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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십자가의 길(2) - 2014.9.15 월요일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순례27일차),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4-09-18 조회수898 추천수7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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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9.15 월요일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순례27일차), 히브5,7-9 요한19,25-27

                                
십자가의 길(2)


저에게 안식년은 거룩한 보속기간입니다. 
하여 순례를 택했고, 국내 순교성지 순례에 이은 산티야고 순례길입니다. 

어제 순례26일차는 레온에서 산 마르틴까지 24.5km를 6시부터 12시까지 걸었습니다. 
나무 그늘 없는 도로가의 평범한 길을 끝없이 걸었지만 덥지 않은 날씨라 기분은 상쾌했습니다. 

늘은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로 어제의 성 십자가 현양 축일의 연장선 상에 있어 
강론 제목 역시 어제에 이어 '십자가의 길(2)'로 정했습니다. 

어제 한국 교포와의 만남이 참 반가워 소개합니다. 
제겐 예수님이 십자가의 길에서 만난 시몬의 경우와 흡사합니다.

레온 도시를 떠날 때는 정말 해방감을 정말 느꼈습니다. 
사람이 만든 도시보다 하느님 친히 만드신 대자연 안에서 심신이 더욱 자유롭기 때문입니다. 

레온을 벗어나 약 2시간 지나 8시, 빠(bar)가 나타났고 한 젊은이가 
"커피나 한 잔 하고 가십시오." 불렀습니다. 
놀랍게도 31년 동안 레온에서 태권도장 사범을 하는 분(조성준)으로, 
운동을 한 분이라 59세의 나이와는 달리 청년처럼 보였습니다. 

레온에 6명 정도의 교민이 사는 데 운좋게 한 분을 만난 것입니다. 
마침 주일이라 교외로 골프를 치러 가는 중 빠에 머물러 있었던 것입니다. 
스페인 도착 후 현지에 대한 풍부한 정보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참으로 친절하고 유쾌한, 용감한 한국인 이었습니다. 
28세에 홀홀단신으로 이역만리 스페인 레온에 와 
59세 될 때까지 태권도장을 하며 최선을 다해 살았으니 그 생활력이 존경스러웠습니다. 

소심하고 심각했던 제 '우물 안 개구리'와 같았던 삶이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아무런 신앙도 없이 이렇게 선하게 살 수도 있다는 것이 경이로웠습니다. 

우리보다 세배 정도는 큰 스페인이요, 
인구는 4600만으로 1년에 이 인구만큼 관광객이 다녀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관광 수입이 참 대단한데 
정치인이 정치를 못해 경제가 어려운 편이지만 국민은 순박하고 친절하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땅은 넓어 농산물은 풍부한데 돈은 되지 않으며 
거기에다 한국처럼 아프리카 노동자들이 대거 와서 일하고 
스페인 젊은이들 역시 한국처럼 힘든 일은 하지 않고 도시에 집중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밤에 양계장에서 닭잡는 일은 월 2600유로의 막대한 수입이지만 닭이 부리로 손을 막 쪼기에 
스페인이 아닌 모로코 노동자들이 한다는 재미난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도시화와 더불어 농촌의 폐허화는 세계적 추세 같습니다만 스페인은 그 속도가 완만한듯 했습니다. 

오랫만에 가진 유쾌하고 즐거웠던 커피 한 잔의 여유로운 만남의 시간이었고 
마침 대전에서 왔다는 여대생과 넷이 기념사진도 찍었습니다. 
곳곳에서 자주 만나는 한국의 젊은이들은 모두가 용감해 보였습니다. 
몸도, 마음도, 지닌 것도 가벼운, 욕심 없는 젊은이들이라 그리 두려움 없이 용감한 것 같습니다. 

고통의 십자가의 길만은 아닙니다. 
도처에서 새로운 만남을 통해 위안과 힘을, 깨달음을 얻기 때문입니다. 
그중 동병상련의 순례자들은 국적을 불문하고 가장 큰 위로와 힘이 됩니다. 

삶은 순종입니다. 
예수님도 하느님의 아드님이셨지만 고난을 겪으심으로 순종을 배우셨고 
완전하게 되신 뒤에는 당신께 순종하는 우리 모두에게 영원한 구원의 근원이 되셨습니다.
각자의 십자가의 여정에 충실함이 
바로 주님께 순종함이며 구원의 근원인 주님과 일치의 첩경임을 깨닫습니다. 

이냐시오 도반과 저는 미사와 기도의 힘으로, 또 주님께 순종하는 마음으로 걸으니 
피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소통의 불편이 큰 애로 사항이나 이제는 그런대로 잘 적응합니다.

주님 역시 십자가의 길, 곳곳에서 마음 착한 이들을 만나 큰 힘과 위로를 받습니다. 
오늘 복음은 십자가의 길, 마지막 지점 예수님의 십자가 곁에 있는 도반들입니다. 

네 여인 중 특히 성모님의 고통은 얼마나 컸겠는지요. 
하여 복음 환호송은 '죽음 없이 순교의 월계관을 받으신 분'이라 고백합니다. 

피에타의 성모님이 생각납니다. 
억울하게 자식을 잃은 오늘날의 무수한 또 하나의 성모인 어머니들을 위로할 수 있는 분은 
오직 고통의 성모 마리아뿐일 것입니다. 

십자가의 순례여정 중에 있는 애제자 요한은 물론 우리 모두를 향한 주님의 당부이십니다.
"이 분이 네 어머니시다."

그때부터 그 제자가 그분을 자기 집에 모셨듯이 우리 역시 늘 주님과 함께 성몬님을 모시고 삽니다. 
새삼 아드님과 어머님의 사랑이 깊이 하나로 결속시키는 묵주기도가 얼마나 은혜로운지 깨닫습니다. 

어제 역시 5시간 순례길을 걸으며 끊임없이 바친 묵주기도입니다. 
주님은 성모님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는 우리 모두에게 풍성한 축복을 내려 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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