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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품위있는 삶 - 2014.9.9 연중 제23주간 화요일(순례21일차),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4-09-09 조회수1,041 추천수12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014.9.9 연중 제23주간 화요일(순례21일차), 1코린6,1-11 루카6,12-19

                                                             

품위있는 삶


어제 추석날도 혼타나스에서 보아딜라까지 28.4km, 
아침 6시부터 오후 1시 반까지 한없이 걸었습니다. 
끝없는 길처럼 느껴졌지만 기분은 상쾌했습니다. 

도반들과 함께 걷는 것이 얼마나 큰 위로요 힘인지 깨닫습니다. 
언어와 국적, 문화의 차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서로 완전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자유롭고 편안하게 하는지요. 
바로 이것이 진리를 찾는 순례자의 특징입니다.

어제 산길은 정말 길었습니다. 
1시간 반쯤 지나 큰 길이 나타났고 훤해 졌습니다. 

순례중 목적지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얼마나 고마운지 깨닫습니다. 
사람마다 인생길은 다 다르고 이정표도 다 다를 것입니다. 
어떻게 내 인생길 이정표를 잘 발견하여 목적지 하느님 계신 곳까지 이르느냐가 평생 과제입니다. 

구불구불 길게 이어진 산길을 뒤돌아 볼 때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마에 단 헤드랜턴을 환히 켜고 오는 모습들이 
흡사 밤하늘 은하수와 같았고 움직이는 빛무리들처럼 참 아름답고 거룩했습니다. 
어둠의 세상에 하느님 '빛의 사람들'처럼 느껴졌습니다. 

제가 가끔 인용했던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하느님 그대의 자랑이듯이, 그대 하느님의 자랑이어라.'

하느님의 자랑, 빛의 자녀들인 순례자들 입니다. 
고결한 인간 품위를 상징하는 거룩한 호칭, 순례자입니다. 

어떻게 하면 고결한 품위의 사람이 되어 살 수 있겠는지요? 
끊임없는 기도뿐입니다. 

순례는 기도입니다. 
순례길은 고행과 보속, 정화와 치유의 길입니다. 

결코 관광의 여행길이 아닙니다. 
끝없는 순례길 걸으며 얼마나 많이 묵주기도드렸는지 모릅니다. 
기도할 때 주님을 만나고 이정표도 계시됩니다. 

저와 함께하는 이냐시오 도반도  본의 아니게 졸지에 분도수도자가 되었습니다. 
매일 아침 5시 기상과 동시에 미사를 드리고 하루 중 일정한 시간에 약식 시간경을 바치기 때문입니다. 
바로 매일의 미사와 시간경이 주님을 만나는 시간이자 그대로 인생길의 이정표가 계시되는 시간입니다. 

때로 미사나 시편의 주님 말씀이 사막의 만나처럼, 입에 맛있게 와 닿음을 느낍니다. 
사람은 빵만으로 사는 게 아니라 하느님 말씀으로 삽니다. 
영혼의 식이자 약인 말씀입니다. 

임없이, 깊이 기도할 때 품위의 사람입니다. 
기도가 사람을 만들고 사람이 기도합니다. 
기도하는 만큼 살고 사는 만큼 기도합니다. 

진정 기도했다면 코린토 신자들, 그렇게 품위 없이 처신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서로 고소한다는 것부터가 이미 그릇된 일입니다. 
왜 차라리 불의를 그냥 받아들이지 않습니까? 
왜 차라리 그냥 속아 주지 않습니까? 
여러분은 도리어 스스로 불의를 저지르고 또 속입니다. 
그것도 형제들을 말입니다."

예나 이제나 여전히 계속되는 공동체의 문제들입니다. 
이런 속에서 지혜롭고 품위있게 처신하는 데는 평소 끊임없이 바치는 기도가 제일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기도의 모범이신 예수님을 만납니다.
'그 무렵 예수님께서는 기도하시려고 산으로 나가시어, 밤을 새우며 하느님께 기도하셨다.'

예수님은 기도후에 분별력의 지혜를 선사 받아 제자들 중 열둘을 뽑아 사도로 삼았고, 
많은 이들은 예수님께 말씀도 듣고 질병도 고치려고 모여듭니다. 
더러운 영들에  시달리는 이들 역시 낫게 됩니다. 
군중은 예수님께 손을 대려고 애썼으니, 그분에게서 힘이 나와 모든 사람을 고쳐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 모두가 예수님 기도의 힘, 기도의 은총입니다. 
예수님의 기도 역시 그분께는 하느님께 이르는 이정표 역할을 했음이 분명합니다. 

똑같은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의 이정표가 되어 주시고 위로와 치유를 선사하십니다. 

우리 모두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과 우리 하느님의 영으로 
깨끗이 씻겨지고 거룩하고 의롭게 되는'(1코린6,11), 은혜로운 미사시간입니다. 

"주님이 제게 상을 차려 주시니, 제 술잔 넘치도록 가득하옵니다."(시편23,5참조).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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