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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14-07-23 조회수992 추천수8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4년 7월 23일 연중 제16주간 수요일
 
A sower went out to sow.
And as he sowed, some seed fell on the path,
and birds came and ate it up.
(Mt.13,3-4)
 
 
제1독서 예레 1,1.4-10
복음 마태 13,1-9
 

예전에는 운전을 참 좋아했습니다. 그 달리는 속도감도 좋았고 또 편하게 원하는 목적지를 갈 수 있으니 좋았지요. 그런데 이렇게 빠르다보니 놓치는 것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운전할 때에는 정면만 바라보게 되니, 정작 옆 창문으로 지나치는 많은 것을 놓치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제가 선택한 것이 자전거입니다. 자전거는 차보다는 느리고, 걷는 것보다는 빨라서 제게 딱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더군다나 자전거를 타면 운동도 많이 되거든요.

하지만 어느 순간, 이 자전거도 빠르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달리는 자전거 위에서 보지 못하는 것들이 참으로 많았거든요. 그래서 요즘 선택한 것은 걷기입니다. 새벽 일찍 한 시간쯤 걷다보니 하루에 묵주기도 20단을 바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또한 길바닥 구석에 피어 있는 조그마한 꽃들도 볼 수 있으며, 사람들의 여러 얼굴들도 살필 수가 있습니다. 이밖에도 평소에 차나 자전거를 타면서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 쉽게 볼 수 있게 됩니다.

느림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어쩌면 ‘느림’은 사소한 것까지도 사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닐까요? 무엇인가를 살피지 않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즉, 관심을 갖게 합니다.

예수님도 사실은 별로 서두르시는 법이 없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아니 어쩌면 더욱 더 느린 길을 선택하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가장 확실한 길입니다. 즉, 확실히 그 누구도 구원의 길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 말씀을 전해주십니다. 그 씨가 길가, 돌밭, 가시덤불, 그리고 좋은 땅에 뿌려지지요. 그런데 생각해보세요. 씨 뿌리는 사람이 일부러 길가, 돌밭, 가시덤불 같은 곳에 씨를 뿌리겠습니까? 아무리 그 당시 농사 방법이 골을 파고 손으로 묻는 것이 아닌, 농부가 걸어 다니며 땅위에 씨를 뿌리는 형태라고 하지만, 굳이 길가나 돌밭 그리고 가시덤불 같이 씨가 자라기에 형편없는 장소를 굳이 선택하지는 않을 것입니다(바람이 불어서 그런 곳으로 갈 수도 있기는 하겠지만, 아주 일부에 해당하겠지요). 그렇다면 왜 예수님께서는 그런 비유 말씀을 하신 것일까요?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그곳에 씨를 뿌리시는 당신의 사랑을 보여주시는 것입니다. 확실하게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좋은 땅만을 찾아서 씨를 뿌리는 것이 아니라,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없더라도 조금의 가능성만 있으면 씨를 뿌리시는 가장 느린 방법을 선택하신다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 인간을 너무나도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단 한 명도 구원의 길에서 제외시키지 않으려하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이 주님의 사랑을 기억하면서 우리의 마음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아무리 형편없는 박토라 할지라도 농부의 노력이 있으면 옥토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하지요. 마찬가지로 지금 우리 마음이 길가, 돌밭, 가시덤불과 같은 박토라도 우리의 노력으로 내 마음을 좋은 땅으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주님의 씨가 내 안에서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작은 봉사라도 그것이 계속된다면 참다운 봉사이다. 데이지꽃은 제 그림자에 의하여, 아롱지는 이슬방울을 햇빛으로부터 지켜준다(윌리엄 워즈워스).


 

더 중요한 것은?

저는 커다란 소원을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세계 일주’를 한 번 해 보는 것이지요. 사제라는 위치에서 많은 시간을 낼 수 없기 때문에 단순히 꿈으로 그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언젠가는(나중에 늙어 은퇴한 뒤에라도) 하겠다는 마음으로 꿈을 버리지는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계 일주 사이트에 자주 들어가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의 경험담을 읽으면서 저 역시 정보를 얻게 되고, 언젠가 이 사이트에 글을 올릴 저를 상상하기도 하지요.

처음에 세계 일주를 하는 사람들은 특별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여행에 관련된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 또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지만 그래도 돈이 많은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것이 세계 일주라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세계 일주를 다녀온 사람들을 보면, 직장을 다니다가 정리를 하고 떠난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더군다나 혼자의 여행이 아닌, 가족 모두가 함께하는 세계일주인 경우가 참으로 많더군요.

사실 우리나라 부모들이 얼마나 대단합니까? 아이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 쓰는 사교육비가 엄청나다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4당5락(4시간 자면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고 하지요.)’이라는 말도 있듯이, 잠시간까지 줄여가면서 공부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입니다. 하지만 가족 모두가 함께하는 세계 일주를 보니, 고등학교를 휴학하면서까지 하더라는 것입니다. 아래는 어떤 책에서 본 글입니다(박웅현, ‘여덟 단어’중에서).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삶을 경주로만 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레이스가 시작되죠. 요즘은 더 빨리 시작된다고 합니다만, 어쨌든 초등학교 때부터 선행학습을 합니다. 그리고 명문 중학교에 가야 하죠. 거기 갈 때까지 행복을 유보해요. 명문 중학교에 가서 3일 정도 좋아하다가 다음부터 다시 행복을 유보하고 특목고를 향해 달립니다. 특목고에 들어가면 또 서울대에 가기 위해 다시 행복을 유보해요. 서울대에 가면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부장이 되기 위해, 임원이 되기 위해, 아파트 평수를 늘리기 위해 행복을 유보해요. 그러고 나면 나이 60, 70이 되죠.’

휴학까지 하면서 세계 일주를 하는 이유는 진학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그보다는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많은 경험을 하는 것이 인생에 더 큰 도움이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자녀들에게 공부만을 강조하기보다는 인생에 더 도움이 되는 그 무엇을 찾아줘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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