋은 토양을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좋은 토양은 아무런 노력 없이 되는 것이 절대 아니었습니다. 이를 위해 농부들은 이른 봄부터 엄청 신경을 쓰십니다. 일찌감치 밭 여기저기 겨우내 묵혀둔 퇴비를 왕창 뿌리더군요. 날씨가 조금 풀리면 퇴비와 함께 땅을 완전히 갈아엎습니다. 그 과정에서 나오는 비닐이며 돌들을 골라냅니다. 갖은 정성을 기울인 좋은 토양과 적당한 일조량과 강수량이 합쳐져야 그해 가을 서른 배, 예순 배, 백배의 결실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 신앙인 각자의 마음도 좋은 토양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치십니다. 그래야 하느님 말씀이란 씨앗이 그 좋은 토양 위에 뿌려져 왕성히 성장하고 많은 열매를 맺게 된다는 보편적인 진리를 말씀하고 계십니다.


,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러 나갔다. 그가 씨를 뿌리는데 어떤 것들은 길에 떨어져 새들이 와서 먹어 버렸다. 어떤 것들은 흙이 많지 않은 돌밭에 떨어졌다. 흙이 깊지 않아 싹은 곧 돋아났지만, 해가 솟아오르자 타고 말았다. 뿌리가 없어서 말라 버린 것이다. 또 어떤 것들은 가시덤불 속에 떨어졌는데, 가시덤불이 자라면서 숨을 막아 버렸다. 그러나 어떤 것들은 좋은 땅에 떨어져 열매를 맺었는데, 어떤 것은 백 배, 어떤 것은 예순 배, 어떤 것은 서른 배가 되었다.”


어떤 사람에게는 아무리 하느님 말씀을 전해도 완고하고 닫힌 마음으로 인해 도무지 말씀의 씨가 발아하지 않습니다. 그의 마음은 길바닥이나 돌밭과도 같습니다. 영혼의 귀가 닫힌 사람이라 절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느낌입니다.


어떤 사람은 하느님 말씀을 일단 받아들이기는 하는데 발아되고 성장하는 과정이 얼마나 더딘지 모릅니다. 그의 내면은 가시덤불로 가득합니다. 갖은 의혹, 불신을 걷어내기가 어렵습니다.

반대로 어떤 사람의 마음은 하느님 말씀에 대한 경청, 이해, 수용, 적극성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마치 스펀지 같습니다. 한 말씀 한 말씀이 귀에 쏙쏙 들어옵니다. 하느님 말씀이 피가 되고 살이 되어 그의 삶 전체를 기름지게 만듭니다.


농부이신 주님께서 바라보시고 흐뭇한 미소 지을 좋은 토양을 우리 내면에 일구어야겠습니다. 매일 하느님 말씀 중심으로 살아야겠습니다. 그 말씀이 우리 모든 생각과 말과 행동의 기준이 되어야겠습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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