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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치기신부님의 말씀산책] 고독하고 겸손했던 의인 세례자 요한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4-08-03 조회수687 추천수9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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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고독하고 겸손했던 의인 세례자 요한


 

세례자 요한! 하면 즉시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입니까? 아무래도 가장 우세한 이미지는 예수님을 증언하는 구약시대 마지막 대예언자’, ‘세례의 원조’,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할 말은 하는 강직한 예언자’, 그래서 대중적인 인기를 한 몸에 받던 멋진 의인이란 이미지가 강렬합니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더군요. 세례자 요한의 삶은 저희 같은 수도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엄청 큽니다. ‘나에게로 향하는 세상 사람들의 시선을 끊임없이 내 뒤에 서 계신 예수님께로 돌리는고독과 겸손의 사람이 바로 세례자 요한이었습니다.

 

요즘 개그콘서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코너가 있는데, ‘닭치고입니다. 기억력이 몹시 약한 닭에 착안해서 금세 잊어먹고 깜박깜박하는 사람들을 풍자하는 코너입니다. 닭들 참으로 재미있는 동물입니다.

 

이런 비유도 있더군요. 수탉들은 자기의 울음소리로 태양과 온 세상을 잠에서 깨운다고 확신한답니다. 그래서 자기가 없으면 새날이 밝아올 수 없다고 생각한답니다. 그러나 진실은 어떻습니까? 오히려 닭들의 생각과는 정반대입니다. 태양은 새벽의 여명을 통해 수탉들에게 새날이 밝아온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정신없이 자고 있던 수탉들은 아스라이 전해오는 여명을 온몸으로 느끼고 잠에서 깨어납니다. 수탉은 우주의 심장인 태양이 세상에 보내는 빛과 따뜻함을 세상에 전하는 도구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수탉들은 자신들이 세상을 잠에서 깨운다고 착각한다는 것입니다.

 

착각, 나약한 우리가 가장 쉽게 범하게 되는 오류입니다. 인간이란 존재, 사실 얼마나 보잘 것 없고 나약한 존재인지 모릅니다. 시편작가의 말이 틀림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 난다긴다하지만 숨 한번 끊어지면 흙으로 돌아가고 마는 연기 같은 존재가 바로 우리 인간 존재입니다. 결국 하느님 앞에, 그리고 삶 앞에 가장 필요한 자세는 겸손입니다.

 

이런 면에서 세례자 요한은 정말이지 탁월한 모범을 우리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그가 요르단 강에서 세례를 베풀던 때, 그야말로 잘 나가던 때, 그를 바라보던 세상 사람들의 시선을 대단했습니다. 촌철살인 같던 메시지, 극도로 청빈했던 삶, 강직한 인품, 쌍날칼보다 날카롭던 그의 설교...그의 삶이 얼마나 매력적이었던지 그를 따르는 사람이 점점 많아져서 한때 세례자 요한 당()’까지 형성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세례자 요한은 자기 자신에 대한 명료한 신원의식과 명확한 이해가 있었습니다. 자신은 그저 뒤에 오시는 예수 그리스도에 앞서 보내진 자, 자신은 길이 아니라 이정표, 주인공이 아니라 조연, 주인·왕이 아니라 종, 심부름꾼이라는 사실을 잘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세례자 요한이었기에 때가 이르자, 즉 구세사의 주인공 예수님께서 등장하시자 스스로를 소멸시켜나가기 시작합니다. 공개석상에서 자신을 완전히 낮추며 사람들의 시선을 예수 그리스도께로 향하게 합니다. 오랜 세월 공들여 양성시켰던 제자들도 미련 없이 예수님께로 떠나보냅니다. 뿐만 아니라 좀 더 완벽히 소멸되기 위해 헤로데 왕가의 타락을 공개적으로 거듭 질타합니다. 그 결과 순교라는 완벽한 소멸을 맞이합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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