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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치기신부님의 말씀산책] 가라지를 바라보며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4-07-26 조회수816 추천수18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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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가라지를 바라보며


 

성경 속 천덕꾸러기라고 할 수 있는 가라지에 대해서 생각해봅니다. 가라지는 볏과에 속한 한해살이 풀입니다. 외형이 강아지풀과 비슷합니다. 농사를 가로막는 무익한 잡초입니다. 그냥 뒀다가는 농부들의 주 수입원을 가로채가는 일생에 도움이 안 되는 풀입니다.

 

언젠가 넓은 밭에다가 이런 저런 채소 모종을 심은 적이 있습니다. 작물을 가꾸려면 밭이 집 가까이 있어야하는데 너무 멀리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런 저런 행사가 계속 이어져, 정말 오랜만에 밭엘 갔더니...세상에 밭은 온통 잡초 밭이었습니다. 원래 심었던 모종은 굵은 잡초들로 가로막혀 거의 아사직전에 놓여있었습니다. 이러다 올해 농사 꽝이겠다 싶어 무서운 번식력을 지닌 잡초들을 제거하느라 고생한 기억이 납니다.

 

상식선에서 생각하면 일생에 도움이 안 되는 가라지들은 보이는 족족 그 때 그 때 솎아주는 것이 정답입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나중에 건질게 있지 안 그러면 온통 가라지 판이 되어 쓸쓸한 가을을 맞이할 것입니다.

 

그래서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고 여긴 종들이 저 쓸데없는 가라지들을 모조리 거두어낼까요?”하고 묻습니다. 그러나 주인의 생각은 판이하게 다릅니다.

 

아니다. 너희가 가라지들을 거두어 내다가 밀까지 함께 뽑을지도 모른다. 수확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어라. 수확 때에 내가 일꾼들에게, 먼저 가라지를 거두어서 단으로 묶어 태워 버리고 밀은 내 곳간으로 모아들이라고 하겠다.”

 

예수님의 특별한 이 가르침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한 인생, 세상만사에 대한 최종적인 판결에 대한 결정권은 한 개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주인이신 하느님께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물론 가장 소중한 인간 존재가, 인권이 무시당하고 유린당할 때, 불의가 판을 칠대 그리스도인으로서 묵인하면서 그저 기도하고 신앙생활에만 전념하라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공동선이 무시될 때, 그 누군가의 야심으로 인해 공동체 전체가 흔들릴 때 그리스도인은 용감히 반대의 깃발을 올려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때로 우리는 이 모순되고 폭력적인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주 종들처럼 생각합니다. “저 악한 인간들을 지금 당장 모조리 쓸어버릴까요?” 인간의 관점에서만 생각합니다. 최종 심판자이신 하느님의 역할을 인간이 직접 수행해버리려는 유혹 앞에 서게 됩니다. 하느님의 때를 기다리기보다 내가 직접 판단하고 결정하고 복수하려고 합니다.

 

때로 하느님이 깊은 침묵 속에 계시는 것 같지만 사실 당신께서 직접 정한 계획에 따라 세상을 통치하십니다. 하느님 홀로 한 인간에 대한, 이 세상에 대한 최종적인 심판의 권리를 지니고 계십니다. 악의 세력들에 대한 최종적인 단죄와 보복은 하느님께 맡겨드릴 일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하느님의 계획과 섭리, 하느님의 뜻을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일입니다.

 

원수는 종종 우리를 찾아와 우리 마음의 밭에다가도 가라지를 뿌려놓고 갑니다. 공동체를 좀먹게 하는 불평불만의 가라지, 공동체를 분열시키고 와해시키는 이단의 가라지, 지금 여기 이 순간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드는 분심의 가라지...

 

우리를 짜증나게 하고 성가시게 하는 다양한 가라지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인내하고 기도하면서 하느님의 때, 하느님의 뜻, 하느님의 결정적인 개입을 기다려야겠습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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