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제1독서
<뱀이 사람을 물었을 때, 그 사람이 구리 뱀을 쳐다보면 살아났다.> ▥ 민수기의 말씀입니다. 21,4ㄴ-9
제2독서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자신을 낮추셨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도 그분을 드높이 올리셨습니다.> ▥ 사도 바오로의 필리피서 말씀입니다. 2,6-11
복음
<사람의 아들도 들어 올려져야 한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3,13-17
성 십자가 현양 축일(2014년 9월 14일) 케노시스
아래보다는 위가 더 낫습니다.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낫습니다. 우린 본능적으로 위로 위로만 올라가려고 합니다. 위에 올라가야지 아래에 있는 사람에게 더 많은 것을 베풀 수 있다고 여깁니다. 또 더 많이 가져야지만 베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주님의 고양(高揚)은 실제로는 위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밑으로 내려가는 자기 비움입니다. 그리스말로 ‘케노시스’(kenosis 비움)의 신비라고 합니다.
남들에게 주기 위해서는 실제로 얼마나 ‘높이’ 있고 많이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아래에’ 있고 ‘비어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주님이 십자가에서 이것을 증명하셨습니다. 이건 내적 태도의 문제입니다. 이런 지향이 우린 내면에 가득 차 있으면, 내가 아무것도 아님을,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음을 두려워 하지 않습니다. 하느님이 채워주실 것이기에 또 하느님이 우리를 통해서 당신 능력을 드러내실 것이기에 우린 활짝 웃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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