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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순교 영성 - 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요셉 수도원)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4-08-29 조회수737 추천수8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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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8.29 금요일 성 요한 세례자의 수난 기념일   예레1,17-19 마르6,17-29

                                                  
순교 영성


강론을 쓰는 새벽2:30분, 여기는 스페인 팜블로나에 있는 알베레그의 4층 식당입니다. 
어제처럼 여기 이 건물도 예전에는 거대한 수도원이었음을 봅니다. 
얼마나 컸던 수도원 성당인지 빼곡하게 들어선 순례자 침실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나름대로 절박한 사연이 있어 순례길에 오른 사람들입니다. 
한국인이 세계에서 몇 째 안 갈 정도로 숫자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간절한 사연이 많음을 뜻합니다.

순례길은 그대로 십자가의 길을 닮았습니다. 
순례길을 가다보면 십자가가 있는 표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순례중 목숨을 잃은 순교자(?)의 무덤입니다. 
순례자가 순교자가 된 셈인데 그대로 우리 인생을 상징합니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매일 평균 20km이상을 걷는 모습이 
흡사 자기를 버리고 자기 십자가의 짐을 지고 주님의 뒤를 따르는 모습과 흡사합니다. 

피레네 산맥을 넘으면서 나눈 이야기도 생각납니다.

"형제님은 인생 피레네 산맥을 넘었지요?"
제 물음에 한 도반은, 
"예, 그런 것 같습니다."
대답했고 한 도반은,
"저는 계속 오르고 있는 중입니다."
대답했습니다. 

저 역시 매일매일 인생 산맥을 오르는 느낌입니다. 
부부는 평생 순례여정의 도반들인데 
도중에 이혼한다면 그 상처와 후유증이 얼마나 클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젊은이들은 몸도 가벼워 마음도 가볍고 짐도 가벼운데 
우리 한국의 장년들은 대체로 몸도 마음도 배낭의 짐도 무겁습니다. 
몸도 마음도 짐도 줄이는 것이 남은 과제입니다. 
인생 배낭의 짐이 무거워 고통이 클수록 잘 견뎌내면 삶도 깊어지고 기쁨도 클 것입니다. 

미사도구를 마련해가니 저의 짐은 좀 무거운 편입니다. 
그러나 '주님을 등에 업고' 간다 생각하니 새 힘이 났습니다. 

그렇습니다. 
주님을 등에 업고, 주님과 함께하는 여기에서의 순례여정입니다. 

오늘은 성 요한 세례자의 수난 기념일입니다. 
작년 8.17일 배밭 노동 중 불의의 사고로 44세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사랑했던 정요한 수도형제가 생각납니다. 

오늘 미사는 그를 위해 봉헌합니다. 
그의 시신을 대했을 때 
"불쌍하고 아깝고 아프다" 외마디 소리처러 튀어나온 말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하여 이런저런 사유로 
하느님은 저에게 보속과 고행, 회개와 쇄신을 위해 순례의 안식년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더불어 주님은 저를 위로하고 치유하시고자 순례길로 초대하셨습니다.

교회의 역사는 순교의 역사요, 특히 한국교회는 그러합니다. 
2세기는 순교영성의 시대로 많은 이들이 주님 위한 순교의 죽음을 갈망했던 시대입니다. 

사실 순교보다 더 큰 사랑과 믿음은 없습니다. 
주님 향한 최고의 사랑과 믿음의 표현이 순교입니다. 
하느님의 승리, 인간의 승리를 보여주는, 인간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빛나는 표지입니다. 

복음의 '의롭고 거룩한' 요한의 어처구니 없는, 억울한 순교의 죽음은 예수님의 순교의 전조입니다. 
주님의 십자가의 죽음만이 요한의 죽음에 대한 답을 줍니다. 

고통의 신비, 죽음의 신비에 대한 유일한 답은 주님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뿐입니다. 
순교영성은 파스카 영성과 직결됨을 깨닫습니다. 

1독서의 예레미야 예언자 역시 순교적 삶에, 순교로 생을 마감했던 분입니다. 
순전히 주님 말씀의 힘으로 살았던, 하느님이 그 생의 전부가 됐던 예언자이십니다.

"너는 허리를 동여매고 일어나, 내가 너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그들에게 말하여라. 
너는 그들 앞에서 떨지마라. 
그들이 너와 맞서 싸우겠지만 너를 당해내지 못할 것이다. 
내가 너를 구하려고 너와 함께 있기 때문이다."

예레미야뿐 아니라 십자가의 길, 순례여정의 영적전투중인 우리 모두를 향한  주님의 격려 말씀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에게 순교적 삶의 순례여정에 항구할 수 있는 힘을 주십니다.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5,10).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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