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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십자가의 길 - 2014.9.14 주일 성 십자가 현양 축일 (순례26일차),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4-09-14 조회수1,113 추천수7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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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9.14 주일 성 십자가 현양 축일 (순례26일차), 민수21,4ㄴ-9 필리2,6-11 요한3,13-17

                                                         
십자가의 길


산티야고 순례길은 '십자가의 길'입니다. 
어제는 순례25일차, 만실라에서 그 유명한 도시 레온에 도착했습니다. 
18.4km의 비교적 짧고 평범한 주위 풍경이었습니다. 

이냐시오 도반과 저와의 두 일행은 언제나 도착에는 선두그룹에 속해 
어제 역시 11:30분쯤 여기 분도수녀원이 운영하는 알베리게에 도착했고 
저녁에는 열세분들 수녀님들의 공동저녁기도에도 참석했습니다. 

아마 레온에서 가장 많은 순례객들이 찾는듯, 
이미 많은 이들이 와 있었고 오후에도 끊임없이 이어져 거대한 알베리게가 가득찼습니다.  

순례 25일차 어제는 순례후 처음 내린 비로 오전 거의 시간을 우의를 입고 걸었습니다. 
오늘의 십자가 현양 축임을 앞둔 은총의 선물이었습니다. 
비를 맞으며 걸으니 그 느낌 또한 각별했습니다. 
평탄대로의 십자가의 길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는 말은 신부님을 두고 하는 말 같습니다."

이냐시오 형제에게 즉시 화답했습니다.
"'노병은 죽지 않고 사라진다'는 맥아더 장군이 한 말일 것입니다. 
참 좋은 말입니다. 
여기 스페인땅은 사방 보이는 곳마다 하늘과 땅이 닿아있는 지평선입니다. 
지평선을 향해 난 끝없는 길을 걷다가 지평선으로 사라져 
주님과 하나 되어 영원한 삶을 사는 것이 죽음처럼 생각됩니다."

지평선을 향해 난 길을 무거운 배낭을 메고  묵묵히 걸어갈 때는 십자가의 길을 생각하게 되고, 
지평선을 바라볼 때는 영원하신 주님을, 또 죽음을 묵상하게 됩니다. 


첫째, 십자가의 순례길은 '믿음의 길'입니다.

혼자 가는 길이 아닌 도반들과 함께가는 믿음의 길입니다. 
현지시간 새벽 2시 강론을 쓰는 고요한 시간, 
옆에서 조용히 순례일정을 살피던 외국 형제가 
부드럽고 작은 소리로 'father'부르더니 과자를 건네줍니다. 
대부분 믿음 깊고 사랑 많은 도반들임을 깨닫습니다. 

야 같은 땅을 걷다가 마을이 나타나면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을 만난듯 반갑습니다. 
여기야 예상되는 뚜렷한 목적지이기에 발걸음 가볍게 기도하며 갈 수 있지만, 
오늘 1독서 민수기의 이스라엘 백성의 미래는 불투명하기 짝이 없으니 불평은 자연스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평은 믿음 부재의 표현입니다. 
믿음이 없어 불평하다 화를 당하지만 
이스라엘 백성은 즉시 모세에게 기도를 청하였고 주님의 자비로운 응답입니다.

"너는 불뱀을 만들어 기둥 위에 달아 놓아라. 물린 자는 누구든지 그것을 보면 살게 될 것이다."
기둥 위에 달린 구리 뱀이 상징하는 바, 그리스도의 십자가입니다. 
뱀이 물었을 때, 구리 뱀을 바라보면 살아나듯이, 
순례여정 아무리 힘들어도 십자가의 주님을 바라보면 주님은 믿음의 힘을 주시어 다시 일으키십니다.


둘째, 십자가의 순례길은 '비움의 길'입니다.

끝없는 인내와 순종을 통한 자기 비움의 길입니다.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주님을 따르는 길입니다. 
주님을 닮는 구원의 생명길은 이 십자가의 비움길 하나뿐입니다. 

바오로를 통한 필리피 신도들의 고백입니다.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 
이렇게 여느 사람처럼 나타나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마지못해 억지로의 비움의 길이 아니라, 자발적 기쁨의 순종이요 비움의 길, 승리의 길입니다.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신 그분을 
하느님께서는 드높이 올리시어 모든 이름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셨습니다. 

오늘 십자가 현양 축일은 우리 모두 바로 드높이 올리신 십자가와 부활의 주님을 바라보며 
예수그리스도는 주님이시라고 모두 고백하며 하느님 아버지께 영광을 드리는 날입니다.


셋째, 십자가의 순례길은 사랑의 길입니다.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질 수 있는 힘은 순전히 사랑의 힘입니다. 
하느님 사랑에 대한 사랑의 응답입니다. 
위로부터 하느님 사랑이 너무 큽니다. 
이런 하느님 사랑을 깨달을 때 샘솟는 사랑입니다. 

사도 요한은 이런 사랑을 깨달았음이 분명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하느님 사랑의 뚜렷한 표지가 바로 십자가의 그리스도요 이분을 통하여 구원을 받습니다. 
하여 분도 성인은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보다 그 무엇도 앞세우지 말라하십니다. 

화성 미켈란젤로의 고백입니다.
"그림도 조각도 내 영혼의 갈망을 채워주지 못합니다. 
오직 십자가에서 팔을 벌리고 계신 하느님의 사랑만이 채워줍니다."

여기 스페인 레온땅의 경이로운 성당들 역시 
옛 신자들의 하느님 사랑을 향한 영혼의 갈망을 반영합니다. 
그대로 하느님 향한 사랑의 기적입니다.


평생 하느님 향한 순례길에 있는 우리가 바라볼 분은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주님뿐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믿음과 비움, 사랑의 순례여정에 항구할 수 있는 힘을 주십니다.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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