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바로 여기가 천국 - 이수철 프란치스코 요셉 수도원 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4-09-03 조회수923 추천수13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

.










2014.9.3 수요일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 학자(540-604) 기념일, 1코린3,1-9 루카4,38-44

                                  
바로 여기가 천국


바로 여기 스페인 
'나제라 시립 순례자 숙소(Albergue de Peregrinos municipal de Najera)'가 천국입니다. 
어제 로그로노(Logrono)에서 
4시 기상하여 강론을 쓸 때도 몇몇 순례객들은 짐 싸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5시 미사 및 아침식사 후 
6시 출발하여 중도에 2회 쉬고 오후1시 반에 이냐시오 도반과 나제라에 도착했습니다. 

분명 하느님의 은총입니다. 
둘다 별로 어려움 없이 12kg정도의 배낭을 메고 
75리 길을 스페인 산야를 충분히 감상하면서 7시간만에 주파했기 때문입니다. 

스페인도, 산티아고 순례길도, 순례객들도 하느님의 놀라운 업적의 선물이요 기적입니다. 
하느님이 계시기에 이 모두가 가능했습니다. 

특히 여기 알베르게는 
자발적 희사(donation)로 운영되는 값싼 곳이기에 남녀노소 모두가 많이도 모이는 곳입니다. 
큰 창고 같은 건물에 2층 침대만 무려 45개가 나란히 빼곡하게 배열되어 있었고 
저녁 때쯤에는 순례객들로 가득차니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흡사 양계장 같네요."
말하니 이냐시오 형제도 공감하며 웃었습니다. 

정말 사람 양계장 같았고 집단 수용소 같았습니다. 
그래도 참 행복했고 편했습니다. 
모두가 가면을 벗은, 또 무장해제된 모습이요 에덴 동산 천국이었습니다. 
일체의 간섭은 전무하고 자발적 배려와 친절, 밝은 웃음만 있는 곳이었습니다. 

이냐시오 형제가 한 산같이 쌓인 거대한 밥을 뜨겁고, 매운 국에 말아 먹을 때는 땀 범벅이었습니다. 
참 유별난 한국인 식사법입니다. 
이렇게 잘, 많이 먹어도 속이 편하고, 다음 날 힘껏 걸을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요.

분열이 전혀 없는 완전 다양성 중에 일치를 이루는 순례자 숙소 공동체입니다. 
말과 문화, 인종이 달라도 
완전 평등과 자유, 일치가 이뤄진 이런 모습은 그대로 하느님의 놀라운 작품입니다. 

스페인은 이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존재이유가 있습니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오늘 말씀을 묵상합니다.
'나는 바오로 편이다' '나는 아폴로편이다' 
패거리를 만들어 분열을 조장하는 코린토 교회의 신도들은 속된 사람이요 육적인 사람입니다. 

바오로의 설득이 감동적이며 공감이 갑니다.

"나는 심고 아폴로는 물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자라게 하신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그러니 심는 이나 물을 주는 이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오로지 자라게 하시는 하느님만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협력자이고, 여러분은 하느님의 밭이며 하느님의 건물입니다."

바로 이런 하느님 중심의 삶이 영적인 삶이자 치유와 일치를 이루어 줍니다. 
역시 여기 내적 치유와 일치가 이뤄지는 나제라의 일시적 순례자들의 공동체도 
하느님의 밭이며 건물입니다. 
하느님이 이 알베르게 공동체를 통해 일하시는 모습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어제는 포도주를 따지 못해 쩔쩔매는 우리를 지긋이 바라보며 웃던 남미의 형제가 
숙련된 모습으로 즉시 따주었습니다.
'You are our Hero(너는 우리의 영웅이다)'
짧은 영어로 감사를 표했습니다. 

며칠 전 미사 강론을 쓸 수 있는 적당한 장소를 마련해 준 분에겐 '
You are my angel(너는 나의 천사다)'말하며 유쾌하게 웃었던 일도 생각납니다. 

순수하고 친절한 마음은 만민의 보편적 공통언어임을 깨닫습니다.

"행복하여라, 주님이 당신 소유로 뽑으신 백성!"

그대로 여기 알베르게 순례공동체에 적용해도 손색이 없을 듯한 오늘 화답송 후렴입니다. 
님과 함께 할 때, 주님 안에 머물 때 비로소 치유와 일치입니다. 

오늘 복음을 보십시오. 
주님이 함께할 때 
시몬의 장모는 물론 모든 병자들이 치유되고, 마귀들은 쫓겨나 본연의 건강한 모습을 찾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도 주님 친히 함께 하심으로 유형무형의 많은 치유가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다음 복음의 주님 말씀은 얼마나 고무적인지요.

"나는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다른 고을에도 전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도록 파견된 것이다."

똑같은 주님께서 오늘도 산티야고 순례 중인 분들에게, 
또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하시며 치유와 일치의 구원을 이루어 주십니다.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