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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치기신부님의 말씀산책] 프란치스코 교황님에게서 성모님의 향기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4-08-15 조회수731 추천수16 반대(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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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프란치스코 교황님에게서 성모님의 향기가...





떠들썩함도 없이 요란한 제스처도 없이 조용하고 평범하게 서울공항에 도착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바라보며 겸손이 온 몸에 배인 분임을 잘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도 몇 번 그 시간대 비행기를 로마에서 타봐서 잘 기억합니다. 오후 4시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을 출발해서 약 11시간 이상을 날아옵니다. 흔들리는 비행기 안에서 여간한 사람치고 숙면을 취하기 힘듭니다. 뿐만 아닙니다. 한국 도착시간이 현지 시각으로는 한참 주무시고 계실 한 밤중인데 여기는 해가 중천에 뜬 시각입니다. 정말 고역 중에 고역이더군요. 도착하면 파김치가 따로 없는 젊은 사람들도 다들 힘들어하는 여정입니다.



관절도 좋지 않으신 프란치스코 교황님, 피곤한 기색이 역력함에도 불구하고 그 특유의 인자하고 정겨운 미소를 계속 짓고 계시더군요. 사실 더 작은 자동차를 원하셨습니다. 왜냐하면 자동차 한 대 생산하기 위해 흘려야 할 가난한 사람들의 땀방울에 가슴 아픈 분이었기에.



들리는 말로는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에 로마 시내에 있는 성 마리아 대성당을 조용히 방문하셔서 홀로 오랜 시간 기도하셨답니다. 바티칸에서 성 마리아 대성당으로 가는 길 역시 삼엄한 경호나 요란한 출국행사 없이 아주 조용히 모든 것이 이루어졌답니다.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에서 무슨 기도를 하셨겠습니까? 그분 기도의 주제는 100퍼센트 이랬을 것입니다. 세월호 희생자들과 유가족들, 밀양의 어르신들, 평화의 섬을 지켜내려고 안간힘을 다 쓰는 사람들, 군 가혹행위 희생자들과 가족들, 북한 동포들, 이 땅위에 가장 낮은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언제나 자신을 낮추시는 참으로 겸손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모습에서 성모님의 향기가 납니다. 성모님의 흔적이 새겨져 있습니다. 성모님께서 사촌 엘리사벳을 방문한 뒤 부른 마리아의 노래, 마니피캇(Magnificat)의 전체를 휘감고 있는 분위기는 성모님의 겸손입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루카복음 1장 46~48절)



마리아는 노래 서두부터 철저하게 자신을 낮춥니다. 아니 자기 자신에 대한 정확한 신원 파악을 하고 있습니다. 마리아 자신은 찬미를 받을 자격이 조금도 없는 존재이다. 자신은 태생적으로 종이며 본질적으로 피조물이다. 그런데 주인이신 하느님께서 종인 자신을 굽어보셨다. 그런데 마리아는 하느님의 그 굽어보심은 자신이 잘 나서가 아니라 당신 자비의 시선 때문이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루카 복음 1장 48~49절)



마리아는 겸손을 가장하지도 않았으며 하느님이 주신 선물을 거절하지도 않았습니다. 동시에 자신을 스스로 값진 보물로 여기거나 신데렐라처럼 생가하지도 않았습니다. 너무나도 과분하고 크신 하느님 은총 앞에 두려워 도망가지도 않았습니다.



마리아는 앞으로 자신에게 다가올 영광과 위대함이 모두 자신에게서가 아니라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선물이라는 것을 미리부터 잘 알고 있었습니다. 가브리엘 천사의 초대 앞에 자신이 내딛은 작은 첫 걸음, ‘예!’가 구세사의 전환점이 되리라는 것, 자신이 잉태한 아기를 통해 멸망과 공허의 시대가 끝나고 구원과 충만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사실, 이 모든 것이 자신이 아니라 하느님으로부터 온다는 것을 잘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스스로의 힘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했던 인간의 구원, 인간의 무능이 이제 마리아를 통해서, 그리고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에 의해서 극복된 것입니다. 결국 나자렛의 한 산골 소녀 마리아에 의해서 세상의 구원이 시작된 것입니다. 그 가장 뚜렷한 표현이 성모 승천입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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