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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소나무 신부와 함께 하는 마음의 산책♣(2014년 8월 6일 수요일 복음 묵상)
작성자신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4-08-06 조회수1,073 추천수14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소나무 신부와 함께 하는 마음의 산책


2014년8월6일 수요일 복음묵상


“일어나라. 그리고 두려워하지 마라.”(마태오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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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도 무척 덥네요.
8시밖에 되지 않았는데 30도를 넘어섰네요.
이 생각 저 생각에 뒤척이다가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두 시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다음, 한 여인의 장례미사가 있습니다.

마리아 로즈 안젤리따 다께이시.
안젤리따는 그녀의 원래 이름이고, 다께이시는 일본인 남편의 이름입니다.
그리고 반년 전 마리아 로즈라는 이름으로 신앙 안에서 다시 태어난 여인입니다.
국적은 필리핀이고, 무슬림 가정에서 성장했습니다.

그녀를 처음 본 것은 일년 반 전, 주일 미사 때였습니다.
가발을 쓰고, 커다란 눈망울을 하고 열심히 미사 분위기를 파악하고자 하는 듯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이후, 주일 미사 시간이면 항상 그녀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교리를 받고 신자가 되고 싶다는 의지를 밝히게 됩니다.
유방암이 완치되었고, 어려서부터 관심이 있던 크리스챤이 되고 싶어 이렇게 찾아왔다고 말을 합니다.

6개월간의 교리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어눌한 일본어 때문에 교리 교사들도 배우는 이도 쉽지는 않았었을 것입니다.
교리가 끝날 즈음, 저와는 처음으로 정식 면담을 갖게 됩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삶을 간단히 설명했지만, 그 여정이 얼마나 파란만장했을지 충분히 짐작이 갔습니다.

그리고 작년 12월에 영세를 받게 됩니다.
평일 미사도 열심히 나오면서 늘 무엇인가를 배우고자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늘 환한 웃음이 보기 좋았습니다.
한 달 정도 지난 후에, 고해성사를 청합니다.
그래서, 세례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고해할 것이 있느냐는 저의 질문에 그녀는 대답합니다.
“세례를 받으면 영세 받기 전의 모든 죄가 용서된다는 것은 배워서 알고 있고 믿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과거에 지은 모든 죄를 다시 한 번 고백하고 더욱 열심히 살고 싶습니다.”
그리고 기억에 남아있는 과거의 모든 삶의 내용을 성찰하고 적은 종이를 읽어 내려가면서 고해성사를 봅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녀의 일본인 남편도 성당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거의 매일 두 사람은 성당 제일 앞자리에 앉아 미사에 참석했고, 이내 남편도 신자가 되겠다는 의사를 밝히게 됩니다.

정말로 감동을 줄 정도로 남편은 열심히 공부와 함께 신앙생활을 시작했고, 두 사람의 얼굴은 항상 맑아 보였습니다.
경제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두 사람은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이 찾아와 가슴 아픈 이야기를 전합니다.
그녀가 뇌암 말기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어두워진 내 얼굴과는 다르게 두 사람의 얼굴은 미소를 잃지 않고 있었습니다.
어두워진 나의 표정을 보고 그녀는 말을 합니다.
“신부님, 저는 걱정하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 저를 지켜주실 것을 믿으니까요.” (Father, I do not worry about my situation. I believe God will protect me.)

그녀는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치료를 받습니다.
병자성사를 주고 두 차례 병원에 찾아갑니다.
변함없이 환한 얼굴로 저를 대합니다.

남편은 그 와중에도 열심히 교리 공부를 하고 지난 부활시기에 세례를 받게 됩니다.
정말로 행복해 보이는 얼굴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일 견진 성사도 받게 됩니다.
안타까운 일은 그녀 역시 남편과 함께 견진 성사를 받을 예정이었지만,

병원에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그러지를 못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오후 1시53분 그녀가 하느님의 품으로 갔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곧 있을 장례 미사 때, 아마도 저는 이렇게 말하게 될 것입니다.

“마리 로즈는 행복한 여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시기에 그녀를 부르셨고, 당신과 만나게 해주셨습니다. 1년 반이라는 정말로 짧은 시간에 지나간 모든 상처와 아픔을 치유해주셨고, 자신과 그리고 세상과 화해할 수 있는 은총을 허락하셨습니다. 또한 사랑하는 남편에게 하느님을 만나게 한 것도 하느님이 섭리였음을 믿습니다. 그녀를 희망하게 했던 하느님의 약속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그녀의 나이 50이 채 안 되는 삶이었습니다.
여러분, 마리 로즈 안젤리따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 청합니다.

https://www.facebook.com/WithfatherPinetree

소나무 신부와 함께 하는 마음의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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