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적선’과 ‘기부’, 그리고 ‘봉헌’
작성자박한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4-08-25 조회수1,606 추천수6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8월초 어느 날 이였다. 본인은 군산시 나운동에서 조그만 컴퓨터매장을 하는데 그날도 출장을 가기위하여 사무실을 나섰다. 우리 사무실 옆에는 주차장이 있는데, 그곳에 어떤 중년 남자가 쓰러져 있는 게 아닌가? 그 모습은 마치 술에 취해 쓰러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에휴~낮부터 술에 취해 길거리에서 누워서 자다니...한심스럽군!’ 먼저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까이 가보니 술 냄새가 약간나긴 했으나 그 모습이 잘 차려 입은 옷차림에 고급스러워 보이는 금장시계와 핸드폰 주머니 벨트, 고급안경에 점잖은 머리스타일, 목에 걸린 MP3까지 도무지 술을 마시고 아무 곳이나 누워서 자는 사람은 아닌 듯 보였다. 팔꿈치와 손바닥은 바닥을 짚을 때 긁혔는지 여기저기 상처가 나 있었다. 그런 모습의 남자가 측은해보여 그 사람을 도와주려고 말을 걸었는데, 대답이 휭설수설...이것은 술에 취한 말투라기보다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건 당료이구나! 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당이 떨어지면 마음과 육체가 몹시 무기력해지고 어떤 때는 무지 화가 나고 을 이기지 못해 사람이 이상하게 되고, 돌아가신 아버님도 당료가 있어 그 증상을 잘 아는 터라 빠른 조치를 취해야했다. 때마침 아내가 밖을 나와 나는 아내에게 얼른 사탕 몇 개와 물을 한잔 떠오라고 시켰다. 의자에 앉게 하고 10여분가량 말을 걸고 얘기를 나누다보니 정신이 돌아오는 것 같았다. 집과 보호자나 자녀의 연락처를 묻자 절대 절대 안된다며, 연락취하는 것을 극구 말리셨다. 역시 집안사람을 벌써 여러 번 고생 시켰나 보다. 119112에 신고를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집이 어디냐고 물어보니 다행히 부근이여서 그 중년 신사 분을 차에 태워 데려다 주고 연락처와 조금 전 사건을 가족에게 알려주기 위해 작은 메모를 남기고 나왔다. 그런데 문을 나서는 순간 마음이 무겁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는 다른 사람을 도와주었는데도 그 기분이 썩 좋지 않은 것 이였다. 과연 내가 냄새나고 지저분한 사람이 누워있었더라도 도와주었을 것인가? 도와주었다 하더라도 아마 112119에 신고하는 것이 다였을 것이다. 또 그 노숙자를 내차에 태웠을까? 그리고 집에 데려다 주었을까? 갑자기 여러 장면이 내 머릿속을 지나갔다. 신부님얼굴도 떠오르고 성당건물 맨 위에 계시는 예수님도 생각나고, 우리 아버지도 생각났다. 몇 일전 지나가다 내 매장을 들른 차비를 달라던 술 취한 거렁뱅이도 생각나고... 왜 갑자기 이런저런 생각들이 떠올랐을까? 분명 이 찜찜한 기분은 아마 내가 위선적 이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나는 적선을 한 것 이였다. 거지가 구걸하니 못 이겨 그것에 응한 것 이였을 뿐, 또 역시나 내가 모든 이에게 평등하게 다가갔다면 나는 기부하는 마음 이였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랑의 하느님은 어떠하셨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우리나라에 교황님께서 다녀가셨는데, 그분은 낮은 곳 중에 가장 낮은 곳. ‘하인중에 하인이 되시여 말과 몸소 행함으로써 우리에게 분명하게 보여주신 것이다. 훌륭한 하인은 주인이 오기 전에 밤을 지새워 등불을 밝힌다.

어떠한 것을 공경하여 삼가 공경하는 마음으로 바치는 것을 우리는 봉헌이라한다. 어느 것에 행동하든지 우리는 먼저 그 행동의 근본이 되는 마음가짐을 적선의 마음으로 행할 것인지 아니면 기부하는 마음으로 행할지, 그것도 아니면 봉헌하는 마음으로 해야 할지는 분명하다. ‘봉헌하는 마음으로 행동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까?

 

오룡동 성당_가스펠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