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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침 기도와 성모승천 대축일 미사에서의 묵상 종합 정리
작성자이정임 쪽지 캡슐 작성일2014-08-16 조회수688 추천수1 반대(0) 신고

+ 샬롬(그리스도의 평화)

 

아침 기도와 성모승천 대축일 미사에서의 묵상 종합 정리

 

아, 나는 내가 루카복음 15장에 나오는 아버지의 집을 나갔다가 돌아온 그 작은 아들인

줄은 정말 몰랐다. 그 작은 아들은 아버지의 유산을 미리 챙겨 받아가지고 집을 나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아주 맘껏 하고 살았다. 그런데 그동안 내가 살아왔던 삶을 돌아

보니 ... 나 역시도 내가 가장 하고 싶고, 가장 재미있고 그럼으로써 나름 행복한 일을

하고 살아왔다. 그런데 ...

 

그렇게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하고 싶고, 가장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았는데도 불구

하고 끝내 내 모습은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내가 나를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내 마음이

황폐해졌음을 스스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내 몰골은 흉칙해져버렸다. 마치 작은 아들이

가지고 나갔던 모든 재산을 다 탕진하고 굶고 굶어 돼지가 먹는 쥐엄나무 열매라도 먹으

려고 했던 그 모습처럼 황폐해져버렸다. 그것을 나 스스로 느낄 수 있을 정도가 되었으니

얼마나 상황이 나빴을까 ...

 

작은 아들이 그지경에 이르러서야 아버지의 집을 그리워했듯이 나 역시도 주님을 찾았다.

살고 싶어서 기도자리에 앉았다. 그동안 그토록 내가 좋아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성경 공부다. 진짜 성경 공부는 아주 열심히 했다. 그러나 그런 지식만으로는 주님을 온전

히 만나뵐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기도 안에서 나를 만나 주신 분들이 그동안 내가 무엇을 어떻게 잘못 살았는지 보여주셨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에 화가 나고, 짜증이 나고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삶의 의욕도

없어지고 말았다. 그냥 삶에 대한 희망이 전혀 없다고만 느끼고 무엇도 하고 싶지 않았다.

아, 내 모습이 왜 이렇게 변했을까? 그 뿌리를 알고 싶다고 청원기도를 드렸다.

 

나를 만나주신 분은 성경에 사실 이름이 없다. 그냥 이스라엘의 소녀라고만 소개하고 있다.

2열왕 5장에 나오는 소녀다. 그 소녀는 나아만이 이스라엘에 약탈하러 갔다가 사로잡아 온

소녀로 나아만은 자기 부인 곁에 있게 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 소녀는 어쩌면 원수인지도

모르는 나아만이 나병에서 치유될 수 있는 길을 안내해 주고 있었다.

 

처음 이 소녀를 묵상했을 때는 나아만과 그의 부인의 인격이 너무 좋아서 그 소녀가 그렇게

살았다고 묵상했었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방향에서 나를 만나 주었다.

그 소녀의 인격이 어떻게 형성된 사람인가를 볼 수 있도록 인도해 주셨다. 그 소녀를 묵상

하는데 갑자기 성모님의 수태고지 장면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아, 이 소녀가 바로 성모님의 마음과 똑같은 마음을 가지셨구나를 깨닫게 되었다. 아, 맞다

이 소녀의 마음을 이해하려면 바로 성모님이 어떤 마음으로 사셨기에 하느님의 마음에 꼭

들었고 성자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로 선택받으셨을까? 그것을 묵상하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맞다. 성모님은 그 어린 나이에 어떤 인격을 사셨을까?

 

그러면서 다시 보이는 그림은 내가 어렸을  때 버스 맨 앞에 아주 어린 소녀 같아 보이는

한 아이가 두 손을 모으고 하늘을 뚫어져라 보는 사진이 걸려 있었고 그 사진에는 '오늘도

무사히' 라는 문구가 쓰여져 있었다. 그 사진의 주인공이 어린 사무엘의 모습이라는 것을

안 것은 세례를 받고 신앙생활을 하면서이다.

