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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혜의 길 - 이수철 프란치스코 요셉 수도원 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4-09-04 조회수1,534 추천수15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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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9.4 연중 제22주간 목요일, 1코린3,18-23 루카5,1-11

                                         
지혜의 길


어제는 21km를 걸어 '상토 도밍고 데 라 칼자다(Santo Domingo de la Calzada)'에 도착하여 
성 도미니코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가정집 같이 푸근한 알베리게에서 머물게 되었습니다. 
어제와는 달리 3인1실의 침대가 있는 독방으로 마치 호텔과도 같습니다. 

저녁 6시30분에는 수녀원 저녁기도에도 참석했습니다. 
똑같은  수녀복, 한 목소리의 찬미에 개인은 이미 사라졌음으 봅니다. 

개인은 사라지고 찬미만 남아 
한평생 '찬미의 사람'으로 살아가는, 세상 눈에 어리석음의 길을 택한 수녀님들입니다.
주님을 만나, 주님이 그의 사랑이자 운명이 된 자는 세상 눈에 어리석음의 길을 택할 수뿐이 없습니다. 

1독서의 바오로를 비롯한 모든 성인들이 그러했습니다. 
세상 눈에 어리석음이 하느님 눈엔 지혜이고, 세상 눈에 지혜로움이 하느님 눈엔 어리석음입니다.

"이 세상에서 지혜로운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가 지혜롭게 되기 위해서는 어리석은 이가 되어야 합니다. 
이 세상의 지혜가 하느님께는 어리석음이기 때문입니다."

제 꾀에 제가 넘어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분께서는 지혜롭다는 자들을 그들의 꾀로 붙잡으십니다. 
주님께서는 지혜롭다는 자들의 생각이 허황됨을 아십니다. 

피레네 산맥을 넘으며 
길 따라 묵묵히 걸어가는 소들을 보면서 우보천리의 겸손이 지혜임을 깨달았습니다. 
우보천리, 산티야고 순례길에 오른 어리석은듯 하나 지혜로운 여기 순례자들입니다.

진정 지혜로운 이들은 겸손한 이들이기에 결코 인간을 자랑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자기에 속한 것임을 깨달아 알기에 내적부요의 자유로운 사람들이 됩니다. 

다음 바오로의 말씀대로 입니다. 
우리 모두를 향한 말씀입니다.

"모든 것이 다 여러분의 것입니다. 
바오로도 아폴로도 케파도, 세상도 생명도 죽음도, 현재도 미래도 다 여러분의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것이고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것입니다."

진정 이를 깨달아 살아갈 때 세상 눈엔 어리석어 보여도 내적부요의 자유인입니다. 
우리가 참으로 그리스도의 것이, 하느님의 것이 될 때 모든 것은 다 우리의 것이 됩니다. 
주님과 만날 때 이런 깨달음의 선물입니다. 

오늘 복음 말미의 묘사가 의미심장합니다.
'그들은 배를 저어다 뭍에 대어 놓은 다음,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

주님을 만남으로 세상 눈에 어리석음을 택한, 그러나 생명의 지혜로운 길을 택한 제자들입니다. 

그에 앞서 주님과 만남의 과정이 좋은 묵상감입니다.
"스승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바로 주님이 빠진 인간의 노력이 얼마나 허망한지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스승님'의 호칭이 다량의 고기를 잡게 된 기적이 일어나자 즉시 '주님'으로 바뀝니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

예수님의 무릎 앞에 엎드려 주님을 고백하는 베드로의 겸손입니다. 
님을 발견함으로써 죄 많은 자신을 발견한 베드로입니다. 

우리의 내면을 환히 비춰주는 거울 같은 주님을 만날 때 
비로소 자기를 알아 겸손이요 주님을 따르게 됩니다. 
저절로 세상 눈에 어리석은, 버리고 주님을 따르는 길을 택합니다. 

진정 지혜의 길은 '버리고 따르기'의 길입니다. 
항구히 우리의 운명이자 사랑인 그분을 따르는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자기를 버리고 당신을 따르는 지혜의 길에 항구할 수 있는 힘을 주십니다.

"주님께 나아가면 빛을 받으리라. 너희 얼굴에는 부끄러움이 없으리라."(시편34,6참조).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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