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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영혼의 밤
작성자김원율 쪽지 캡슐 작성일2014-09-06 조회수830 추천수6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영혼의 밤


우리의 신앙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믿는 것입니다. 만약 하느님이 보인다면 그것은 하느님을 믿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아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우리의 눈에 보이는 존재라고 한다면 우리는 하느님을 우리의 오감으로 인식하면서 아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는 만큼 더 많은 부분을 모르게 됩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약 단 한번도 하느님의 존재를 의심한 적이 없다면 그것은 하느님을 믿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존재하신다는 나의 생각을 믿는 것이라고 합니다. 역사 상 어떤 성인도 자신의 삶에서 단 한번도 하느님의 존재를 의심해본 적이 없는 분은 없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현실에서 영적 공허를 느끼며 진정 하느님이 존재하시는가 하는 의혹과 불신으로 밤을 샌다면 그것이 바로 ‘영혼의 밤’입니다.



성인들도 영혼의 밤을 체험하였습니다. 십자가의 성 요한은 ‘어둔 밤’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십자가의 요한은 어둔 밤이라는 체험에서 하느님과의 일치와 영혼의 정화를 경험하였습니다. 1577년 12월 어느 칠흑같이 어두운 밤, 십자가의 요한은 아빌라의 육화의 수녀원에서 개혁이전의 가르멜 수도회 수도자들에 의해  체포되어 얼굴에 두건이 씌워진 채 끌려갑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9개월 동안 똘레도의 수도원의 다락방(감옥)에 갇힙니다. 거기에서 보냈던 고통스러운 밤은 분명 십자가의 요한에게는 고통과 저주의 밤이었을 것입니다. ‘하느님이 계시다면 같은 수도자들끼리, 그것도 같이 살았던 수도자들이 이토록 자신을 박해할 수 있단 말인가? 개혁에 동참한 것이 그렇게 커다란 잘못인가?’  ‘과연 같은 수도자들인 그들이 이럴 수 있단 말인가’ 등등 수많은 질문과 함께 수백, 수천 번을 되새겨본 밤이었을 것입니다. (십자가의 요한 ‘어둔 밤’ 54쪽~55쪽)


어두운 밤은 십자가의 요한에게 분명 부정과 박탈의 동의어였습니다. 그러나 어둔 밤은 단순히 부정적인 의미만 가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십자가의 요한은 그런 밤이 있었기에 진정한 자유인의 상태에서, 즉 하느님과 완전한 일치에서 완덕의 삶을 살아가면서 어두운 밤의 고난을 되새길 수 있었다고 고백합니다. ‘그 밤이 없었다면 과연 가장 높은 곳에 올라 하느님과 사랑의 일치를 맛보면서 기나긴 고통의 터널에서 사랑과 정화를 경험할 수 있었을까?’ 이 어두운 밤에서 그는 설명하기 어려운 행복을 맛보았던 밤이었다고 고백하였습니다.


엔도 슈삭쿠의 소설 ‘침묵’에서는 로드리게스 신부가 고문으로 죽어가는 신자들을 보면서 하느님께 절규합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침묵합니다. 그는 이 어둔 밤을 이겨내지 못합니다. 그리고 배교의 표시로 성화를 밟는 후미에를 합니다. 그는 그리고 하느님에게 묻습니다. 하느님은 어디에 계셨습니까? 그 기나긴 고통의 터널에서 당신께 울부짖을 때 당신은 어디 계셨습니까? 하느님은 대답합니다. ‘나는 그때 너와 같이 있었다. 너와 같이 아파하고 고뇌하고 울며 어두운 밤을 너와 같이 지새고 있었다.’ 고 답합니다.


예수님께서도 영혼의 밤을 지내셨습니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수난전날 피땀흘리며 기도하셨습니다. ‘아버지 하실 수만 있다면 이 잔이 저에게서 비켜가게 해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 라고 기도하십니다.


콜카타의 복자 마더 데레사도 영혼의 밤을 겪었습니다. ‘마더 데레사 어둠 속 믿음’은 데레사 수녀가 느꼈던 하느님의 부재, 닫힌 천국에 대해서 조명하고 있습니다. ‘이 어둠은 너무 길고 저는 혼자입니다. 사랑을 갈망하는 마음의 외로움을 견딜 수 없습니다.’ 라고 데레사는 고백합니다. 마더 데레사는 영적 공허함을 겪는 어둔 밤을 겪었지만 그는 영적 공허마저도 ‘하느님의 더 크신 계획 안’에 있음을 받아들이고 어둔 밤의 고뇌를 하느님께 맡깁니다.


월남의 주교였던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구엔 반 투안 추기경은 1975년 월남이 적화되고 얼마 안있어 성모승천 축일에 공산당원에게 붙잡혀 영어의 몸이 됩니다. 그는 13년을 감옥에서 지냈고 그중에서 9년을 독방에서 지내게 됩니다. 만약 그에게 하느님의 사랑이 없었다면 그는 감옥에서 저주와 분노, 회한과 자책으로 참으로 어두운 밤을 지냈을 것입니다. 그는 수많은 날과 달 들안에서 수많은 감정, 곧 서글픔과 두려움과 긴장이 정신을 초조하게 만들었습니다. 그의 마음은 사람들과 떨어져 있어 찢어지듯 아팠습니다. 그는 감옥에서 수많은 밤을 보내면서 성덕에 이르는 가장 단순하고 확실한 길은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이 확신에서 이런 기도가 나왔습니다.


“예수님 이제 기다리지 않겠습니다. 오직 지금 이 순간을 사랑으로 채우면서 살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며 75쪽)


그는 그 어려운 순간을 사랑으로 승화시켰습니다. 그는 순간순간을 사랑으로 채우며 살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13년의 감옥생활을 끝내고 1988년 석방되어 로마로 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그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영에 의하여 간추린 사회교리를 집대성하고 2001년 추기경으로 서품된 후 이듬해 2002년 선종하게 됩니다.


우리는 짧은 영혼의 ‘어두운 밤’을 이겨내지 못하고 하느님을 떠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수록 우리는 하느님께 나를 맡기고 이 영혼의 밤을 이겨 내어야 마침내 주님의 나라에 들어 갈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시련이 닥친다면 우리는 이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은총으로 받아드리고, 이를 기쁨으로 여겨야 합니다. 하느님은 자신의 모습을 감추심으로써 우리를 더욱 깊은 신앙으로 이끄십니다. 우리의 마음에 비록 끊임없이 의심과 의혹이 일어나더라도 우리는 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버려서는 안 되며, 우리의 의지로 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간직하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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