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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 이렇게 좋을 수가!“ - 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성 요셉 수도원)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4-07-18 조회수1,900 추천수10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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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7.18. 연중 제15주간 금요일 이사38,1-6.21-22.7-8 마태12,1-8


 

"아, 이렇게 좋을 수가!“


안식년을 맞이하여 32년 만에 수도원을 떠나보니

가는데 마다 처음이며 하는 것마다 처음이니 '아, 이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좋은 분들을 만나니 '아 이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원하던 국내 성지를 순례하니 '아 이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어제는 지우(知友)와 41년 만에 만나 식사를 하며 맘껏 대화를 나누니 '아, 이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또 휴대폰을 말끔히 수리하니 '아 이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오늘 강론 제목은 '아, 이렇게 좋을 수가!'입니다.

엊그제 곽병찬 대기자의 향원익청이란 기사(한겨레2014.7.16.29면) 마지막 대목에서 착안했습니다.

 

향원익청(香遠益淸), '멀수록 맑다'라는 뜻도 깊고 아름답습니다.

멀수록 맑기로 하면 예수님보다 더한 분도 없을 것입니다.

내용은 강원도 평창 첩첩산중, 하오개에 살고 있는 권용택 화가 부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마지막 대목입니다.


-상투적인 물음 하나 던졌다.

바람조차 외로울 법한 그곳에 사는 이유는?

화가 이장은 멋쩍게 웃었고 부인이 대신 답했다.

"언젠가 야생초 밭에서 김매다 보니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오는 거예요.

아 이렇게 좋을 수가!"-


'아, 이렇게 좋을 수가!'

바로 이게 충만한 행복입니다.

진정한 환희는, 희열은 이런 것입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 있습니다.

향원익청이라 이런 이들의 향기는 갈수록 맑기를 더합니다.

 

화가 이장을 방문하여 꽃그늘에 앉아 술잔을 나누었던 벗은 그 날의 감회를 이렇게 남겼다 합니다.


-금강송 솔바람에/꽃잎이 날리어 술잔에 앉는다

지나온 시간도 아름다움이요/살아갈 시간도 아름다움이라-


아마 화가를 찾았던 벗도 '아 이렇게 좋을 수가!' 향원익청의 삶을 절절히 체험했을 것입니다.

이미 타계한 구상 시인 역시 '꽃자리'란 시를 통해

'아 이렇게 좋을 수가!' 향원익청의 삶을 사셨음이 분명합니다.


-반갑고/고맙고/기쁘다.

앉은 자리가/꽃자리니라.

네가 시방/가시방석처럼 여기는/너의 그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반갑고/고맙고/기쁘다.-


깨달아 눈 활짝 열리면 지금 여기가 꽃자리입니다.

살아있음이 기쁨이요 행복입니다.

 

오늘 복음의 제자들 역시 자기들을 변호, 두둔해 주는 스승 예수님의 다음 말씀에

'아 이렇게 좋을 수가!'넘치는 기쁨을 느꼈을 것입니다.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너희가 알았더라면,

죄 없는 이들을 단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실 사람의 아들은 안식일의 주인이다.-


'아, 이렇게 좋을 수가!'

복음을 듣는 우리도 통쾌하여, 주님이 좋고 고마워 저절로 터져나오는 기쁨의 환호입니다.

 

1독서의 병이 들어 죽게 된 히즈키야 임금이 슬피 통곡하며 기도했을 때

그는 이사야 예언자를 통해 주님의 다음 응답을 듣습니다.


-나는 네 기도를 들었고 네 눈물을 보았다.

자, 내가 너의 수명에다 열 다섯해를 더해 주었다.

그리고 아시리아 임금의 손아귀에서 너와 이 도성을 구해 내고 이 도성을 보호해 주겠다.-


필시 히즈키야 임금 역시 주님의 이 응답 말씀을 듣고 회복되어

'아, 이렇게 좋을 수가!'환호했음이 분명합니다.

 

예전, 어느 동방수도승이 늘 바보처럼 벙글벙글 웃기에

어느 구도자가 그와 나누었다는 문답이 생각납니다.


-어떻게 하며 하느님을 뵐 수 있어요?-

"아주 쉬워요.

눈만 열리면 바로 지금 여기서 하느님을 뵐 수 있어요.“


이렇게 주님을 만날 때, '아 이렇게 좋을 수가!' 저절로 터져 나오는 환희의 소리입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주님을 만나 저절로 터져나오는 우리 환호의 소리입니다.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

푸른 풀밭에 나를 쉬게 하시고, 잔잔한 물가로 나를 이끄시네."(시편23,1-2).

 

주님을 만나고 '참 나'를 만나니 아, 이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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