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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축복의 길 - 2014.9.14 토요일(순례25일차),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4-09-13 조회수995 추천수11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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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9.14 토요일(순례25일차),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 학자 기념일 1코린10,14-22 루카6,43-49

                                                  
축복의 길


오늘은 순례25일차, 제대 말년 병장처럼 순례 끝날을 기다리는 심정입니다. 
산티야고 순례길은 '축복의 길'입니다. 

기도로 사는 여동생으로부터 온 카톡메세지 일부입니다. 
'주님께서 함께 걸어 주시길 기도합니다. 
한 걸음 걸을 때마다 기도가 되어 모든 어려움들이 사그러들었으면... 
저희 축복을 많이 빌어주세요. 기도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기도가 절실히 필요한 세상, 끊임없이 기도하며 '축복의 길'을 걷습니다.
어제는 엘 부르고스에서 레온 목전인 만실라까지 
비교적 짧은 거리 18.7km, 45리 길을 걸어 12시쯤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역시 어제처럼 도로 옆에 프라타나스 나무 그늘 밑 
끝없이 길게 난 축복의 길을 끝없이 기도하며 걸었습니다. 
아래로부터의 영성보다는 위로부터의 영성쪽으로 많이 기울게 하는 순례여정입니다. 
너무 많이 잊고 지낸 하느님의 축복을, 나를 발견하는 시간입니다. 

모두가 선한 눈빛이요, 거칠고 격한 언행은 추호도 볼 수 없습니다. 
온통 호의, 친절, 배려, 존중의 사랑 가득한 분위기입니다. 
어제의 숙소도 참 아름다웠고 침실 역시 전망 좋고 넓은 곳을 차지할 수 있었으니 이 또한 축복입니다.

'삶의 렉시오디비나(Lectio Divina)'가 저절로 이뤄지는 순례길입니다. 
침묵 중에 마음 속 주님의 말씀을 듣고, 묵상하고, 기도하고, 관상하며 몸과 맘이 하나되어 걷습니다. 

"선한 사람은 마음의 선한 곳간에서 선한 것을 내놓고, 악한 자는 악한 곳간에서 악한 것을 내 놓는다. 
마음에서 넘치는 것을 입으로 말하는 법이다."

저절로 선한 사람이 아니라 부단한 렉시오디비나 수행의 결과가 순수한 마음의 선한 사람입니다. 
마음의 갈림이 없이 하느님을 찾고 말씀을 실행하는 사람입니다. 
마음이 갈렸을 때 정체성의 혼돈이요, 내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우상숭배를 멀리 하십시오. 
빵이 하나이므로 우리는 여럿일지라도 한 몸입니다. 
우리는 모두 한 빵을 나누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주님의 잔도 마시고 마귀들의 잔도 마실 수는 없습니다."

우상숭배로 마음이 갈린 코린토 교회 신자들의 회개를 촉구하는 바오로입니다. 

'전 삶의 렉시오디비나'만이 분열된 마음을 하나로 모아 줍니다. 
'들음-묵상-기도-관상'에 이어 '실행'이 더해져야 온전한 렉시오디비나입니다. 
말씀을 실행해야 반석위에 기초를 놓은 인생집입니다. 

"나에게 와서 내 말을 듣고 그것을 실행하는 이가 어떤 사람과 같은지 너희에게 보여 주겠다. 
그는 땅을 깊이 파서 반석 위에 기초를 놓고 집을 지은 사람과 같다. 
홍수가 나서 강물이 집에 들이닥쳐도, 그 집은 잘 지어졌기 때문에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렉시오디비나의 생활화가 선한 사람이 되어 축복의 길을 걷게하고, 반석 위에 인생집을 짓게 합니다. 
말씀의 실행이 빠진 삶은 사상누각과 같아 위태하기 짝이 없습니다. 
우리의 삶을 압축하는, 전 삶의 렉시오디비나가 이루어지는 산티야고 축복의 순례길입니다

"내게 베푸신 모든 은혜, 무엇으로 주님께 갚으리오? 
구원의 잔 받들고, 주님의 이름 부르리라."
(시편116,12-13).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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