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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예수님과 하나가 되면 / 반영억라파엘 감곡매괴성모성당 신부님
작성자김세영 쪽지 캡슐 작성일2014-09-11 조회수1,165 추천수14 반대(0) 신고




연중 제 23주간 목요일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 루카 6,27-38






예수님과 하나가 되면

 

순례를 온 한 어린이가 저에게 다가와서는 “제가 안아드릴께요!”하면서 두 팔로 저를 감싸 안았습니다. 순간 당황했습니다.‘저 좀 안아주세요!’가 아니라 ‘안아드린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안아주세요! 미래의 신부님!’하고 함께 포옹을 했습니다. 목5동 성당에서 오신 부모는 초등학생인 그가 갑자기 ‘성지에 가자’고 하여 왔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성지에 오시는 한 분 한 분에게 따뜻함으로 안아드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어서 감사하고 위로를 받았습니다. 순례에 임한 그의 발걸음에 주님의 크신 축복과 희망의 미래를 열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달마대사는“마음, 마음, 마음이여, 참으로 알 수 없구나. 너그러울 때는 온 세상을 다 받아들이다가도 한번 옹졸해지면 바늘 하나 꽂을 자리가 없으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마음을 다스린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품으셨던 바로 그 마음을 품기는 더더욱 어렵게만 여겨집니다. 그러나 우리는 주님께서 지니셨던 마음을 바로 우리의 마음으로 간직할 수 있기를 갈망해야 합니다. 더더욱 옹졸해진 마음이 있다면 온전히 주님께 맡겨드리고 자비를 청해야 하겠습니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너희를 미워하는 자들에게 잘해 주고, 너희를 자들에게 축복하며, 너희를 학대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는 주님의 말씀이 뼛속에 사무쳐야 합니다. 주님의 말씀은 단순히 좋은 말씀이 아니라 내가 행할 때 살아있고 힘 있는 말씀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아무리 살아있는 말씀이라 하더라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하느님의 은총에 인간의 협력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네 뺨을 때리는 자에게 다른 뺨을 내밀고, 네 겉옷을 가져가는 자는 속옷도 가져가게 내버려 두어라.”,“죄인들도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은 사랑한다.”는 말씀을 생각해 봅니다. 충고를 듣는 것도 힘이 든데 누가 나의 뺨을 때린다면 어떻게 반응할까? 나도 상대방을 한 방 먹여야 속이 후련해질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다른 뺨을 내주라고 하십니다. 겉옷뿐만이 아니라 속옷까지도! 주라고 하십니다.

 

당시 겉옷은 아주 중요했습니다. 사막지역에서 겉옷은 낮에는 천막이요, 밤에는 이불입니다. 그래서 겉옷을 담보로 잡았다 해도, 해가 지기 전에는 돌려줘야 하는 법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속옷까지 내주라 하시니 한마디로 상대방을 위해 간, 쓸개 다 빼주고 덤까지 주라는 말씀입니다. 상대를 위한 희생과 사랑을 다하기 위해 나를 포기하라는 요구입니다.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인간적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예수님과 하나가 되면 가능합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대로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면’가능합니다.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이 내 안에서 하시기 때문입니다.“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갈라2,20). 해도 해도 다할 수 없는 사랑의 의무에 충실하기를 희망합니다.

 

상대가 누구이든 가리지 않고 베풀고 사랑하는 것, 그것이 하느님의 법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땅한 도리입니다. 주님께서 그렇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란 참으로 힘든 일입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습니다. 마음을 추슬러서 다시 사랑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모든 사랑은 하느님 사랑으로 가는 징검다리여야 합니다. 사랑은 한결같은 마음으로 주고 용서합니다. 사랑은 분별없이 마구 퍼주고 철없는 탕아처럼 다 내주고도 너무 적게 준 것이 아닌지 걱정합니다. 우리가 사람을 대할 때 “약한 사람은 있어도 악한 사람은 없다.”라고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나에게 피해를 준 사람뿐 아니라 범죄자들이라 해도 그가 악해서 못된 짓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보다 약해서 악의 세력에 이용당하는 것입니다. 혹시라도 나를 속상하게 하는 이가 있다면 약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부족함을 채워주시기 바랍니다.

 

“성인은 착한 사람을 선하게 대하고 착하지 않은 사람 또한 선하게 대하니 덕(德)이 오직 선하기 때문”(노자).이라고 했습니다. 사랑은 사랑일 뿐, 상대에 따라 달라지거나 있다가 없다가 한다면 그것은 하느님의 사랑은 아닙니다. 사랑은 사랑자체가 보상입니다. 선한 사람에게나 악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햇빛을 주시고 비를 내려 주시는 아버지 하느님의 사랑을 가슴에 새겨야 하겠습니다. 하느님에 대한 사랑으로 이웃 사랑이 생겨나고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하느님 사랑이 자라납니다. 더 많이 사랑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사랑합니다.


   

      인간의 마음은 유리판과 같다.

쉽게 금이 가고

쉽게 깨지기에

그렇게 비유되기도 하지만

어느 한 부분만 충격을 받아도

전체가 금이 가거나 깨지기에

그렇게 비유한다.
-익명-


질그릇처럼 깨지기 쉬운 연약함을 감싸는 큰 사랑이 우리를 지켜주기를 기도합니다.
“우리는 모두 죄인입니다. 하지만 하느님 용서의 기쁨을 경험하고
그분 자비를 신뢰하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교황 프란치스코).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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