 

어린 사무엘... 어머니 한나에 의해 하느님께 바쳐진 사람인 나지르인이셨던 분...

어린 사무엘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았고 그렇게 하느님께 봉헌된 사람으로 아이 때부터

사셨던 것이다. 아마도 성모님도 사무엘과 비슷하게 사시지 않았을까 싶다. 이스라엘에는

여예언자들도 있었으니까. 아기 예수님을 성전에 봉헌하실 때 나이 많은 한나라는 여예언

자도 있었고 구약성경에도 판관 드보라를 비롯해 몇몇 여예언자들이 등장하고 있지 않는가.

 

성모님 역시도 어린 사무엘이 하느님께 봉헌된 나지르인으로 사셨던 것처럼 오로지 하느님

께 봉헌된 모습을 사셨던 분이심을 느낄 수 있었다. 하느님께 봉헌 된 사람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가? 내 뜻이 아니고 오로지 주님의 뜻에 따라 사시는 삶을 살아가신다. 이렇게 묵

상을 해 보니 이제야 나아만이 이스라엘에 약탈하러 왔다가 사로잡아 온 그 소녀가 어떤

마음으로 나아만의 나병이 치유되는 길을 안내할 수 있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그 소녀도 마치 성모님의 마음처럼 내 마음, 내 뜻이 아니고 오직 주님의 뜻을 묻고 헤아리

고 사는 소녀였다는 것이었다. 만약 내가 그 소녀의 처지였다면 ... 나는 먼저 내 자신만을

먼저 봤을 것이다. 나를 사로잡아온 내 현실을 수용하지 못할 것이고 나를 사로잡아 온 사

람을 용서하지 못할 것이고 그럼으로써 내 안에는 미움과 화, 어쩌면 원수를 갚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온통 들끓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말도 안 되지 ... 어떻게 내 원수가 나병에서 치유되어 행복하기를 바랄 수 있겠어 ...

그런데 그 소녀는 내가 상상하는 그런 삶을 선택하지 않았다.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었겠

는가? 그것은 마치 어린 사무엘이 아기 때부터 하느님께 봉헌된 나지르인으로 살았듯이

성모님도, 그 소녀도 늘 하느님 앞에서 기도 손을 모으고 "주님, 한 말씀만 하소서. 이 종이

듣겠습니다."(1사무 3,10 참조) 이러한 삶을 사셨기에 가능했음을 볼 수 있었다.

 

그럼 나는 ... 그저 지식으로 주님이 누구이신지 알아보겠다고 아주 열성을 다했다.

그러면서 놓치고 살았던 것이 "말씀하십시오. 당신 종이 듣고 있습니다." 이것이었다.

그러니 그동안 내게 주셨던 은총과 달란트를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다가 다 탕진해 버리고

내 영혼이 작은 아들의 마음처럼 황폐해져 버렸던 것이다. 그러나 ...

 

주님은 내가 살고 싶다고 부르짖자 ... 나를 외면하지 않으시고 다시 안아주셨다.

오늘 고해성사를 보고 미사를 드리면서 나는 마치 집에 돌아온 둘째 아들처럼 아버지 품에

그렇게 안겼다. 아, 미사의 은총이 이것이었구나. 너무 기쁘고 행복했다. 그리고 오늘 ...

막혔던 어떤 길이 뚫어졌다.

 

그토록 내 마음이라고 내가 내 힘과 능력으로 정리하고 추수르려고 해도 되지 않던 마음이

눈 녹듯 스르르 녹아내렸다. 이것이 바로 주님의 은총과 자비가 아니겠는가? 이제야 성모님의

삶이  어떤 삶이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주님, 오늘 깨달은 바를 잊지 않고 살 수 있도록 은총 주십시오.

제가 나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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