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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천길만길 낭떠러지기
작성자이유희 쪽지 캡슐 작성일2014-07-23 조회수2,406 추천수5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천길만길 낭떠러지기

아름답고 거룩한 삶을 선택하신 수녀님들을 보면 성모님을 대하는 느낌이 든다.

어느 날, 수도원으로 가시는 수사님을 태워드렸다. 자주 볼 수 없는 수사님들의 모습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나는 평신도, 마음만은 수도자의 정신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도, 비움, 가난, 정화, 순명, 사랑 이러한 단어들이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수도자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바오로 서점에 들러 수도계율에 대한 책이 있을까 찾아보았다. 한 참을 찾다 못해, 준주성범이란 책이 눈에 들어와 그것을 구입하여 읽어보았다. 내가 예수님의 제자라도 된 기분이다.


대 테레사, 소화 테레사, 십자가의 요한 등 성인들이 쓴 책과 그 분들에 대하여 쓴 책들을 구입하였다. 사람의 영혼, 특히 내 마음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다. 내 자신을 바꾸어 주님이 바라시는 영혼이 되고 싶었다. 평신도로서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보기로 결심하였다.


깊은 성찰을 통하여 자주 짓는 죄와 잘 못된 습관의 원인 배경 대책 등을 면밀히 검토 분석하고 주님께 은총을 구하며 한 가지씩 실천해 나갔다.

잘못된 습관을 바꾼다는 것이 매우 어렵지만 주님의 도우심으로 하나 둘씩 고쳐나가게 되니 새로움에 대한 영적 기쁨과 감사함이 절로 울어났다.


고쳐지고 제자리를 잡을 때마다 나의 삶을 짓누르던 무거운 짐들이 하나 둘씩 벗어짐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하셨나보다.


오랜 세월 반복하고 끝도 없이 참아내는 인내의 결과는 내 스스로 생각해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좋은 습관들이 쌓이고 어떤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흔들림이 없다.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져도 수면위에 조금 출렁일 뿐 중심은 고요하다.


삶에 대한 불평불만과 폭력적인 이들이 택시에 승차해도 폭넓게 수용하고 잘 받아들이니 손님들께서 오히려 의아해 하신다. 어느 정도 인내심이 쌓인 탓이다.


오늘 천호역에서 동부지검으로 가는 손님이 타셨다. 내게는 동부지검으로 가자고 하셨지만 전화 통화를 듣자니 구의역 1번 출구에서 만나자는 내용이 들려온다.

올림픽 대교를 지나 동서울터미널에서 직진신호 대기하고 있었다. 손님은 기다리기 답답하였는지 신호를 무시하고 가자고 했다.


“그냥 가!”

“손님! 여기는 복잡하고 위험한 도로입니다. 신호를 지켜야지요.”

그 때 우회전 하는 차량이 있었다.

“그럼 저 ( )끼는 뭐야?!” 하며 나를 쳐다보았다.

“저 차는 그래도, 제가 손님을 안전하게 모셔야죠!”

화가 난 손님은 우회전 차량을 향해 상스러운 욕설을 마구 퍼부어댔다.

그것은 내게 하는 욕설이다.


진행 하던 중에 한 대의 차량이 앞질러갔다.

“이 차는 법대로 잘 가는데 저 ( )끼는 뭐야!” 하며 또 험악한 욕설을 쏟아냈다.

자기 뜻대로 안되니 독기가 한 것 올라있다.


잘 참으며 목적지까지 왔다.

구의역 1번 출구에서 만나자는 통화내용을 들었지만 손님께 한 번 물어보아야 한다.

“손님! 구의역 어디시지요?”

“야, 이 ( )끼야! 구의역 1번 출구라고 했잖아~~” 하며 욕설을 싫건 해댄다.

그리고 “차비 안낼 건데, 어쩔 거야?” 하며 트집을 잡는다.


순간, 너는 항상 이런 식으로 기사들을 얕잡아보고, 차비를 안내고, 불친절로 신고하고, 세상에서 겪는 불만을 힘없는 기사들에게 마구 풀어대는구나 하는 미운 감정이 솟구쳤다.


나는 택시를 우측에 급정거하고 똑같은 욕설을 퍼 대며 손님의 기를 확, 눌러버렸다.

어둠속으로 끝없이 질주할 것만 같은 분노 폭력성이 되 살아났다.

아, 내가 왜 이러지! 천길만길 바닥을 향해 떨어지는 내 마음을 속히 급정거하였다.

주춤한 내 모습을 본 손님은 또 다시 빈정거리며 신용카드를 내밀었다. 카드로 결제하고 영수증에 기록된 차량번호로 신고하겠다는 것이다.

“그래, 신고해라!”


손님은 속이 덜 풀렸는지 가다말고 돌아와 출발하는 차를 가로막고 삿대질을 해대며 또 욕설을 퍼부었다. 그리고 잠시 멈칫하더니 홀연히 도망치듯 가버렸다. 아마 택시에 장착된 블랙박스가 생각났던 모양이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출발하며 생각했다. 수 천 번 쌓아올린 공든 탑 그것이 일순간 무너지다니, 더 큰 모욕들도 잘 참아냈는데 말이다.


바오로사도가 말한 죄의 법이 떠오른다. “선을 바라면서도 하지 못하고, 악을 바라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하고 맙니다. 그래서 내가 바라지 않는 것을 하면, 그 일을 하는 것은 더 이상 내가 아니라 내 안에 자리 잡은 죄입니다. 여기에서 나는 법칙을 발견합니다. 내가 좋은 것을 하기를 바라는데도 악이 바로 내 곁에 있다는 것입니다.

나의 내적 인간은 하느님의 법을 두고 기뻐합니다. 그러나 내 지체 안에는 다른 법이 있어 내 이성의 법과 대결하고 있음을 나는 봅니다. 그 다른 법이 나를 내 지체 안에 있는 죄의 법에 사로잡히게 합니다.

나는 과연 비참한 인간입니다.

누가 이 죽음에 빠진 몸에서 나를 구해 줄 수 있습니까?” (로마서7.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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